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원하던-상
그토록 원하던-상
미치도록 따먹고 싶었던 년이 있었다. 맘에 드는 여자를 따먹으려는 욕망이야 남자의 당연한 본능이겠지만, 그녀는 유독 시리 나를 미치게 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강의실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장면이.
"야, 석아. 쟤 이름 뭐냐?"
"누구?"
제대 후 갓 복학하여, 어색하기 짝이 없는 기분으로 학교에 발 디디기 시작했던 나.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같은 처지의 복학생 친구와 강의실에 나란히, 그리고 멍하니 앉아있었을 뿐이었다.
"가운뎃줄에서 앞에서 세 번째 왼쪽 자리."
우연이라면 우연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마냥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필 그 순간 한 여학생의 모습이 클로즈업이라도 되듯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말이다.
"잘 모르겠는데. 왜?"
"아니, 그냥. 우리 과인가 해서."
"우리 과면 왜? 맘에 드냐?"
거의 같은 시기에 입대해서 같은 시기에 제대한 학과 친구 환석이는 옆에서 꽤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나는 그 여학생의 모습을 계속해서 눈으로 훑었다.
그 당시의 그녀는 물론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겠지만, 굳이 첫 만남을 떠올린다면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너무도 격정적인 감정이었다.
사실 예쁜 여자에게 눈길이 가는 것이야 하등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때의 기분은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애는 얼굴이 눈에 띄게 예쁘다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 길거리 지나다니다 보면 흔하게 보게 되는 조금 반반한 정도의 얼굴?
보기에 따라선 귀엽지만 어떻게 보면 그리 이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하고 수수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첫 만남에서 내 눈길을 그토록 오래 잡아끌었던 이유는 그 수수한 얼굴 때문이 절대 아니었다.
그 미치도록 풍만한 빨통....
아, 나는 지금도 그 짜릿한 장면을 뇌리에서 지우지 못한다.
얇은 파랑색 니트 위로 탐스러운 멜론처럼 부풀어 오른 그녀의 젖 모양을, 그 환상적인 윤곽을.
사실 그 애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그 후로도 강의실에서 세 번 정도를 더 지켜보고 난 다음이었다.
나는 그 애를 볼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얼굴부터 본 적이 없었다.
무조건 가슴을 먼저 보고 그다음 얼굴로 시선이 올라가는 순서였다.
단언컨대, 그녀의 수수한 얼굴은 내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빵빵한 젖통과 대조되는 수수한 얼굴이 오히려 더욱 성욕을 부채질했으니 그런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겠지.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확실히 나는 풍만한 유방에 일종의 페티쉬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군대에서 사귀었다가 우습게도 전역 무렵에 헤어졌던 여자친구는 확실히 너무 말랐었다.
만질 것이 없는 몸을 주무르는 데 한창 지겨움을 느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욕망이 더욱 컸었던 것이리라.
다음 여자친구는 꼭 C컵 이상의 물컹한 쿠션감을 가진 여자였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던 시기였다.
원래 내가 가슴에 페티쉬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 시기에만 유독 그랬던 것이 그녀를 만남으로 인해 굳어진 것인지는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표현이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나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 환상적인 가슴에 매료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얼굴도 제대로 기억 못하면서 가슴을 보고 반해버리다니, 나란 놈이 참 웃긴 놈이라는 것도 그때 새삼 깨달았었다.
"유환석."
"예."
그때부터 나는 그 애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 어렵진 않았다. 그 애의 입 모양이 보이는 자리로 이동한 후 어느 이름에서 대답을 하는지를 두 번 정도만 자세히 주시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정소미."
"네."
그리고 나는 복학 후 두 번째 수업에서 그 여학생의 이름이 정소미(가명)라는 사실을 알았다.
학과에서 아웃사이더 수준으로 겉돌지는 않았다. 선후배들과도 그럭저럭 어울리며 지냈고, 노는 자리에도 제법 참여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소미라는 애가 오히려 아웃사이더라는 점이었다.
수업에서도 늘 같이 앉는 무리하고만 앉는 듯했고, 과 행사나 수업 외적인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한 서너 명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 그녀의 친구들 무리를 떠올려보면 소미를 제외하고는 (이런 표현은 정말 죄송하지만) 순 찐따같은 년들뿐이었다.
하기야 소미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그 독보적인 빨통을 제외하면 그리 잘난 것이 없는 여자였다.
환석이는 자꾸만 저런 애가 어디가 이쁘냐고 했지만 원래 만만한 애를 따먹고 싶어지면 먹기 전까지는 더 갈증이 나는 법이다.
게다가 그 만만한 애가 알고 보니 만만하지 않은 애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더더욱.
늘 같이 다니는 애들하고만 다니는 소미의 주변 환경을 보아하니 시간을 끈다고 해서 도저히 마땅한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래 학번의 같은 학년 후배들에게 티 안 나게 수소문해본 결과 나보다 두 학번 아래의 같은 과 후배라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
그 외의 다른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연애의 감정을 느껴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어떻게든 한번 넘어뜨리고 싶어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에겐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수도 없이 상상했다. 그 커다란 유방을 한 쪽씩 움켜쥐고 주무르는 나의 모습을.
