구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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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북적대는 구룡사엔 초입부터 인산인해였다.
아내와 아들이랑 연등이나 달 요량으로 길을 나섰는데--이거참 낭패일쎄
인근 조그만 암자를 지나치고 굳이 이먼 구룡사까지 발걸음을 한 연유는 가슴속 아린 그녀를
조금 더 느낄수 없을까 하는 거였지만 그걸 모르는 아낸 연실 불평이다.
아 근처 아무절간이나 가서 달면 되지 왜 하필 북적데는 구룡사까지 와설라무네----
아----여편네 계속 궁시렁대네 --- 구룡사 간다고 길떠나면서부터 설레발을 친건 누군데?------
누가 이렇게 막힐줄 알았나
잠깐만 기다려 보자 저기 모범기사분들이 얘쓰시고 계시잖아-----
모범 기사분들이 나와 차가 들고 나는 것을 일일이 통제하면서 계속 수신호를 하고 있었고,
도착한 시간이 늦은 오후라 그런지 들어오는 차량보다는 나가는 차량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좁은 골목에다 갓길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한쪽이 빠지면 다른쪽 차량이 통과하기를 반복합니다.
안되겠다----여기서부터 걷자
대충 짐작으론 여기서부터 한 5키로 정도만 걸으면 구룡사에 도착할 수 잇을거 같았다.
갓길 빈자리에 차를 박킹하고는 시동을 끄며 안전띠를 풀자 마누라가 눈을 휘둥그레 부릅뜨며 쳐다본다.
당신 미쳤어 ---- 오늘 집에 안갈꺼야
대충 5킬로 정도만 걸으면 돼---- 떨어지는 낙엽도 쳐다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면 금방가
민수는? ---- 민수는 어턱하고
아낸 5살먹은 아들을 걱정하고 잇었다.
민수도 좀 걸어야돼 --- 맨날 차만 타고 돌아다니니 얘가 저리 비실대잖아
아빠 어릴적엔 10리 정돈 한걸음에 달음박 쳤는데--- 요즘 얘들이 어디 그래?
민수야 아빠랑 엄마랑 같이 걷자 -- 알았지?
아빠 나 잘달려--- 수퍼 울트라 짱이야
그래 우리 민수 정말 짱이다
난 아들 민수를 안으며 차문을 열고 앞장선다.
아낸 어쩔수 없다는 듯 차문을 열고 나오는데 걷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렇게 싫으면 넌 여기 있어 나랑 민수랑만 갔다 올테니깐-----
누가 실?어? -----
아낸 마지 못해 투덜투덜 걸어오는데 인상은 여전히 구겨져 있엇다.
궁상하고는--------
짧막하게 들려오는 아내의 음성-----
못들은체 하며 민수의 손을 잡고는 앞장서 걸어간다.
좁은 언덕길엔 차량이 뒤섞여 보행조차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떨어지는 낙엽과 맑은 가을하늘을 보고 있자니 세월의 빠른 흐름에서 덩그러니 빠져 나온 느낌이다.
민수야 저기 청설모다------
아빠 어디------ " 저기 있잖아------"
야 다람쥐다------ " 아니야 민수야 다람쥐는 줄무늬가 있는데 저건 청설모라고 하는데 다람쥐 친척이래"
아빠 나 청설모 잡아줘
안돼 민수야 저건 잡는 동물이 아니야---아빠가 잡으면 저친구는 금세 죽어버린데
아들 민수와 이렇게 가을의 한복판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있으니 행복은 뭔데 있는게 아닌가 싶다.
여보 여기 기억나?
아낸 한손으로 허리에 손을 올려 놓은체 열심히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가리킨 곳엔 구룡사 찻집이라는 나무 간판이 매달려 잇었고, 고즈넉한 초가가 빙둘러져 있었다.
야 여기는 예전 그대로네------
아빠 여기가 어디야? " 응 여긴 엄마 아빠가 연애할때 와본 곳이야------"
아낸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기야 여기 와본적 없는데?--------
이크 ---- 그녀와 여편네를 잠시 혼동한듯 싶다.
