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49화
야화 49화
두 검이 몸 안으로 녹아 들어가 검강으로 펼칠 수 있는 신공 절기는 평생 한 번 시전 할 기회가 있을지 의심스러울 만큼 가공한 것이라는 것과, 동굴의 비밀도 밝혔다.
유가신공을 얻게 된 과정과, 유가신공을 섭영공과 혼용하여 사용하게 된 모든 것을 속 시원하게 털어 놓았다. 그러나 끝까지 천면신마의 무공을 얻었다는 진실만큼은 감춰 두었다.
"무림의 복이로구나. 앞으로는 강호 무림과, 관아 사이의 갈등도 너희 두 사람이 개입을 한다면, 일사천리로 풀릴 것이로구나 참으로 무림의 복이로다 아미타불..."
산 속에서만 살아와서 물에는 약한 천 풍림이 수상자(水上子)와 취어자(取魚子)를 따라다니며 노를 젓는 법과 그물을 치는 법을 배우기 시작을 하였다. 바늘 가는데 실 따라 간다고, 한시도 천 풍림 곁을 떠나지 않는 함녕 공주도 요즘은 제범 노질을 하게 되었다.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 함녕 공주는 물에 익숙하다고 하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물 속으로 뛰어들 함녕 이었지만, 차마 수하들 두 사람 앞에서 물 속에 뛰어 들기는 좀 그랬나 보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면서도, 밤에는 북경 서고에서 가지곤 온 책을 늦게까지 탐독을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함녕이 머리를 내두를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 들며 질문을 퍼부었다. 그 바람에 함녕도 많은 공부가 된다고 하였다.
반 년 가까이 되면서 금전표의 새끼들의 등치도 어미만큼 커졌다, 암컷은 표화 수컷은 표웅이라고 불렀는데, 집 앞 커다란 귀목(櫷目)나무 위를 둥지로 삼고 있었다.
당산 나무라고도 하는 느티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가지의 갈래가 많아서, 어미하고 세 마리가 모두 이 느티나무 위에 은신을 하고 있다 가, 두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쏜살같이 뛰어 내려와서 엉기고 재롱을 떨었다. 그것이 귀찮아서 집으로 돌아 올 때는 날 짐승 세 마리를 잡아서 선물로 던져 주면, 먹이를 물고 곧 바로 나무 위로 올라가 버린다.
"어떻소 봉노파(鳳老婆)와 황노야(凰老爺)로 변용을 하고 무림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찰거머리는 어떻게 하고요?"
"제남의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에게 비밀리에 유람선 한 척을 구하도록 하여, 그것을 끌고 다니면 번거롭지도 않고 좋지 않겠소?"
"개방에서 가진 것 같은 유람선을 말 하는 것이로군요?"
"어구를 준비하여 두면, 투망 질을 해서 고기를 잡아 먹으면 되고, 밤에는 배 안에서 잠을 자는 어부 행세를 하다 보면 일 년이 어찌 지나 가는 줄 모를 것이오"
"그래요 당장이라도 그렇게 해요"
"그러려면, 우리는 수로를 잘 모르니 황하에서 장강(長江)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지류(支流)가 어디 어디에 있는지 도사위소(都司衛所)에 가서 군사 기밀 지도도 얻어 와야 할 것이오."
"내일 내가 위소에 가서 사흘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하도록 지시를 해 두고 오겠어요"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오. 여기 설계도를 그려 놓았는데, 배 중앙에 가옥(假屋)을 세우면 앞이 내다 보이지를 않아서 노질을 할 수 없지 않겠소? 그래서 고안 한 것인데, 벽면 위 반을 접어서 아래로 내려 두었다가 밤이 되면 위로 다시 접어 올려 비바람을 막을 수 있게 해야 되고, 배의 앞 부분인 이물에는 화덕을 준비하여 차를 끓이거나 고기를 굽도록 해 둬야 하지 않겠소?"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가옥 바닥에도 따뜻한 호피를 깔아야만 하겠군요?"
"함녕이 겨우내 배 안에서 지낼 것이라고 말 해 두면, 어련히 알아서 준비 하지 않겠소?"
"유람을 떠나기 전에 남경에 다녀와야 하지 않겠어요?"
