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14
분홍빛-14
그룹섹스.
녀석의 말에 따라 분위기는 점점 묘한 상황으로 번졌다.
어찌 보면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일본의 변태적 성 체험기가 모두를 흥분시켰는지도 모른다.
난 무심결에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더욱 녀석의 곁에 바싹 다가 앉아있었고, 녀석의 한쪽 무릎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녀석의 몸이 약간 떨린다고 생각했다.
찬수는 손을 돌려 내 연인의 엉덩이를 주무르기에 정신없었다. 자영은 눈을 똥그랗게 뜨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 사람들은 그걸 돈을 주고 산단 말이에요? 더군다나 입었던 것을?"
"물론이죠. 거기다 조금 색다르게 더럽혀진 건 웃돈까지 붙고요. 자신의 사진과 같이 오물도 동봉해서 밀폐용기에 팔거든요?"
물론 나는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녀석의 얘기에 약간은 흥분을 느꼈다. 나 또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속옷 폐티시가 된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호! 호! 거참, 돈 벌기 쉽겠네!"
자영은 속옷이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에 웃음을 보이며 자세를 흩트렸다.
"담배 하나씩 하지?"
찬수는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듯 어느새 쿠바제 시가 케이스를 열고 담패 한 개피를 꺼내 물며 군중을 보고 말했다.
이야기에 열중해서 그런지 담배 생각이 절로 났다.
황 냄새를 풍기며 그어진 성냥불에서는 빨간 욕망을 태우며 향긋한 풀잎 내음을 퍼뜨렸다.
"맛 좋은데?"
자영은 담배 맛에 황홀함을 느낀 듯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좋아했다.
왠지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일까?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내 돌발적인 행동은.
난, 놀라서 순간 흠칫했다.
다시금 자리에 앉아 한 모금 깊숙이 폐 속으로 밀어 넣었다.
싸한 느낌의 진한 연기가 가슴 가득 고이자 황홀함을 느꼈다.
이건?
"우와, 기분 좋은데?"
난 찬수 그 특유의 컬컬한 음성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아내와 자영은 뭔지 모를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축 처진 체 연신 담배를 빨아들였다.
난 다시금 황홀함을 느끼기 위해 한 모금 가득 입안에 물고는 순간적으로 흡입했다.
가슴 속 이산화탄소와 함께 뿜어져 나온 연기는 많이 퇴색되어 빠르게 빠져나왔다.
옆의 녀석을 쳐다봤다. 녀석은 강도가 강했는지 반쯤 벌어진 입으로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환각제를 처음 해보는 것 같았다.
난 소파에 기대어 모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찬수, 역시 많이 해본 것 같았다. 자기를 절제하며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영. 역시 그녀도 찬수와 같이 많이 해본 것 같았다. 단지 두 눈이 조금씩 충혈되어 간다는 것 빼고는.
내 분홍팬티의 연인. 호, 능숙하게 빨아들이는 솜씨가 분명 처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영보다도 더욱 능숙했으니.
그리고 마지막 내 아내. 아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분명 아내는 환각제를 복용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주위의 모두보다도 능숙했다.
이건, 분명 아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한 결코, 아내는 마약 따위는 한 적이 없었으니.
그때였다.
"으, 못 참겠어."
녀석의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가 내 고막을 파고들었다.
난 고개를 돌려 녀석을 보았다.
충혈된 두 눈, 솟구칠 듯한 목의 핏줄, 모든 근육이 팽팽하게 녀석을 감싸고, 급기야 녀석은 자기 윗도리를 힘껏 양손으로 찢어발겼다.
"찌~~찌`~직~~~"
전율을 일으킬 만큼의 소리를 내며 녀석의 윗도리는 찢어졌다.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난 다시금 한 모금의 담배를 흡입했다.
녀석은 앞쪽에 앉은 자영을 향해 다가섰다.
"쭈~~욱~~~"
그녀의 얇은 윗도리는 억센 힘에 의해 조각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손동작으로 그녀의 옷은 흔적조차 남기질 않고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난 찬수를 봤다. 그의 행동이 궁금했기에.
찬수의 입에서도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계까지 온 것 같았다. 이젠 마약 특유의 본질에 의해 움직이는 것뿐.
웃음을 보이며 녀석이 자기 아내에게 하는 행위를 바라보고 있다.
묘한 쾌감이 내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순간 아내의 소리가 들렸다.
이런, 내 분홍팬티의 연인과 아내가 설육을 주고받으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부드러움! 여자들의 특유의 부드러운 애무가 두 사람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난 한 모금 담배를 빨아들인 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멈췄다.
잠시 후 가슴의 고동 소리가 먼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으로 쿵! 쿵! 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머릿속은 온통 하얗다 못해 푸른빛을 띠는 실타래들이 얽히고설키며 내 뇌 속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의식적인 행위로 인해 나 자신이 마약에 취해감을 알 수 있었다.
난 주위의 모든 소리가 사라짐을 느끼며 주머니 속 분홍팬티를 꺼내었다.
아직도 나와 녀석의 정액으로 인해 물컹한 느낌까지 드는 팬티를 손안 가득 쥐고 서서히 내 지퍼를 열었다.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내 성기는 오랜 기다림을 겪은 듯, 흔들거리며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다.
약간의 눈물을 비추며 밖으로 나온 내 분신은 쾌감을 얻으려는 듯 끄덕이며 열망했다.
간절한 쾌락의 소망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