한참 가을 정취에 취해 혼이 빠졌었나 보다.
여기 언년이랑 왔어?----엉
언년이랑 오긴 그냥 해본소리지------
수상해----정말로 수상해
여편네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민수야 가자
난 구룡사 찻집안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민수의 팔을 끌며 다시 앞장선다.
아빠 우리 저기 드러가면 안돼?
응 내려갈때 잠깐 들리면돼----얼른 올라가자
뒷통수에 여편네의 시선이 고정된 걸 감각적으로 느낄수 잇다.
우째 내가 이런 실수를??????---------
1996년 4월초파일
전국대학생불교연합회에 가입된 난 초파일 행사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부터 연등행사에 참여했었고, 밤세워 연꽃잎을 말아 연등에 붙여야 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겟지만 연등을 하나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손이 가야 된다는 걸
일반인들은 아마 모를것이다.
구룡사 ------올해는 이곳에서 초파일 행사을 도와야 합니다.
보살님들은 연실 국수를 말아야 했고, 연등 수납처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가 100미터 이상 길게
느려져 있었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하게 된다.
오후 5시 -----
오늘 먹은 공양이라곤 아침겸 점심에 먹은 비빔밥이 전부였는데 그나마도 허겁지겁 먹은터라 소화가 됐는지도 모른다.
밀물처럼 모여들다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 그 많은 인파속에 덩그러니 남아 허기진 배와 그때부터 밀려드는 피곤함만이 남아 있었다.
선배님 요기나 좀 하시죠 ------
후배 녀석이 지친 날 부측하더니 임시로 마련된 테이블에 안혀준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얼른 국수 타올테니깐------
알았어 천천히 다녀와
난 바닥에 양반자세로 앉아 주위를 둘려본다.
그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를 포함한 오육명만이 테이블에 남아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일행이였으나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안아 국수를 먹고 잇는 그녈 본것이다.
긴 생머리가 연실 흘려내려오자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 잡곤 다른 손으로 조심히 국수를 떠 입으로 넣고 있었다.
보통 일행이 있을터인데---혼자네?-----
난 별뜻없이 넘겨 버리곤 후배가 건네준 국수 그릇을 받아 내려 놓는다.
선배님 마니 드세요-----
그래 너도 수고 많았다. 마니 먹어라
피곤은 밀려오고 어깻죽지는 빠질듯 져려왔으나 우선 요기가 급했습니다.
보통 국수를 먹을려 치면 머리를 숙여 국수발을 쭉 끌어 올려야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머리가 올라오게 된다.
그런데 그날 너무나도 피곤했던지 나의 코엔 코피가 주르를 흘려 내렸다 보다.
한참 피곤할때면 그게 코피인지---아님 콧물인지---아님 흘리는거 조차 모르기 십상이다.
그때의 내가 그랫다.
한참을 허겁지겁 국수발을 땡겨 올리고 잇는데 앞쪽에 앉은 아까 그녀가 나를 보며 생긋 웃어보인다.
속으론 제가 미쳤나 싶엇다.----생전 첨보는 사람한테 웃어 보이다니-----
난 그녀의 웃음을 무시하고 잇었다.
다시한번 국수발을 잡아 올리자 그때까지 그년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에 가져가며 나에게 뭔가 이야길 할려는 눈치였다.
그제서야 국수그릇으로 빨간피가 떨어지더니 번져흐른다.
야 형진아 휴지 없냐?
어 선배님 ----- 코피------
있잖아 가서 휴지좀 찾아와봐-----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후배는 후다닥 뛰어 나갔고 난 그릇을 내려 놓으며 고개를 뒤로 젖혀 코피의 흐름을 최대한 억제하려 하고 있었다.
이거 쓰세요
흐릿한 하늘 사이에 두둥실 구름이 떠가고 있었고, 갑자기 손손건이 시야에 들어와 박힌다.
