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젖는 밤 2
흠뻑 젖는 밤 2
“그러니까.”
서정주가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
서정주는 아비인 서권주가 살아 있을 때부터 집안의 재산 관리를 도맡아 해왔다.
지금도 서정주는 어제 들어온 비단을 세고 있는 중이었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어머님?”
야비한 눈웃음에 깃든 욕정을 발견한 소예가 소매 안에 감춘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아드님께서 내게 누명을 씌워 내쫓으려고 합니다. 이 집안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바로 보셨습니다. 이 집안에서 누가 어머님을 도와드리겠습니까.”
“나를 도와준다면 내가 상속받을 재산에서.”
“절반을 제게 주십시오. 어머님이 상속받을 몫에서 절반.”
“절반… 알겠습니다.”
자신이 상속받을 재산의 절반이라면 서정주로서도 챙길 것은 다 챙기는 것이다.
원래 자신이 없었다면 서정주가 물려받을 재산은 전체 재산의 삼 할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오 할의 재산 중에서 절반인 이 할 오 푼을 물려받고, 서정주 몫의 일 할 오 푼을 물려받는다면 서정주는 전부 해서 사 할의 재산을 물려받는 셈이 된다.
소예 자신이 이 할 오 푼, 장남 서정무가 삼 할, 그리고 서정주가 사 할, 막내 서정우가 오 푼, 이렇게 물려받는 것이다.
결국에 가장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서정주 본인일 것이니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리가 없다.
소예는 이 할 오 푼의 재산이라도 좋았다.
이 할 오 푼의 재산이라 할지라도 서정무가 제안한 삼백 마지기의 논보다는 많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서정주가 히죽 웃었다.
“어머님.”
서정주의 손이 제 허벅지 위에 닿자 소예가 흠칫 놀랐다.
“아십니까? 재산을 물려받으면 어머님은 평생 이 집을 떠나지 못하신다는 것을요.”
“이 집을 떠나지 못하다니요?”
뜻밖의 말에 소예가 당황했다.
지금 허벅지에 닿은 서정주의 손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사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일까.
“어머님께서 이 집을 떠나시려면, 이 집에서 물려받은 재산을 전부 두고 나가셔야 합니다. 이 집 재산은 서 씨 가문에 묶여 있는 거라서 말입니다.
서 씨의 재산이니 서 씨 가문에 살고 있을 때만 소유권을 주장하실 수 있을 뿐, 만약 어머님께서 서 씨 가문을 떠나 친정으로 돌아가시거나 재가하시면 동전 한 푼 가지고 가지 못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제 몫의 재산만 물려받으면 친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살려고 했다.
그런데 한 푼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형님이 아마 제안하셨겠지요. 적당히 줄 테니 집을 떠나라고 말입니다. 그건 일단 형님이 재산을 상속받았을 경우의 말입니다.
어머님은 그냥 이 집에서 나가시고, 그 후에 형님께서 땅 얼마나 챙겨 준다고 하셨겠지만 일단 이 집을 나가는 순간 형님은 절대로 어머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겁니다. 지킬 이유도 없고 말입니다.”
“너무하는군요.”
첫째인 서정무가 나쁜 인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교활한 수를 낼 줄은 몰랐다.
그것도 모르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자신은 무일푼으로 쫓겨났을 것이다.
“재산을 원하신다면 이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사셔야 합니다. 과부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어머님께서 너무 젊으시고.”
허벅지 위에서 서정주의 손이 꿈틀거렸다.
그가 천천히 허벅지의 치맛단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드러난 흰 허벅지의 살갗을 손바닥으로 쓰윽 더듬었다.
처음에는 허벅지를 더듬던 손이 점점 더 안쪽으로 파고들어 오더니 허벅지의 안쪽 가랑이 사이를 건드렸다.
그 손끝이 속곳의 중심을 누르자 소예가 몸을 떨었다.
