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48화
야화 48화
육두자에게 손님을 잘 모시도록 신신 당부를 하고 태산 산 속으로 돌아 갔다. 취아선의 기나긴 이야기가 끝이 났을 때는 밖이 어둑어둑하여졌고, 육두자가 들어 와서 방안에 불을 밝히고 술과 저녁 저녁식사가 들어 왔다.
"아미타불...그럼 파안섭영의 섭영공과 소안독심의 심독공을 십 성 연마한 것이란 말이지?"
"무량수불...마교의 움직임은 어찌 생각 하느냐?"
"마교라고 해서 별 수가 있겠느냐? 소안독심과 파안섭영이 직접 나서서 태안에 있는 마교도의 본거지와 태안반점을 몽땅 불태워 없앴는데"
"그 사부들은 어떻게 알고 그렇게 적시에 나타났다는 말이냐?"
"무림 초행인 제자들이 걱정 되서 찾아 나섰다가, 마침 내가 허둥지둥 가는 것을 보고 내 등짝에 그림자가 달라 붙은 모양이더라, 그리고는 내가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소리를 듣고 일을 벌렸다고 들었다"
"남경 기루는 그 연속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찌 양편 모두가 조용해졌느냐?"
"이런 염병을 할 놈들! 내가 이야기 할 때는 뭘 들었느냐? 역병이 돌아서..."
"참 그랬다고 했지?! 이놈아 형님들 나이가 되어 봐라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지랄들 하고 자빠졌네! 네 놈들이 정녕 이 형님의..."
"아미타불... 네 놈이 형인지 우리가 형인지 그것 마져 가물가물한 것을 어찌 하란 말이냐?
"무량수불... 지켜 본 결과 인품은 어떠하더냐?"
"보면 모르겠느냐? 그 나이에 술 한잔을 마시지 않고, 그만한 신분이면 시녀를 두고 호의호식을 할 수 있는 처지인데도, 사부 소안독심과 살던 산골로 들어가서 호젓하게 두 사람만이 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것 아니냐? 내가 감탄을 한 것은 수하를 자청하고 나선 육두자란 놈에게 황금 천 냥을 선뜻 내 주고도, 오늘 날까지 어디에 어떻게 썼으며, 남은 돈은 얼마고 하루 수입은 얼마나 되느냐고 한마디쯤은 물었을 것인데. 일체 모른 체하고 있는 대인의 풍도(風度)란 말이다"
"든든한 배경이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이는 것 아니냐? 무량수불..."
"네 놈은 든든한 배경이 없어서 그리 비쩍 말랐느냐?"
"사돈 남 말하네! 콩알만한 니 놈은 어떻고?"
"아미타불...또 시작이냐? 어느 정도라고 보느냐?"
"최 고수 열 다섯이 전력으로 덤벼도 지 놈들 두 수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 그 열 다섯에 우리도 끼어 있다는 말이 아니냐?"
"대까치야! 흥분 할 것 없다. 이번 녹림 총채를 때려 부수는 것을 보고 반초식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정도란 말이냐?"
"우리는 헛 세상을 살아 온 것이다. 대까치 네 놈이 아무리 검의 달인이라고 해도 그림자를 벨 수는 없지 않겠느냐? 돼지 네 놈은 흔적도 없이 퍼지는 독을 처먹고도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
"아미타불...콩알 같은 네 놈은?"
"이 놈아! 콩알 보다 작은 좁쌀이라고 해도, 벼락치는 번개를 피할 길은 없단 말이다. 그런데 그 것뿐이 아니란 생각 때문에, 그 두 년 놈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붙어 있는 것이란 말이다"
"무량수불...뭐가 또 있는데?"
"미련한 놈! 정작 석양부와 여명부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묻지를 않느냐? 그 음양부의 전설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 놈들에게 접근을 한 것인데 정작 한 번도 음양부를 쓰는 것을 못 보았단 말이다"
"소매 속에서 들랑날랑 한다면서?"
"그 소매 속을 아무리 뒤져도 없으니 하는 말 아니냐? 전설이 이루어진 것만은 확실한데, 그 위력이 어떠한 것인지는 털끝만큼도 내 비치지 않으니 환장을 하는 것이지. 그뿐만이 아니라, 그림자가 말을 한방에 내리치는데, 그림자의 손이 우리 손 다섯 배 크기는 되더란 말이다"
"대수인(大手印)! 혹시 잘못 본 것 아니냐?"
"돼지야! 내 눈이 네 놈 눈깔처럼 살 가죽 속에 파묻힌 줄 아느냐?"
"그렇다면 유가신공을 수련하였다는 말인데... 옳지 네 놈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아미타불..."
"뭐가 말이냐?"
"우산을 내 던지고 번개가 쳤다는 것은, 사대천왕인 증장천왕(增長天王)을 상징하는 것인데, 유가신공이라면 대뢰음사(大雷音寺)의 대수인과 연관이 지어지는 것 아니냐?"
"히히히...내 고민이 하나 풀렸다. 그 것이 목에 걸려 밥도 넘어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이 놈 들에게 낚싯밥을 던져서 실토를 하게 만들어야지"
"호호호... 그럴 것 없어요! 숨긴 것이 아니고 묻지 않았으니, 대답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떠벌리고 다닐 수도 없잖아요?"
"너 너 너...어디에 숨어 있는 것이냐?"
"시숙 등짝에 찰싹 달라 붙어 있어요 호호호... 아이 냄새..."
"너 너, 얼른 모습을 보이지 못 하겠느냐?"
"호호호... 몸은 산 중에 와 있고, 그림자만 남겨 두고 왔는데, 그림자하고 한 번 놀아 볼래요?"
취아선의 등 뒤에서 그림자가 벌떡 일어 서는 것을 보며, 돈불선과 죽도선이 기절을 하듯 놀랐다, 종잇장처럼 얇은 그림자가 일어 서서 걷는데 청죽루가 쾅쾅 울렸다.
"야 야 야 야, 꿈자리 사납다 내일 보자!"
"호호호...시숙하고 밀월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호호호..."
웃음 소리만 남기고 그림자가 연기 꺼지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삼선 세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 그들이 뻥하니 입을 벌리고 할 말을 잃고 있었다.
"히히히...보았지? 이것은 맛 보기에 불과하단 말이다. 히히히..."
다음날 오시가 가까워서야 두 년 놈이 나타났다. 베실베실 웃고 들어 오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없는 것이다.
"아미타불... 손님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야..."
"호호호... 돼지 시숙! 누가 손님인데요? 우리는 형제간이며, 한 가족이 아니었던 가요? 호호호..."
"무량수불... 형제와 가족 사이에 숨기는 것이 있으면 안 되지"
"호호호... 말라깽이 시숙! 그럼 어디 바지를 홀랑 벗어 봐요? 왜 벗지를 못 하지요? 호호호... 가족 간이라도 감춰야 할 것이 있고 들어 내도 좋을 것이 따로 있는 것 아닌가요?"
"히히히...미련한 놈들이 뭘 알겠느냐? 음양부의 전설과 유가신공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겠느냐?"
"말하면? 찰거머리는 떨어져 나갈 생각이야?"
"히히히...우리는 가족이고 내 집이 여긴데, 가면 어디로 가겠느냐?"
"호호호... 간다고 하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여기 있겠다니 그럼 말해 줄께"
두 분 사부들의 애타는 사랑이야기와, 제자를 바꾸어 거둬들인 이야기부터 시작을 하여, 그래서 8성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였던 것을, 음양부가 합쳐지며 서로 도끼를 바꾸고, 음양 합환 대법으로 서로의 양기와 음기를 융합하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