아까 그녀가 내민 손수건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체면이고 뭐고 지금 코피가 줄줄 흐르는데----일단은 훔쳐내야 됐기에 그녀가 내민 손수건을 염치불구하고 받아든다.
그리곤 대충 코와 코주위를 닦아낸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읍니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왜그렇게 민망하던지…
선배님 괜찮아요?------
후배는 헐레벌떡 휴지 한뭉치를 손에 들고는 뛰어온다.
그래 괜찮아-----
난 후배가 건낸 휴지를 한조각 뜯어 코를 틀어 막고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다.
나이인는 거의 나와 같은 연배인거 같았고, 우수에 젖은 눈망울에 웃을때마다 살짝이 보조개가 패여든다.
정말 감사합니다.------
난 다시한번 인사를 건낸다.
여기-------
그녀는 다시 자신의 좌측 볼근처를 손가락르로 가르키며 다른 이야길 하고 잇었다.
네?-------
여기에도 피가 묻어 잇었요
아네---------
난 그녀가 가리켜준 볼에 남은 핏자국을 닦아내며 쑤스러워 하고 잇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나름대로 순수했었거든-----
그제서야 그녀는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또한 향긋이 전해오는 그녀의 향수내음을 느낀다.
선배님 누구에요?-------
나도 몰라?-------
난 피가 번진 국수를 후루루 마시며 그릇 사이로 그녀를 다시 쳐다본다.
보면 볼 수록 매혹적이고 이쁜 그녀였다.
그때 그녀가 일어서며 신발을 신고 잇었다.
국수를 다 먹엇는지 종종 걸음을 쳐 사천왕상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한번 쳐다본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얼마후
그때까지 테이블위에 얹혀진 그녀의 손수건
아차-------
난 부리나케 신발을 신고를 그녀를 뒤?아 뛰엇다.
사천왕상을 지나, 무성한 대숲을 지나, 사리탑을 지나서야 멀어져 가는 그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잠깐만요-----저기요
그녀는 돌아서며 뛰어오는 나를 쳐다본다.
헉헉
목에선 단내가 푹푹하고 올라왔고,
구룡사 찻집의 연등에는 발그레 호롱불이 켜져 있었다.
죄-----송합니다---어휴 숨차----헉헉헉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곤 숨을 고르고 잇는 날 쳐다보고 잇었다.
손수건을 노코 가셨어요------
나의 손에 들려진 그녀의 분홍색 손수건엔 핏물이 묻어있었다.
괜찮아요------ 쓰세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살짝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저가 괜찮지 않아요-----상황이 이래서 차마 손수건은 못빨아드리겠구 ----- 감사의 뜻으로 차라도 한잔 사겟읍니다.
난 구룡사 찻집과 그녀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잇었다.
신경쓰지마세요 --- 전 정말로 괜찮아요
저가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난 앞장서서 찻집을 드러간다.
찻집안은 황토색 흙벽돌이 장식되어 있었고 가운덴 화롯불이 몽그렇게 타고 있었다.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난 멀쭘히 서있는 그녈 부른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년 마지못해 앉는 시늉을 하면서 가벼운 미소를 띄고 있다.
뭐드실래요 "전 아무거나 ------"
여긴 칡차가 맛있어요 --- 주인아저씨가 직접 칡을 캐서 다리신데요------
아네-----그럼 칡차로 할께요
정태춘의 산사의 아침이란 노래가 조용히 찻집안에 울려퍼지고 있었고,
모글모글 피어오른는 칡의 알X한 향내음이 오랜만의 평화를 말해주듯 감미롭다.
빠쁘신거 같은데 ----이렇게 있으셔도 돼요
괜찮읍니다. ------ 이젠 철수할 일만 남았는데요 뭘
그런데 구룡사에서 일하시는분 같진 않은데-----
아---네 학생입니다----동아리가 불교와 관련된 거라서 오늘 초파일 행사 도우러 왔읍니다.