“어머님과 제가 입을 다물면 누가 알겠습니까. 어머님께서도 일생 사내의 맛을 모르는 채 처녀로 늙어 죽지는 않으실 테고, 저는 입을 다물고 비밀을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이 아들의 좆이 꽤 실합니다. 어머님을 황홀하게 해드릴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노골적인 요구에 결국 소예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지금 자신이 살려면 서정주의 도움이 절실했다.
서정무가 한 푼도 안 주고 자신을 내쫓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정주라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자신은 결국 죽거나 무일푼으로 내쫓길 것이다.
어느 쪽이 되더라도 비참해질 것은 분명했다.
* * *
‘그렇다면 서정주도 아니라는 소리인데. 그러면 누구지?’
서정주의 서가를 나오며 소예가 생각에 잠겼다.
서정주는 아니다. 만약 서정주가 매일 밤 자신의 처소에 사내를 보냈거나, 혹은 서정주 본인이 왔더라면 저런 소리를 굳이 할 리가 없다.
그때였다.
“!”
소예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나 뒤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히 누가 있었는데.’
시선을 느꼈는데, 아무도 없다. 자신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시선이었다.
‘누구지?’
분명히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숨은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가 없다.
‘저쪽은.’
시선이 느껴졌던 중문 너머는 누구의 처소일까.
“마님.”
그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소예가 얼른 놀란 얼굴을 가라앉혔다. 서정주의 처소까지 그녀를 안내해준 하인이었다.
“마님, 안채로 모셔다드릴까요?”
“그래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집은 마치 미로처럼 구불구불 복잡하게 지어져 있어서, 소예 혼자서 처소까지 돌아갈 자신이 없다.
게다가 소예에게는 아직 그녀가 마음 놓고 부릴 어린 계집종도 없다.
이 집에서 소예는 혼자다. 고립되어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마치 무인도에 홀로 버려진 것처럼 이곳에 혼자였다.
저벅저벅.
하인이 걷는 길을 뒤따라 소예가 자박자박 그 길을 걸었다. 소예의 손등 위로 차가운 것이 떨어진 것은 그때였다.
‘눈이… 내리네.’
소예가 얼굴을 들었다. 흐린 잿빛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 추수를 마치고 소작료를 내지 못해 이 집에 끌려왔다.
그때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이 집에 하녀로 끌려온 것이 보름, 그리고 서권주와 혼인하고 과부가 된 것이 또 보름.
한 달이 지났다.
가을에서 겨울이 성큼 다가서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소예가 제 손을 쳐다봤다. 차가운 바람이 감기는 제 손끝이 시려왔다.
소예의 손은 절대로 고운 손이 아니다.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찬물에 빨래를 하고, 맨손으로 가을걷이를 돕고, 그리고 콩을 까부르고, 잡초를 뽑고, 봄에는 꽁꽁 언 땅에 괭이질을 하느라 손이 고울 날이 없었다.
이 집에 와서는 찬물에 손을 넣은 적이 없고 험한 일도 한 적이 없지만 고작 보름을 그렇게 호강을 했다고 해서 손이 어느 날 갑자기 고와지는 것은 아니다.
이 험한 손이 곱게 되기까지는 아마 이런 식으로 찬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채 몇 년을 지내야 할 것이다.
가난뱅이의 흔적이라는 건 이런 것이다. 몸에 밴 가난뱅이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다른 것으로 덧씌워지지도 않는다.
“저어.”
소예가 말을 걸자 하인이 멈춰 섰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 채로 돌아섰다.
“저 중문 너머가 누구의 처소인지 알고 있나요?”
아무래도 조금 전의 그 시선이 신경 쓰인다. 그 시선은 저 중문 너머에서 느껴졌었다.
저기에 누가 사는지만 안다면 좋으련만.
“저곳은 셋째 도련님의 처소입니다.”
셋째, 서정우.
몸이 약해서 바깥출입을 못한다는 사내가 사는 곳.
그렇다면 조금 전 자신을 훔쳐보던 시선은 서정우의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셋째가 왜.’