점점 더 소미에 대해 홀로 상상하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남자친구는 있을지, 있다면 섹스를 했을지, 섹스를 했다면 저 죽이는 빨통을 어떤 식으로 요리했을지,
저런 빨통을 요리할 때는 과연 어떤 느낌일지... 뭐 그런 것들을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소미와 연애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한 적은 거의 없었다.
내 상상 속의 소미는 거의 항상 내 연인이 아닌 섹스파트너로서 존재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밍키넷을 자주 들락거리며 자유로운 성을 눈과 귀로 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섹스파트너를 만든다는 것은 내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로만 느껴졌다.
연인 사이가 아닌 섹스만 하는 사이, 소미와는 딱 그 정도 관계를 바라고 싶었다.
연애를 거치지 않고 섹스를 한다는 것이 한없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시기이긴 했지만 말이다.
"야, 진짜 하려고?"
"왜?"
"킥킥. 미치겠다. 존나 쪽팔리겠네."
시간이 지나도 소미와 가까워질 조금의 구실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돌직구밖에 답이 없음을 직감했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일단 질러나 보자는 셈이었다.
소미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보기로 했을 때 옆에서 환석이가 얼마나 놀려댔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분위기 봐서 말을 걸기로 결심했던 그날, 나는 설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흥분을 안고 소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저기, 잠시만."
솔직히 이 순간의 기억은 너무 긴장해서 잘 기억도 나지 않거니와, 띄엄띄엄 기억나는 부분조차 너무 쪽팔려서 설명하고 싶지 않다.
기억나는 거라고는 나를 민망하게 쳐다보던 소미 친구들의 그 낯부끄러운 시선과 내가 소미에게 밖에서 잠시 할 말이 있다고 말했던 것,
그리고는 상학관 건물 입구로 데려 나와 벽돌 화단에 소미와 나란히 앉았다는 것,
그리고 소미에게 관심이 있으니 서로 알고 지내보지 않겠냐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처를 요구했던 것 정도다.
"아, 근데 죄송하지만.... 저는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소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건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내용은 심히 암울했다.
솔직히 말해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혹시나 했던 사실을 역시 나로 확인했다는 것이 씁쓸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내 경험상 눈에 띄게 예쁜 애들보다는 적당히 이쁘고 적당히 매력 있는 애가 이미 임자가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었다.
나처럼 소미에게 눈독을 들인 남자들이 또 없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 뒤에 내가 억지로 태연한척하며 소미에게 했던 말들, 이를테면 "아, 그래? 호감 있었는데 아쉽네."등등의 구차한 말들은 굳이 늘어놓을 필요가 없으리라.
아무튼 나는 그렇게 비참하게 뺀찌를 먹었다.
소미와는 원래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만큼, 어색해지고 말 것도 없었다.
여자애들 입소문이란 게 워낙 무섭다 보니 과 전체에 소문이 나는 건 아닌가 했지만 다행히 소미가 과 생활을 안 해서 그런지 별 뒷말이 나오지 않았고,
사실 나오더라도 딱히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소미는 그 후로 가끔 강의실에서 마주치거나 하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거나 하는 정도로 선배 대우를 했지만, 그 밖의 다른 액션은 전혀 없었고,
나도 굳이 소미에게 그 이상의 들이대는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과 속은 다른지라, 겉으로는 쿨하게 관심을 끈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점점 더 소미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 갔다.
그 소미의 남자친구란 사람이 알면 기겁했을 일이었겠으나, 내 상상 속에서 소미가 커다란 빨통을 음란하게 흔들어대며 내 좆질에 범해지는 상상이 점점 심해졌다.
자기 여자친구가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매일 수십 번씩 따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빡이 돌겠는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더욱 야릇해지는 저열하고 지질한 흥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도 없을 때였고, 유흥가를 찾는 성격도 아니었다. 성생활이라고는 가끔 치는 딸딸이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야동이라도 구할 때면 꼭 거유의 여인이 나오는 걸로만 고집하기 시작했다. 그게 다 소미 그녀의 영향이었다.
그렇다고 정액을 토해내고 나면 갈증이 사그라드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도 못했다. 오히려 허무한 뒤엔 더욱 소미를 따먹고 싶은 갈망이 커지기만 했다.
모니터 속에서 거유를 흔들어대는 배우들을 보며 딸딸이를 치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소미의 빨통을 어떻게든 꼭 따먹어 봐야 사그라들 갈증이란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저년을 한 번 먹어볼 수 있을까? 그 생각만 머릿속을 자꾸 맴돌았다.
내가 알기로 소미는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항상 나풀거리는 옷이나 편한 티셔츠를 입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빵빵한 젖가슴의 윤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말 다했으리라.