이렇게 초파일 행사를 도우면 동아리로 떨어지는 금전전 혜택이 좀 되거든요-----
그렇군요 근데 성함이?-------
아----미처 저 소개를 안했군요 **대학교 사학과 4학년 정병진이라고 합니다.
전 올해 26이구요 김미진이라고 해요 반가와요
26이면 저랑 동갑이네요-------정말 반갑습니다.
서로의 신상이 소개되자 더욱 가까워진듯 분위기는 활기차지기 시작합니다.
한번 인연을 맺는 것이 어렵지 일단 인연을 맺고 나면 남녀 관계란 급속도로 진전됨을 여러분도 아시리라
이렇게 구룡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병진씨한테 떨어지는게 있어요?
그럼요-----떨어지는거 있죠---이렇게 이쁜 미진씨와 마주 앉아 있잖아요
그년 살짝이 입술을 가리며 웃어보인다. 그러면서 패이는 그녀의 보조개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첨엔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 그녀에게 너무나도 고맙웠기에 뭔가 보답을 해야겟다고만 생각했는데----
미진이를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섹시했습니다.
26살 풋풋한 천짐함과, 관능적인 원숙미를 동시에 간직한 모습에서 조금씩 그녀에게 빠져든다.
앵두같은 그녀의 입술이 자꾸만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근데 하필 오늘같은 초파일에 인연이 만들어질께 뭐람----
나름대로 불제자라고 자부하면서 스스로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실천해 가려 얘쓰고 있지만
오늘같은 날 하필 그녀와 인연이 닿을줄이야…
다시한번 멀고도 먼 成佛의 고행을 느끼는 순간이다.
나도 한낱 사바의 중생임을 다시한번 느끼는 순간인 것이다.
아까 보니 미진씨 혼자시던데?------
네 오빠 49제때도 못와보고 해서 겸사겸사------
죄송합니다. 괜한걸 물어가지고-------
그녀는 탁자위에 노인 양초에 시선을 고정한체 눈망울엔 조금씩 이슬이 배여든다
그렇게 그녀와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그녀의 연락처라도 알 요량으로
저기 이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병진씨 연락처 먼저 주세요------
그거야 어렵지 않죠 -----
난 그녀에게 나의 삐삐번호를 적어주자 내가 건넨 쪽지만 받아들뿐 그녀는 연락처를 주지 않는다.
미진씨-----연락처?
아----저가 먼저 연락드릴께요------
그날은 그렇게 그녀의 연락처도 받지 못한체 헤어졌다.
그러구 이제나 저제나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며 삐삐를 품에 안고 다녔지만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하루이틀-----한달두달---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뇌리속에서 미진의 기억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021234567---낯선 번호가 삐삐로 수신된다.
누구지?------
지방에서 자라 지방 대학을 다닌 나로썬 지역번호02인 서울에서 연락올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네 9876 호출하신분좀 찾는데요------
병진씨 저에요---미진이에요
미진이? 미진이?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릴때쯤
구룡사 ---- 기억나세요?
아----김미진씨-----
안녕하셨어요?------
네---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무심합니까---저가 미진씨 연락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계십니까
죄송해요 이것저것 바빠서-----
다름이 아니고 이번주말에 시간있으세요
당연히 있죠----없는 시간 만들어서라도 있게 해야죠-----허허허
구룡사에 단풍이 한창이래요---그래서 이번주말에 구룡사에 다녀올까 하는데 시간되시면 같이좀------
아 영광입니다.-----
그럼 이번주 토요일 오후3시경에 그 찻집에서 뵐께요 ------
여기서 구룡사까진 1시간도 체 안걸리니깐 전 12시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겠읍니다.
호호호호 그러실 필요까진 없으신데-----
암튼 그때 뵐께요-----
네------
이번주 토요일이 무진장 기다려진다.
" 오래 기다리셨어요?'
미진이는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찻집을 드러서고 있었다.