서권주의 아들 중 유일하게 글공부를 해서 과거를 보고, 벼슬에까지 올랐다는 사내.
죽은 셋째 부인을 닮아, 나면서부터 병약했고 그 약한 몸 때문에 결국 집으로 내려와야 했다는 사내.
소예가 얼굴도 보지 못한 서정우를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어떻게 보면 서권주가 가장 자랑스러워했을 아들일지도 모른다.
죽은 서권주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로 돈을 벌었다. 그동안 그가 받았을 멸시와 천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벼슬을 하는 관리들에게서 그가 받아야 했을 수모는 아마 뼈에 사무쳤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서권주에게 글공부에 특출한 아들이 태어났고, 나라 안의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서 치르는 과거에 당당히 급제까지 하여 벼슬에 올랐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사람은 원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더 부러워하고, 그것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법이다.
서권주에게는 벼슬과 명예가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서권주가 한 아들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어댄 것은 막내아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장남과 차남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아예 없고, 삼남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장남과 차남이 셋째를 어떻게 할지 모르니 그렇게 연막을 치고 나중에 셋째에게 재산을 전부 물려주려고 했던 건지도 모른다.
‘셋째는 욕심이 많을까.’
아직 셋째 서정우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아비의 가업을 물려받는 대신 과거를 보고, 말단이라고 할지라도 벼슬을 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물욕이 다른 형제들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몸이 약하다니까 그 사내는 아니겠지.’
바깥출입도 못하고 병이 심하게 들어 아비의 장례에까지 참석하지 못한 사내가 밤마다 제 처소로 들어와서 저를 겁탈할 리가 없다.
‘셋째… 서정우.’
자꾸만 그 사내가 신경 쓰인다. 얼굴도 보지 못한 그 사내가.
다시 걷기 시작한 하인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도 소예가 연신 뒤쪽의 중문을 돌아봤다.
시선이 계속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집요하면서도 은밀한 시선이.
* * *
[오늘 밤에, 어머님 처소로 가겠습니다.]
바람에 문이 흔들릴 때마다 소예가 방문을 쳐다봤다. 서정주가 오늘 밤 이곳에 오기로 했다.
어제는 서정주가 서권주의 빈소를 지키는 날이었고, 오늘은 서정무가 빈소를 지키는 날이다.
그리고 내일은 소예 자신이 빈소를 지키는 순서였다.
오늘 밤 서정주가 이곳에 오려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제 몸을 가지기 위해서다.
[어머님, 깨끗하게 씻고 기다리십시오.]
그의 탐욕스런 눈동자가 소예의 머릿속에 선명했다.
‘만약 오늘 밤도 그 사내가 온다면 서정주와 마주치지 않을까? 만약 두 사람이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만약 매일 밤 자신을 찾아왔던 사내가 첫째 서정무라면 오늘 밤 서정무는 빈소를 지켜야 하니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이다.
서정주는 그 사내가 아닌 것이 확실하니 오늘 밤에 그 사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사내를 서정무라고 생각해도 좋은 것일까?
서정무는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서정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사내가 아니라 다른 사내에게.’
아직 소예는 그 사내 외에는 알지 못한다. 그녀의 몸을 안은 것은 그 얼굴 모르는 사내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이 몸을 서정주에게 내어주어야 한다.
이건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다.
서정주가 원하는 대로 그에게 다리를 벌려주고 그의 씨앗을 품어야 한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어차피 처녀도 아닌 몸인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무서운지 소예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매일 밤 하던 일을 되풀이하는 것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음란한 몸은 그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안기는 것을 기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새삼 이렇게 불안하고 떨리는 것일까.
덜컹-
다시 방문이 흔들렸다.
오늘 오전부터 눈이 내렸다.
정오를 지나기 전까지는 그저 하늘하늘 내리는 눈송이에 불과했지만 저녁으로 접어들며 눈은 폭설로 변했다.
그것도 강한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였다.
