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2
나의 이름은 2
1990년 대학 1학년 봄 : 첫 남자 장석민과
3월 초, 나는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다. 지겨웠던 고등학교 시절이 끝나고 이제
대학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난 서울에 있는 H대학 수학과에 합격을 했다. 다른건 몰라도
수학은 내가 제일 좋아했던 과목이었고 그래서 수학과를 지망했다.
첫날 입학식을 하고 수학과 강의실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학회장이 나와서 환영의
인사를 했고 신입생들이 한 명씩 나가서 자기 소개와 인사를 했다. 신입생은 40명이었고 그
중에 7명이 여자였다. 나도 나가서 내 소개를 간단히 하고 들어왔다. 대학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음 날 부터 시작된 수업은 정신없이 계속됐다.
3월중순에 수학과 MT를 갔다. 경기도 대성리 새터란 곳이었다. 1박2일을 묵으면서 선후배간에
서로를 알 수 있는 게임이나 워크샵으로 친목을 도모했다.
MT에서 나는 두 명의 친구를 사귀었다. 나와 같은 학년인 김주리와 신은선이었다. 우리는
마음이 통했고 급속도로 가까워 졌다. 항상 셋이서 같이 행동을 하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했다. 그 덕분에 우리의 대학생활은 꽤 즐거웠다.
3월말의 어느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셋이서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때 3학년 남자선배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선배에게 인사를 했다. 꽤 멋있게 생긴 선배였다.
너희 이름이 이진희, 김주리, 신은선 맞지?
네. 그런데요?
난 장석민이야. 진희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저..저랑요?
응.
왜요?
할 말이 있는데 잠깐 시간있어?
진희야 가 봐라. 나중에 연락해. 우리 먼저 간다.
주리와 은선이는 내게 말 하고는 둘이서 먼저 자리를 떴다. 나는 할 수 없이 그와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에서 그는 내게 말했다.
난 네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할때부터 마음에 들었어. MT가서도 열심히 너만 주시했고. 넌
참 예쁘고 착한 것 같아.
나는 남자가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 가슴이 콩딱콩딱 뛰었고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그래서요?
우리 자주 만날 수 있을까?
....
나는 그의 프로포즈에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언의 허락을 했고 그 뒤로 거의 매일 만나며
사귀기 시작했다.
그의 차는 액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방학때마다 일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는 조건으로 아버지가 사준 차였다.
주말이면 우린 차를 타고 교외로 놀러가곤 했다. 그와 한달쯤 사귄 4월말에 우리 가족들이
호주로 이민을 갔다. 나는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혼자 남았고, 신림동에 원룸으로 된
오피스텔을 사서 혼자 살게 되었다.
5월초 어느 날 그는 내 집에 놀러 왔고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진희야, TV는 재미도 없다. 우리 영화 빌려다 볼래?
좋아 오빠
우리는 동네의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를 빌려왔다. 영화는 살인사건에 관한 스릴러였다.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봤다. 영화의 내용은 급속도로 흘러갔고 나는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영화에서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옷을 벗고는 정사신을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무안해져서 얼굴을 붉히며 TV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때 내 볼에 어떤 느낌이 왔다. 그가 볼에 쪽 하며 키스를 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달을 넘게 만나 왔지만 손을 잡아 본 것 외에는 신체의 접촉은 없었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나는 깜짝 놀라며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러자 그는 내 입술에갑자기 키스를 해 왔다.
나는 얼떨결에 그와 키스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첫키스의 느낌은
좋았다.
미..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겨우 말했다.
괜찮아 오빠
그 말에 힘을 얻었는지 이번엔 천천히 내 눈을 바라보면서 다시 입을 내 얼굴에 접근시켰다.
나는 눈을 슬며시 감고 기다렸다. 이미 한 번 키스를 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입을 맞추고 혀를 내 입 안으로 넣고는 입안을 휘저었다.
나는 그의 혀가 들어오자 내 혀를 그의 혀에 부딪치며 같이 움직였다. 내 혀도 그의 입으로
들어 갔다가 나오곤 했다.
정말 오랫동안 키스를 했다. 어느새 그는 나를 꽉 껴안고 있었고 나도 그를 꽉 껴안채 입을
맞추고 있었다.
황홀했다. 그와 키스를 하는 동안 어떤 알 수 없는 느낌이 배에서 올라왔고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는 나를 소파에 가만히 뉘였다. 나는 그가 이끄는데로 뒤로 누었다.
그는 내 위에 엎드린채 계속 키스를 하고 있었다.
나는 처녀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뜨거워졌다. 아직 나는 순결한 처녀였다. 그러나 지금
가슴속에서는 그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