미진은 회색 정장바지 위로 발간색 코트를 걸쳤는데 그때와는 전혀 색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그전보다 좀 성숙해졌다고 할까?
네 오래기다렸어요----7개월이나 기다렸다구요-----목빠지는줄 알았네-------"""
호호호호 죄송해요 우리 밖에 나가서 좀 걸으실래요?
미진과 난 찻집을 나와 구룡사를 향해 서서히 걷기 시작햇다.
등산객,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무르익은 가을의 전경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이국적인 풍경들이였다.
그 풍경속에 미진과 내가 있었고, 소중한 가을날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음-----가을냄새----너무좋다
구룡사로 올라가는 포장길위로 노란색 은행잎에, 빨간색 낙엽이 떨어져 소복히 싸여 있었고,
길가로 시냇물이 졸졸졸 흘려 내렷다.
병진씨 구룡사에 자주 오세요?
그녀는 나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마치 오래된 여인처럼 속삭이고 있었다.
순간 당황햇지만 그렇다고 이상황에서 뿌리칠 남자가 어디 잇겟는가?
저도 초파일 이후론 못와봤어요-------미진씨랑 올려구요
호호호호 병진씨 너무 재밌으시다------
농담 아니에요---- 진짜 미진씨랑 올려구 한번도 안왔다니깐요?
농담반 진담반 건넨 말에 미진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숙인체 땅만 보면 걷는다.
미진씨-----저기---있잖아요------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 당체-----
애인 있으세요?
없으면--------- 애인 해주실래요?
미진씨만 좋다면-----
그말을 하는데 왜그렇게 심장이 꽁딱거리던지----
애인은 없구요-----남편은 있어요?
네?-------------
난 놀란 토끼마냥 그녈 쳐다본다.
농담이에요-----호호호
그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실 호호거리기만 할 뿐이다.
정말 유부녀세요?--------
농담이라니깐요------오늘 하루 병진씨가 저 애인해 주실래요?
그년 나의 말을 의미없이 받아 넘기면서 태연해 하고 잇었다.
저야 언제든 영광입니다-----
그날 미진과 난 구룡사를 돌아 다시 찻집을 지나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을때쯤
해는 느엇느엇 서산에 걸려 있었다.
벌써 이렇게 됐네------
미진은 당황한듯 시계를 쳐다본다.
벌써 가실려구요?------저녁이나 먹고 올라가시지------
아니 오늘 안올라갈꺼에요----오늘 병진씨랑 자고 갈꺼에요-----
미진의 그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는줄 알았다.
네?----뭐라구요?
순진하시긴 ---오늘 병진씨랑 자고 간다구요------
왜 저가 싫으세요?------
그게 아니고-------
오늘 하루 병진씨가 저 애인해주시기로 햇잖아요?
난 너무나도 태연한 그녀의 이야기에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힌다.
그러면서 미진은 팔짱낀 손에 힘을주면서 더욱 나의 몸에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킨다.
그녀의 머리에선 알싸한 샴퓨향내가 풍겨나온다.
순간 나의 입안가득 침이 고이더니 이내 목구멍을 타고 흐른다.
꿀꺽---------------------
터벅터벅 포장길을 나란히 걸을때쯤 그녀는 갓길에 주차된 흰색 승용차의 문을 연다.
병진씨 타세요
그년 차까지 끌고 온 모양이다.
차 있으셧어요?
그년 쑤스러운지 말없이 차의 시동을 걸며 서서히 출발합니다.
병진씨 우리 내기해요?
내기요?-----
네 노래방에서 점수 낮은 사람이 저녁사기-----어때요?
까짓껏 좋읍니다.---저도 한노래 하거든요---
우린 구룡사를 떠나 시내의 한 노래방으로 드러간다.
그년 노래방을 들기 무섭게 요즘 유행하는 신곡들을 선곡하더니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오----예 가슴깊은 곳에 숨겨둔 너를 생각하게 하는데----어둔 미로속을 헤매던 과거에는-----
그년 빨간색 코트까지 벗어젖히며 템버린을 요란하게 흔들고 있었다.
