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12화
야화 12화
"히히히... 히히히... 달라 붙은 것을 보니 전설을 알고 있었구나?"
"알고 있었으면?..."
"히히히...계수씨! 시숙에게 앙칼지게 그러는 것이 아니라네! 그렇지 않은가 동생..."
"호호호... 삼선 중에서 시숙이 제일 정의롭고 까다롭다더니, 여우인줄은 몰랐네 호호호..."
"이 보게 아우! 밤은 길다네! 내가 저렇게 허옇고 달 덩이 같은 아낙을 중매를 했는데, 술상을 다시 봐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하시지요! 허나 우리 두 사람이 찰싹 달라 붙어야 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소?"
"황!..."
"히히히... 이 사람아 하루쯤 쉬면 어떤가...쉬엄쉬엄 해도 되지 않겠는가?"
"안 될 말씀이오! 풀이 마르면 들러 붙지를 않는단 말입니다"
"잉? 처음 듣는 소리네! 그 짓도 풀을 쑤고 풀칠을 해야만 하는가?"
"아아~ 물론이오! 풀을 쑤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단 말입니다"
"쯧! 그럼 붙었다 떨어질 동안만 나는 옆 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음 세"
"호호호... 거 봐요 황! 내가 찰거머리라고 했지요?"
"찰거머리는 소금을 뿌리면 된다오"
"어느 독으로 고를까요? 소양산... 아니면 학정홍이나 칠보 단혼산?..."
"야야야 야! 아직 초저녁이란 말이다. 무림 정세는 듣지 않아도 되겠느냐?"
"호호호...오늘만은 봐주지만 앞으로는 길게 말 하기 전에 알아서 꺼질 때 꺼지지 않으면, 바지 안에 똥을 싸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
"히히히...너희들이 언제 붙을지, 내가 어찌 안다는 말이냐?"
"노 형님! 그 건 간단 하다오. 내가 풀 하면, 듣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 나서 번개같이 뛰지 않으면, 아마도 일어서기 전에 바지 안에 설사를 해야 할 것이오! 지금 실험을 한 번 해 보겠소?"
"이 이런 염병을 할... 상종 못할 인간들 같으니 라고..."
"호호호... 이것이 뭔 줄 알겠어요?"
공주의 소매 안에서 석양부가 불쑥 튀어 나왔다가 들어갔다, 그런 다음 자랑이라도 하듯 소매를 걷어 올렸는데 도끼는 아무 데도 없었다. 취아선의 눈이 천 풍림에게 향한 것은 너도 마찬가지냐는 말이나 같았다. 풍림의 소매 안에서 새벽처럼 싸늘한 여명부가 불쑥 튀어 나오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마 공주의 팔뚝은 뒤지지 못하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거지 영감이 풍림의 팔을 걷어 부치며 아무리 이리저리 뒤져 보아도 도끼를 찾을 수가 없었다.
"호호호...전설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 뿐이에요...위세를 부리려는 것이 아니고 사실을 말 하는 것이지만, 현 무림의 최고 고수라는 15명이 전력으로 우리를 공격 해도, 우리 두 사람의 두 초식을 견디지 못해요...이 말을 하는 것은 그것을 머리에 두고 무림 정세를 이야기 해 달라는 것이에요"
"흘 흘 흘... 우선 제일의 적은, 건문제(建文帝)의 잔당일 것이야. 너무 몰아쳤거든! 만약 공주라는 것을 안다면 제 일의 목표가 될 것이야"
"황제의 딸로 외진 북경에만 있었고, 별로 나들이를 하지 않아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 걱정은 없을 것이에요! 어떤 거지 늙은이가 입을 떠벌이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고...허나 남경의 민심은 영락제에게서 많이 이탈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야!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는데, 두 사람이 서서히 민심을 수습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야. 양날의 칼이라서 자칫 스스로가 다치기 쉽다네"
"노 형! 말을 입 안에서 우물거리지 말고 그냥 알아듣기 쉽게 확 뱉어 버려요"
"히히히...그래 그래! 이를테면 두 사람은 개구리 같다는 말이지. 물에서도 살고 뭍에서도 사니, 남 보기에는 양서동물 같아 부러워 보이겠지만, 자칫하면 물에서는 가물치에게 쫓기고, 뭍에 나와서는 뱀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일세"
"호호호... 참으로 도움이 되는 의견이로군요. 무림인 들은 황실의 공주가 무림을 간섭하려 든다고 할 것이며, 황실에서는 공주가 무림인과 어울린다고 비난 한다는 말이로군요? 헌데 내가 공주라는 것을 아는 무림인이 누가 있겠어요. 아주버님이 나를 팔아 먹지 않는 이상 그 염려는 없겠군요"
"낄 낄 낄... 처음에야 모르겠지! 허나 튀어나온 못은 대가리를 얻어 맞는다고, 반 년이 못 가서 탈이 날 것이야! 무림인들 만큼 집요한 집단도 드물다는 것을 알아야지. 상대가 강하다 보면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서, 상대를 죽이 거나 아니면 유화책을 써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신상부터 캐는 것이지"
"알아 들었어요. 그 다음은요?"
