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15화
야화 15화
"그런데 어떻게 알고, 네 놈들 사부가 그렇게 적시에 나타났단 말이냐?"
"호호호...사부님 말씀으로는, 우리 흔적을 찾고 있는데, 소식통이 제일 빠르다는 거지 늙은이가 허둥지둥 뛰어 가는 것을 보고, 늙은이 뒷등에 찰싹 달라 붙어서 따라가 보았더니, 우리 두 사람이 태안 반점에서 독살을 당할 것이니, 그 다음의 움직임을 살피라고 지시 하는 것을 듣고 놀라서 우리에게 뛰어 왔다고 하더군요"
"내 등에 찰싹 달라 붙어?..."
"호호호...사부님이 한 번 달라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다고요"
"그런데 네 녀석들은 내가 이 배 안에 있다는 것을 어찌 알고 찾아 왔느냐?"
"사부가 한 번 달라 붙으면, 그 사람 등짝에는 영원히 사부님의 영혼이 들러 붙어 있거든요"
"뭬야?..."
청아수가 등짝이 가려운 사람마냥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먼지를 털듯 등을 털어 내기 시작을 하였다.
"호호호... 그렇게 쉽게 떨어질 혼령이 어디 있겠어요"
"그럼 너희도 아무 등짝에나 들어붙을 수 있다는 말이냐?"
"그럼은요! 청출어람인데, 사부님들 보다는 우리가 한 수 위라고 요! 음양부의 전설이 우리 두 사람 몸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야지요"
"우리도 모르고 있었는데, 기루가 마교의 본거지라는 것을 어찌 알았느냐?"
"호호호...백도(白道)에서 마공이라고 하는 섭안술에 한 번 걸려 들면, 백도처럼 무지스럽게 분근착골법(分筋搾骨法)을 쓰지 않아도 술술 분다고요! 이래도 섭안술이 마도의 무공이에요?"
"쯧!...그래도 조금 심한 것 아니냐?"
"심하다고?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우리를 건드리면 어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지... 두 사부님이 가만 두지 않는 다고 했어"
"그 보퉁이 안에 든 것은 뭐냐?"
"호호호... 이젠 별것을 다 묻네! 내 속치마! 옷 좀 갈아 입게 밖으로 나가! 몰래 들여다 보다가는 등짝에 달라붙은 혼령이 늙은이 눈깔을 후벼 팔 꺼야"
"히히히...껍질을 벗겨 놓은 삶은 계란 같은 속살 구경 좀 한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좀 보면 어떠냐?"
"호호호... 나하고 밀월여행을 가고 싶어서 그래?"
"쯧!...너는 날이 갈 수록 하루가 다르게 입이 거칠어지냐?"
"호호호... 마교의 제자라서 그래"
"쯧...망할 년..."
"뭐라고 했어! 지금 뭐라고 했지?...."
"아니다 아니야!...그 놈의 말이 잘못 헛발을 디디고 미끄러진 것이다."
"다시 한 번만 그 딴 소리를 해 봐라! 두 번 다시는 상종을 하지 않을 것이니..."
하기야 공주에게 년자를 놓다니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아무리 허물 없고 가까운 사이가 되어도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 법이다. 이 정도로 눈 감고 넘어가는 함녕 공주가 대단하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셈이냐?"
"쯧!... 우리가 뭘 어떻게 하든 거지가 무슨 상관인데?"
"제수씨! 그렇게 삐질 것 없소... 노형이 소형제의 앞길이 걱정 되서 묻는데..."
"호호 호호... 노형이 걱정을 안 해 줘도 사부님이 걱정을 해 줄 것이니, 염려 내려 놓으시라고요"
"히히히... 사부는 남이지만, 형제지간에는 진한 피가 통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세설 늘어 놓을 것 없단 말이에요... 사부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과제가 있어서, 한 1~2년 동안은 시숙을 만나 볼 기회가 없겠네요"
"나를 떼어 놓겠다는 것이냐?"
"그럼? 언제까지나 붙어 다닐 생각을 했단 말이에요?...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틈이 없어요...우리 임무가 끝나면 개방을 통해서 시숙에게 다시 연락을 할께 요"
"내 뱃속에서 낳은 내 자식도 마음대로 안 되는 판에, 너희들을 어찌해 보겠다는 생각은 털 끝만큼도 없다... 다만 손속에 사정을 두기 바랄 뿐이다"
"낄 낄... 노형님하고 헤어지려니 눈물 대신에 웃음이 먼저 나오려고 하는데, 낄 낄... 일을 끝 마치고 나면 우는 얼굴로 노형님을 찾아 뵙겠소"
"잉, 잉... 눈물 나게 고마운 소리다...내가 네놈 짝을 찾아 주었는데..."
"노 형님 우리는 그만 가오..."
"찰거머리를 떼어 놓았더니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것 같네요...이제 어떻게 할 거 에요?"
"계획대로 그대는 황태자 곁에서 황태자를 지키면 될 것이고, 나는 변장을 하고 남문가(南門街) 시장에서 환쟁이 노릇을 해야 하지 않겠소?"
"황금전장에 파고 들어가는 길이 그 길 말고도 많이 있는데 왜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이지요?"
"사부인 누님이 죽기 전에 내게 하신 말씀이, 무림에서 가장 조심 해야 할 상대는 녹림과 황금전장이라고 했소...녹림의 세력은 황하와 장강을 장악하고 있는 이외에도, 구석 구석 파고 들지 않은 데가 없다고 했소. 특히 황금전장은 상인이라고 해서 무림에서 무심히 봐 넘기는데, 황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했소"
"전장(錢庄)을 지키기 위해서 고용한 무림의 고수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장주(庄主) 적금산(積金山)이 많은 돈을 주고, 비급을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소? 그 뿐인 줄 아시오?... 적금산이 무시 못할 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고 했소... 사부인 누님이 유언처럼 말씀 하신 것은 마병기(魔兵器) 중 천하제일이라는 은형철삭(隱形鐵索)을 회수하라는 것이었소"
"죽이면 간단한 것 아닌가요?"
"그럴 거라면 내가 왜 고심하여 어려운 길을 택하겠소... 적금산의 품 안에 뛰어 들어 은형철삭을 사용하는 절기를 알아 내야지, 무기만 회수를 하면 뭘 하겠소..."
"그럼 거처는요?"
"운래객잔(運來客棧)이 남문가 시장바닥과 가깝다고 하니 객잔에 방 하나를 잡아 두고, 오전 중에는 의원 노릇을 하고 오후에는 시장 바닥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환쟁이 노릇을 하며 적금산의 품안에 뛰어들어 갈 기회를 노리겠소"
"호호 호호... 조금 명성을 얻은 후에, 독을 쓸 생각이로군요?"
"그나저나 임자 치마를 벗겨야 하는데..."
"호호 호호... 밤에는 매풍장원(梅楓莊園)에 있으니, 그리로 오면 되지 않겠어요?..."
"낄 낄... 시녀는 될 수 있으면 적게 두도록 하구려..."
"나 죽는다고 소리치는 것이 겁나나 보지요?... 홋 홋 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