그녀가 코트를 벗고서야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유난히 크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근데 난 되먹기가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신곡들은 왠지 노래같지가 않았다.
구수한 트롯트나 감미로운 블루스를 좋아하는지라 후배들에게 늘상 쿠사리를 듣곤 한것이다.
선배 레파토리좀 바꾸라고-----
그녀와의 흥분된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트롯중에서도 빠른 템포을 노래를 선곡하여 불럿다.
봉선화연정, 추억의 테헤란노, 신사동 그사람-----
하지만 그녀의 점수를 따라 갈 수가 없다.
약속된 한시간은 다가오지만 그녀가 올린 98점을 누를 자신이 없다.
하지만 비장의 카드------
마지막으로 나의 십팔번을 선곡하여 마이크를 잡는다.
그당시 우리가 드러갔던 노래방은 최신식 시설이었던 같다.
빠른 템포의 리듬엔 강렬한 싸이키조명을, 지금 내가 부르는 부르스에는 감미로운 물방울 조명이 은은히 룸에 깔린다.
스쳐가는 은빛사연들이 밤하늘에 가득차고, 풀나무에 맺힌 이슬처럼 그리움이 찾아드네------
김수철의 내일이란 노래였다.
내가 이 노래를 부를때면 후배 여자들 또한 홈방간다.
오빠 쌀거같애-----하면서 즐거워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큭큭큭
흘러 흘러 세월가면 무엇이 될까----멀고도먼 방랑길을 나홀로 가야하나-----
미진은 조용히 음악에 취해있더니 나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그리곤 조용히 발을 움직이며 감미로운 부르스에 몸을 마끼고 있었다.
향기로운 그녀만의 내음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노래를 마저 부르면서도 가슴으로 느끼는 그녀의 포근한 유방에 정신이 혼미하다.
한송이 꽃이 될까----내일 또 내일------
노래가 서서히 끝나때쯤 그녀의 향기로운 입술이 나에게 전해진다.
그녀는 까치발을 들고선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정확히 맞대고 잇는 것이다.
순간 청춘의 심벌은 불끈 하고 요동친다.
잠깐만 ----- 잠깐만
그녀는 숨을 고르며 침대에 누워 거칠게 드러오는 나의 가슴을 저지하고 잇었다.
어휴----------
그녀의 까칠한 음순이 나의 아랫배에 맞닿아 있고, 심벌은 터져 나갈듯 불끈 솟아 있엇다.
그녀는 잠시간의 숨고르기를 한후 커다란 나의 심벌을 잡아 자신의 꽃잎에 걸어준다.
귀두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
난 몽롱한 그녀와의 섹스를 느끼며 그녀의 꽃잎사이로 깊숙히 집어넣는다.
우욱------ " 아학--------윽"
가벼운 신음이 터지는가 싶더니 자연스런 움직임이 시작된다.
병진씨 ------- 병진씨
미진아----우욱----
병진씨 너무조아---미치겠어-------
그년 연실 거친 숨을 토해놓으며 눈을 감았다 떳다를 반복합니다.
미진아 우리 ----헉헉헉----이래도 되는 거니?
언제부턴가 존칭이 생략되어 있었다.
뭐가?-------
그년 나의 심벌을 머금은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반문합니다.
우리가 이러는거 말이야-------
책임지랄까봐--------
그게 아니고--------
책임지라 안할테니깐-----조금만 더 깊이 넣어줘-------응
미진은 가랑이를 활짝 벌리며, 나의 심벌이 드러오는 길을 내주고 있었다.
난 더욱 거칠게 그녀의 계곡속을 쑤셔댄다.
병진씨 ----- 넘조아------아아아
헉헉헉-----미진아 -----우리 계속 만나자------
안돼-----오늘이 마지막이야------
왜 안돼--------
하여간 안돼------딴생각 말고 나좀 어떻게좀 해줘-------
나의 온몸은 땀에 절어 줄줄 흘러 내렸고, 그녀 또한 마찬가지 였다.