"뭐니 뭐니 해도 마교의 무리들이야! 십여 년 이상 소식이 뚝 끊겼던 우호법 좌호법의 전인이 나타났으니, 마땅히 끌어 들이려고 할 것이나, 신분이 공주라는 것을 알게 되면,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형국이 될 것이야"
"내가 공주라고 해서 왜 뱉어야만 하지요?"
"진정 몰라서 묻고 있는 겐가? 명의 개국 공신들 중에는 마교에 몸 담은 사람들이 많았네. 그런데 홍무제(洪武帝)는 말년에 이들 개국 공신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역모 죄로 몰아 처형을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후손인 공주를 받아 들이려고 하겠는가?"
"호호호...쓸모 있는 고강한 무공을 가졌으니 끌어 들이자는 편과, 황실에 반기를 든 반대 파는 죽여야 한다고 할 것이고...결국은 거기에서도 개구리 꼴이 되고 말았군요"
"웃을 일이 아닐세! 그만큼 처신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네. 건문제의 잔당이 도망 칠 곳이 어디인가? 산 속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면 절이나 암자 그리고 무인들은 녹림에 투신을 하게 되니, 적이 사방에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란 말일세"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끄지 않을 수 없어서, 일일이 끄다 보면, 이 번에는 마인이라는 비난을 듣게 되겠군요"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손속에 사정을 둬야 할 것이야...자 나는 가네 풀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소! 파리 떼가 귀찮다고 해서, 파리채로 파리를 잡아 죽이듯 그 모두를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니, 살짝 변신을 하면 어떻겠소?"
"칠면조가 되자는 말이로군요?"
"그렇소 소안독심과 파안섭영의 제자인 함녕 공주와 천 풍림이 있고, 또 한 편으로는 나이 60쯤 되는 중 늙은이 봉 노파(鳳老婆)와 황 노야(凰老爺)가 있는 것이오"
"호호호... 봉 노파는 유가신공을 쓰고, 함녕 공주는 잠영신공만 쓴다는 말이로군요 호호호... 그러려면 옷은 어찌 바꾸어 입지요?"
"안팎으로 검정과 흰색으로 옷을 지어 입으면, 때에 맞춰 뒤집어 입으면 되지를 안겠소?"
"호호호... 그럼 검은 색은 소녀, 흰색은 노파로 정하면 죄겠군요"
"그런 옷을 어디에서 맞춰 입느냐 하는 것이오"
"아무 옷 가게에서나 지어 입으면 들통이 난다는 말이로군요"
"간단한 생각 같지만, 자칫하면 무림인 들에게는 유행으로 번지기 쉽다는 것이오"
"걱정 말아요 한 번은 남경에 들려야 할 것이니, 궁중의 상의국(尙衣局)이나 건모국(巾帽局)에 의뢰를 하면, 흑백과 청홍을 섞은 화려한 의상도 지을 수 있을 것이에요"
"나 여기 있소! 하고 소문을 낼 작정이오!"
"아니에요! 풍림은 청색이 잘 어울리니, 청과 흑으로, 나는 담홍(淡紅)과 백색으로 짓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