그 탓에 지금 이렇게 계속 방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자정이 지났을까.’
소예가 덜컹거리는 방문을 쳐다봤다.
방문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바람에 촛불이 흔들렸다.
덜컹-
다시 방문이 흔들리더니 문이 덜컥 열렸다.
휘익-
그 순간 방문 너머에서 불어온 바람에 촛불이 꺼지며 순식간에 어둠이 주위를 집어삼켰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방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소예는 그 사람이 서정주라고 생각했다.
“읍!”
들어선 사내는 소예의 입에 재갈부터 물렸다. 그런 다음에 그녀의 눈을 검은 천으로 가렸다.
‘서정주가 아니야.’
서정주가 아니라 그 사내다. 매일 밤 자신을 범하던 그 얼굴 모르는 사내. 그 사내였다.
서정주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서정주가 아니다.
혹시 이 사내가 서정주인 것일까? 이 사내가 서정주라면 왜 직접 올 것처럼 말해 놓고 또 이렇게 왔을까.
아니다, 이 사내는 서정주가 아니다. 그러면 서정주는 나중에 올 생각인 것일까?
이 사내와 있다가 서정주에게 들키면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 안 돼… 오늘은 서정주 그자가.’
그러나 입에 재갈이 물려 말을 할 수가 없다.
오늘 밤에 서정주가 이곳에 온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데,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읍…! 읍!”
소예의 몸이 이불 위로 떠밀리듯 쓰러졌다.
사내의 손이 그녀의 속곳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것을 휙 끌어 내렸다.
“흡!”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들어 온 손가락의 굵은 마디가 그녀의 질 안을 푹 쑤시고 들어왔다.
“흡! 흡!”
손가락이 그녀의 음순 주위를 문지르다 말고 그 갈라진 계곡의 도드라진 알갱이를 꾹꾹 문질렀다.
그것을 문지르면 정신이 빠질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소예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가랑이 사이가 뜨끈해졌다.
열기와 습기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흠뻑 적시기 시작했다.
사내는 마치 갈고리처럼 손가락을 구부려 그녀의 질 안을 긁어댔다.
“읍! 흐읍!”
손가락은 마치 그녀의 질벽에 구멍이라도 내려는 것처럼 그렇게 거칠게 긁어댔다.
추삽질을 하듯 들락거리는 손가락을 따라 그녀의 음부에서 음란한 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흡! 흐읍! 읍!”
몸이 뜨거워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제대로 신음을 내뱉지 못하고 삼키기만 하는 탓에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는 열기가 몸을 터질 것처럼 만들어갔다.
“흡! 읍! 읍, 읍!”
소예가 허리를 흔들었다.
사내가 벌리지 않아도 그녀의 다리가 알아서 넓게 벌어진 채로 사내의 손을 맞이했다.
“읍!”
그때 손가락을 빼낸 사내가 그녀의 두 다리를 더 넓게 잡아 벌렸다. 그리고 잔뜩 성이 난 음경을 그녀의 젖은 둔덕에 거칠게 문질렀다.
흥건하게 젖은 구멍이, 사내의 음경이 문질러질 때마다 쩍쩍 입을 벌리며 움찔거렸다.
그때 사내가 그녀의 안으로 음경을 찔러 넣었다.
“흡!”
사내의 음경이 몸 안으로 파고들어 오는 순간 소예의 눈앞이 번쩍였다. 검은 천으로 가렸지만 새하얀 불꽃이 그녀의 눈앞에서 튀었다.
“읍! 읍!”
사내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소예가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질 안쪽의 젖은 살들이 사내의 음경에 들러붙었다.
사내의 음경은 거침없이 그녀의 질 안을 들락거렸다.
“흡! 흐읍!”
푹, 하고 쑤셔질 때마다 소예의 어깨와 전신이 흔들렸다.
소예가 제 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잡은 사내가 음경을 잘도 안으로 박아 넣었다.