두남녀의 땀이 뒤섞여 그녀의 허벅지를 칠때 마다 철썩철썩 물튀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아아아----미진아 나온다-------
안돼 안에다 싸면 안돼-----
난 그제서야 허겁지겁 심벌을 빼내엇지만 너무 늦었는지 반은 미진의 계곡속에 나머지 반은 침대 시티를 적셨다.
우욱-----헉헉헉
휴--바보-----조절도 제대로 못하냐?
그럼 조절까지 할 줄 알면 그게 총각이냐-----헉헉
미진의 자신의 가슴에 엎드린 나의 얼굴을 들어 가볍게 키스를 합니다.
나 다음주에 결혼해------
이건 왠 뚱딴지 같은 소린지-----
정확히 말해 재혼이야------
점점더------
쉿----병진씨 더 이상 물으려 하지마-----
미진은 무언가 반문하려는 나를 먼저 제지하고 있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구룡사엔 다신 안올꺼야 --- 물론 병진씨와도 끝이고-----
그러니깐 오늘 이후로 나를 잊어-------
나도 병진씨 잊을꺼야------
좋아 계속 집적대지 않을테니 한가지만 묻자-----
내가 좋긴 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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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년 대답대신 고개만 끄떡인다.
고개만 끄떡이지 말고 말로하란 말이야-----
병진씨-----초파일날 얘기한 49제를 지냈다던 오빠는 내 남편이야-----
평소 오빠가 조아한 구룡사 주위에 오빠의 뼛가루 뿌렸는데----그 이후로 자주 구룡사를 들렀어
그런 가운데 병진씨를 본거구------
이것봐------
그녀가 핸드백에서 꺼낸 사진한장 --- 사진속에는 미진과 다정히 웃고 잇는 남자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나의 겉모습과 몹시 흡사하다.
어-----떻케
나도 첨엔 내 눈을 의심햇었어-----그런데 ---- 병진씬 우리 오빠와 몹시 흡사해---마치 오빠를 보고 있는거 같아
병진씨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까 물었었지 -----
대답하지 않을꺼야 ---- 아니 대답하기 싫어------
병진씨와 오빠를 영원히 나의 가슴속에 묻어 둘꺼야-------
미진아----까짓껏 같이 살면 되잖아-----
결혼 무르고 나랑 같이 살면 되잖아-------
병진씨는 아직 세상을 잘 몰라----병진씨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여 줄거 같아?-----
결혼했던 여자랑 결혼합니다면 병진씨 부모님들은 뭐라실까?------
4살난 내딸 --- 키울 자신있어?-----
--------------- 말문이 막힌다.-----자식까지 있다니----
그것봐----병진씨조차도 말을 못하고 있잖아----
미진아--------
그날 미진과의 거친 섹스를 한바탕 더 치른 후에야 잠이 들었었다.
담날 아침 부시시 눈을 뜨자 미진은 보이질 않고 전화기 앞에 쪽지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병진씨-----너무 고마웠어-----그러구------영원히 사랑해-----죽을때까지----]
아빠 너무 써----
왜 애한테 칡차를 시켜줬어?
마누라는 얼굴을 찡그리고 잇다.
민수야 이거 먹으면 씩씩해져-----호랑이도 이길수 잇다----
정말?---- " 그럼-------"
와 그럼 파워울트라캡션짱 되는거야
그래 암튼 그거돼------
여보 그래도 이렇게 당신하고 민수하고 구룡사에 오니깐 넘좋다
우씨----아까까지만 해도 뾰루뚱해 있더니만
내가 언제?-------
됐다----됐어------
내년에도 우리 구룡사 다시오자-------응-----
아서라 --- 다신 안온다------
왜?
너무 아프다-----
뭐가 아파?
암튼 마니 아퍼-------
마누라는 큰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