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14화
야화 14화
"낄 낄...거지 늙은이의 기를 아주 기를 죽여 놓을 생각이구려! 그나저나 섭영공(攝影功)에 유가신공의 천안(天眼)과 천이(天耳)를 혼용 하니 그 효과가 놀랍구려"
"내가 뭐라고 그랬어요. 앉아서 천리 서서 구만리라고 했잖아요?!"
"8성과 10성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인지는 몰랐소"
"그보다는 입신지경과 신화경의 차이일 것이에요. 거기에 동굴 안에 있는 동안, 공력이 반 갑자 이상 더 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대 덕에 이중 삼중으로 크나큰 덕을 보고 있소"
"피이~ 어림 없는 소리 말아요! 황 덕분이 아니라면, 오늘 같은 경우 속절 없이 독을 당하고 쓰러졌을 것이에요"
"그래서 생각난 것인데, 사부인 누나의 그림을 보았을 테니 그 얼굴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대가 사부인 누님이 되고, 나는 파안섭영 사부 행세를 하는 것이 어떻겠소?"
"호호호...백련교 놈들이 기절초풍을 하겠네요 호호호..."
"큭큭큭...제자를 죽인 놈들 복수를 하기 위해서 두 사부가 등장을 한 것이라오 크크크..."
"아아~ 재미 있어..."
걸어가면서도 풍엽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을 하더니 사부인 누나의 얼굴이 되었다. 거울을 들여다 보 듯, 그 얼굴을 쳐다 보며 공주의 얼굴이 소안독심의 얼굴로 변해 갔다.
"되었소 되었어! 바로 그 얼굴이오! 아아 그리운 얼굴을 다시 보니 마음이 울컥해 오는구려"
풍엽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자, 공주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을 하더니, 파안섭영의 얼굴로 변해갔다.
"얼른 이 얼굴로 변해 봐요! 다시 한 번만 눈물을 흘린다면, 사부인 누나로 변모하는 놀이는 하지 않을래요"
"흐흐흐...마음이 찡하게 울려 오는 바람에 그만... 알았소 어떻소? 이 얼굴이면 되겠소?"
"호호호... 노야!"
"얼굴 용모만 같으면 뭘 하겠소, 노야의 목 소리로 말을 해 보구려"
"공주! 네가 이렇게 훌륭한 짝을 만나다니, 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사부의 체면을 봐서 눌려 살지는 말아야 한다. 알아 들었느냐?"
"이 이런 개 뼈다귀 같은 놈! 공주면 대수냐? 확 깔아 뭉개! 파안섭영의 제자에게 깔리기만 해 봐라"
"호호 호호... 호호호..." "낄 낄... 낄 낄 낄..."
태안반점에서 점심을 시켜 먹던, 젊은 두 남녀가 그대로 탁자 위에 고개를 쳐 박고 엎어졌다. 그 것을 기다리고 나 있었다는 듯 두 놈씩 네 놈이 달려들더니 술 취한 사람을 부축하듯 부축을 하고 나갔다.
"에잇! 젊은 양반 들이 대 낮부터 술에 취해 가지고... 이 봐요 정신 차려요?! 이 봐요?!..."
보는 사람들 들으라고 큰 소리로 연극을 해 가며, 지하로 끌고 내 려 갔다. 대기하고 있던 40대의 장한이 점원들에게 지시를 하였다.
"창고에 쳐 박아 두었다가 날이 어두워 지거든 장원으로 싣고 오너라. 나리께서 따로 지시가 있으실 것이다. 엣다 오늘은 아주 잘 했다. 술이라도 한 잔 걸치거라"
밖으로 나가는 장한의 그림자 속에, 풍림의 그림자가 파묻혔다. 그리고 점원 네 놈이 그 자리에 풀썩 고꾸라졌다.
"아니? 조금 더 기다렸다가..."
"기다릴 것 없어요! 황 이외에 다른 사람이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참지 못해요"
소매 속에서 번쩍하고 석양부가 튀어 나오더니, 공주를 부축했던 두 놈의 손 목 네 개가 달랑 잘려 나갔다. 참으로 독한 솜씨였다.