"내일 새벽같이 갔다 가 어둡기 전에 돌아 올 것이니, 봉은 위소에 다녀 오도록 하구려"
9월 하순에 50대의 중 늙은이로 변용을 한 봉 노파와 황 노야가 유람선도 아니고 어선도 아닌 배를 몰고 황하를 동에서 서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을 하였다. 두 사람 모두 검은 장삼을 걸치고 있었다. 어부가 흰 옷을 입는다는 것은 가당찮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선상 생활에는 흑삼이 제격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강 바람이 시원 하게 느껴졌다. 비교적 물살이 잔잔한 강변을 따라 올라가는데, 강변의 경치도 산 속에서만 살아 온 이들에게는 아주 정겹게 느껴지기만 하였다.
"며칠 뒤면 찰거머리가 우리를 찾느라고 난리가 날 꺼 에요?"
"튄 줄 알 것이외다. 눈치를 챌 때쯤이면, 우리는 장강(長江)에 가 있을 것이니 설마 배를 가지고 갔으리라는 생각은 못 할 것이오"
"그렇지만 않아요! 개방에서는 조금만 색다른 사람이 나타나도 끈질기게 따라 붙거든요?"
"색다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오?"
"그 보다는 육두자 일행을 어찌 보고 있지요?"
"건문제 휘하에서 제법 쓸만한 인물만을 모은 육두자의 안목이 놀랍다고 생각하지 않소?"
"아직도 부황(父皇)에 대한 적의는 가시지 않았으나, 나에게만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 오고 있는 것 같잖아요?"
"그들이 계속 저항 세력으로 남아 있었다면 조금은 머리가 아팠을 것이오"
"그것만으로도, 나는 큰 성과를 얻었다는 생각에 만족을 하고 있어요"
"육두자에 관해서 라면, 이제는 우두머리인 육두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 두면, 머지 않아서 좋은 손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오"
"황의 말을 듣고, 나와 보기를 너무 잘한 것 같아요"
"내 나이도 이제 스물 하나요.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 볼 생각이오" "어떻게요?"
"기왕에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면 좀 더 얼굴을 넓혀 두는 것도 좋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오"
"호호호... 봉 파파와 황 노야의 얼굴을 넓혀서 어디에 써먹게요"
"함녕 공주의 자리가 따로 있고 봉 파파의 위치가 따로 있는 것 아니겠소? 무림에서 또 한 사람의 봉 파파와 황 노야라는 인물을 만들어 놓는 것이오"
"무림 삼선은 금방 눈치를 챌 텐데요?"
"그것이 노림 수 인 것이오, 유가신공을 사용하는 두 노부부가 등장을 했는데 파파는 봉, 노야는 황이라고 했으니, 그 세 사람만은 알아 볼 것이며, 우리를 알아 보아야 지원 세력이 될 것 아니겠소"
"호호호... 노 부부의 명성이 굳어지기 전까지는 삼선의 위세를 빌려 쓰겠다는 심산이로군요"
"그래서 가는 길에 소림사에도 들려 볼 생각이오?" "들려서는 요?"
"무도(武道)의 끝이 어딘지, 무도에 미친 두 늙은이가 소림의 무공을 한 수 배우려고 왔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오" "그래서요?"
"무례하되 무례하지 않는 아슬아슬한 선에서 대결을 유도하고, 절대로 패하지도 않되 승리하지도 않는 불승불패(不勝不敗)의 기록을 유지하는 것이오"
"호호호... 각 문파의 콧대를 꺾어 놓을 생각이로군요?"
"아니오! 개방의 타구 삼절초를 보고 느낀 것이지만, 아무리 훌륭한 무공 초식이라고 하여도, 그 시전하는 사람의 소양과 화후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겠소? 대결을 하면서 상대방이 구사하는 초식을 배우고, 그 초식으로 상대를 해 나간다면, 우리는 각 문파의 무공 초식을 견식하게 되는 것이고, 상대방은 자신들이 몰랐던 오의를 깨닫게 될 것이니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 아니겠소?"
"져도 자기네 무공 초식에 진 것이 되겠군요?"
"거기가 어려운 대목이오! 결코 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대는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초식을 다 동원 할 것이라는 것이오...그러고도 이기지 못하였을 때, 이쪽이 한 발 물러서며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는 정중한 인사를 남기게 되면, 어디까지나 불승 불패의 대결이 되는 것이오"
"어디에서 그런 꾀가 생각이 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