하물며 추운 계절이 찾아와 몸에 달라붙는 스웨터를 입기 시작했을 때는 내 기분이 어땠겠는가.
나는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뀔 동안에도 소미에 대한, 정확히는 소미의 빨통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없었다.
그동안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가 석 달 정도 만에 헤어졌고,
그 사이 몇 번의 섹스를 하긴 했지만, 그것도 몇 번 박다 보니 그 구멍이 그 구멍이라는 말처럼 금세 시들해졌다.
여자친구를 사귈 때도 "정소미"라는 여자는 늘 마음 한구석에 "꼭 한번 따먹고 싶은 년"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따먹고 싶은데 참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죽기 전에 소미를 꼭 따먹어봐야 죽을 때 후회를 안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말 다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다. 빨통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한 여자에게 집착할 수 있었다는 게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소미를 하룻밤만이라도 마음대로 원 없이 따먹어 볼 수 있다면 수명을 절반쯤 떼어줘도 아깝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흘러, 소미는 어느덧 내 머릿속에서 섹스 판타지 속의 여자로 전락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나는 과 내에서 한 후배와 조별 과제를 계기로 유난히 친해지게 되었다.
이름은 이슬기(가명), 소미와 같은 학번, 같은 학년의 여자 후배였다.
슬기는 소미와는 다른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 때문에 나 뿐만이 아니더라도 과 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아이였다.
슬기와 가까워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슬기는 원래부터가 그런 성격이었지만, 나는 사실 슬기와 친해지고 싶은 속내가 따로 있었다.
슬기는 같은 학번의 동기들과 거의 두루두루 가깝게 지내는 아이였던 만큼, 나는 슬기를 통해서 소미와 가까워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여자에게 집착할 만큼 지질하진 않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왕이면 그럴 거리가 생겼으면 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그런 속내가 아니더라도 슬기는 충분히 친해지고 싶을 만큼 사교적인 후배였다.
"정소미? 그렇게 친한 건 아닌데."
"걔 남친 있다던데 혹시 알아?"
"아, 남친 있는 건 알지."
"우리 과 사람이야?"
슬기와 다음 학기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충분히 친해지고 난 이후의 어느 날, 나는 슬기에게 넌지시 소미 얘기를 털어놓았다.
"아니, 애들 말론 체대 학생이라던데?"
"체대 학생?"
소미의 남자친구가 체대 학생이란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또 열등한 상상에 사로잡혔다.
체대 학생이면 섹스도 엄청 과격하게 하겠지.
소미의 그 커다란 젖을 험하게 쥐어짜면서 보지에 좆을 박아넣었을까?
소미가 좆대가리 위에서 방아 찍기를 하면 빨통이 고무공처럼 덜렁거리겠지, 하는 등의 저열한 상상에 말이다.
왠지 덩치가 우락부락하고 험악하게 생긴 남자에게 소미의 빨통이 변태적으로 능욕당하고 유린되는 상상을 하니 한동안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슬기야, 나 사실 소미 좋아했었다."
"뭐? 진짜?"
"어. 복학하고 소미한테 관심 있어서 들이댔다가 남친 있다고 까였었어."
"헐.. 완전 의외다. 선배 그런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그런 스타일이 뭔데?"
"걍 뭐... 무난하고 수수한 스타일? 걔가 눈에 띄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내가 오로지 빨통 하나 때문에 소미에게 집착하는 것을 모르는 슬기로서는 꽤 뜻밖이라는 반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슬기에게 소미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서 한 달쯤 지났을 때였을까, 나는 슬기로부터 꽤 중요한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슬기가 "내가 소미를 좋아했었다"라는 사실을 소미의 친구들 무리 중 한 친구에게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슬기의 입이 그리 무거울 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고, 또 알려져도 그리 상관없는 사실이긴 했지만,
솔직히 그때는 슬기의 가벼운 입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슬기의 친구들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슬기의 말에 따르자면 아마 소미의 친구들은 모두 내가 소미에게 그렇게 들이댄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기야 여자애들 뒷담화가 어딜 가겠냐마는, 이미 내가 소미와 그 친구들에게 뒤에서 놀림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꽤 입맛이 썼던 기억이 난다.
"소미 친구 말 들어보니까 선배가 관심 있다고 했을 때 소미가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너도 남자친구 있지 않냐? 남친 있어도 너 같으면 너 좋다는 남자 있는데 당연히 싫진 않을 거 아냐."
"거야 그렇지. 걍 잊어버려. 걔보다 이쁜 애들 많구먼. 뭐."
그거야 네가 소미 매력을 제대로 모르니까 하는 말이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것 같다.
아무튼 그때 슬기가 전해준 말은 뜸해져 가고 있던 소미에 대한 상상을 아주 잠깐 부풀려놓은 정도의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 후로도 딱히 나와 소미 사이에 뭔가 특별한 일은 전혀 없었으며, 시간이 계속 흘러, 나는 그렇게 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소미와 다시 연락하게 된 건, 취직하고 난 이후에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