태안반점을 빠져 나온 그림자가, 장한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따라가 장원 앞에 나타났다. 공주의 사부인 파안섭영과 소년의 사부이며 누님인 소안독심이었다. 거침 없이 장원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데 이들 두 사람을 알아보고 기절초풍을 하는 늙은이 앞에, 반점에서 그림자를 달고 온 장한이 서 있었다.
"우 우 우호법 좌 호법님..."
"크크크... 오랜만이네!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의 제자를 죽이려고 해?"
"그 그 그게..."
소안독심의 눈빛이 야릇해졌다. 처음으로 시전을 하는 섭안술(攝眼術)인 것이다. 늙은이의 눈 빛이 몽롱해지기 시작을 하였다.
"남경은 기루(妓樓)란 말이지...그리고 제남은? 뭐야? 그래 그래 그 주점이라면 나도 알지... 그 다음 북경은?...그것으로 되었다. 총 본산(總本山)에 가거든 소안독심과 파안섭영을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보라고 일러라. 우리 두 사람의 제자에게 독을 먹인 네 놈의 손목은 성하지 못하리라...그 다음 죽고 사는 것은 네 놈 운명이니라!"
아악~ 크윽~ 끄아악...
붉은 도끼바람과 살을 에는 듯 한 푸른 부망(斧網)이 장원 안을 뒤 덮고,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을 하며 장원이 불타 오르기 시작을 하였다.
"이 놈들아! 여기에서 무엇을 얻어 먹겠다고 얼쩡거리느냐? 우리 제자 두 아이가 남경으로 가면서, 취아선 늙은이에게는 남경에서 보자고 하였느니라. 그렇게 전하여라! 뭘 하고 있는 게냐?"
버럭 내 지르는 호통소리에 놀라서 망을 보고 있던 거지 두 놈이 화들짝 놀라 꽁무니를 뺐다. 파안섭영으로 둔갑을 한 소년 풍림의 눈길이 바위를 노려 보았다.
"이 노~옴! 네 놈도 백련교도겠지?"
끝까지 숨을 죽이고 숨어 있던 거지 한 놈이, 놀란 토끼마냥 후다닥 꽁무니를 빼고 튀었다. 마지막 한 놈이 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두 늙은이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앙천대소를 하였다.
"껄껄 껄껄..." "후어 후어 후어..."
"하하하...그것은 부엉이 울음소리를 닮았지 않소? 껄껄 껄..."
"후어 후어... 늙은이 흉내 내기도 쉽지가 않네요. 갑시다 반점을 태워 없애고, 그놈들 도륙(屠戮)을 내야 내 심사가 풀리지"
"너무 심한 것 아니오?"
"그래서 본보기가 무서운 것이에요. 처음에 어정쩡하면 만만이 보게 되요. 그리고 북경과 남경 사이는 완전히 청소를 해 둬야, 다음 우리가 활동하기 편하지 않겠어요?"
사흘 후.
남문로 호성하(護城河)를 등진 번환 거리에 있는 기루(妓樓)가 불 타 올랐다. 야밤중에 불타 오르기 시작을 한 불길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40여 구의 남녀 시신이 발견 되었는데, 마교의 본거지였다는 소문이 하루 아침에 쫙 돌았다. 그리고 열흘도 못 되어 말끔하게 치워진 자리에 새로 장원을 짓는 공사가 시작 되었다.
북하진(北河鎭) 나루터에서 유람선 한 척이 강심으로 미끄러지듯 나타났다. 유람선 중앙에는 가옥(假屋)이 있어 안에서 미닫이 창문을 열고 봄을 관상 하는 것이다. 격에 맞지 않게 늙은 거지와 젊은 두 남녀가 타고 있는데 탁자 위에는 간단한 주효가 마련 되어 있었다.
"놀랍구려! 개방에서 이런 유람선을 다 가지고 있다니"
"염병을 할... 네 놈들 사부가 살아 있다는 말은 왜 하지도 않았느냐?"
"노형이 언제 묻기나 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