소예는 자신의 질 안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내의 음경이 너무 뜨거워서 그것을 삼키는 제 구멍 안쪽도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서정주가 아니야… 서정무도 아니고.’
이 사내의 얼굴은 알지 못하지만 이 사내는 서정무도, 서정주도 아니다.
다른 사내다. 그렇다면 누굴까. 서정주는 왜 오지 않는 것일까.
‘설마… 서정우는 아니겠지?’
내내 그 시선이 신경 쓰였다. 중문 너머의 시선. 서정우의 처소 중문 안쪽에서 자신을 향하던 그 뜨거운 시선.
서정우는 어떤 사내일까. 그는 정말 병약한 것이 맞을까? 만약, 아니라면?
순간 이상한 생각이 소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정말 만약에 서정우가 병약한 사내가 아니라면. 그 사내가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면 그의 계획을 숨겨줄 가장 완벽한 위장막은 어쩌면 ‘병약해서 방 안에만 있는다’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서정우가 병약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을 만큼 병약한 사내가 실은 그 병약함이 모두 거짓이고 진짜 서정우가 건강하다고 한다면?
이 사내가 서정우일 수도 있다.
서정무와 서정주는 탐욕스럽다.
그런 탐욕스런 형들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어쩌면 서정우는 병약한 흉내를 내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서정우라면.’
“흡!”
소예의 몸 안에 뜨거운 것이 왈칵 쏟아졌다. 사내가 많은 양의 씨앗을 그녀의 안에 토해낸 것이다.
“흡! 읍! 으, 읍!”
재갈이 물린 채로 소예가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구멍 안에서 음경을 뺀 사내가 그 얼굴을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가랑이 사이에 사내의 더운 숨결이 훅훅 닿았다.
그녀의 벌어진 구멍에서는 사내가 지금 막 싼 씨앗이 흐르고 있었다.
여전히 사내의 음경을 바라며 움찔거리고 있는 구멍에 사내의 혀가 닿았다.
‘아, 안 돼! 그, 그렇게 빨아대면.’
소예가 엉덩이와 허리를 흔들며 정신없이 사내의 애무를 느꼈다.
사내는 더럽지도 않은지 그녀의 음부를 쭉쭉 빨아댔다. 음부를 사납게 빨면서 젖은 구멍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푹푹 쑤셔댔다.
“흐읍!”
사내의 손이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벌린 뒤 타액과 씨앗로 엉망진창 범벅이 된 구멍 안에 다시 굵은 음경을 찔러 넣었다.
“흡! 흡, 흡, 흐읍!”
사내가 뒤에서 다시 추삽질을 시작했다.
“흡! 읍!”
엎드린 채로 소예가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며 앞뒤로 몸을 움직였다.
사내의 굵은 음경이 소예의 뱃가죽을 뚫기라도 할 것처럼 찔러댔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미치도록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휙.
사내의 손이 소예의 입을 틀어막은 재갈을 푼 것이다.
“하읏! 아! 아아아! 흐아아!”
입이 자유를 얻게 되자 소예가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 밖에서 이 소리를 듣고 달려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지금 이 순간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아아! 흐아! 아앙! 흐으응!”
엄청난 쾌감에 소예가 울음 섞인 교성을 지르며 엉덩이를 흔들 때, 그녀의 몸 안으로 사내의 씨앗이 쏟아졌다.
“아아아아!”
높은 신음과 함께 사내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의 안에 충분히 사정했는지 사내의 음경이 쑥 뽑혀 나갔다.
“하아… 하아.”
엎드려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로 소예가 숨을 헐떡였다.
허벅지 안쪽을 타고 더운 것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 사내가 밖으로 나가려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에 소예가 그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잠시만요!”
무슨 생각으로 사내를 붙잡았는지 그건 소예 자신조차 몰랐다.
지금 재갈이 풀렸고, 아직 사내는 나가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였다.
이 사내가 누구고, 대체 자신에게서 뭘 원하는지 알아내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누구신지 알려주세요, 제발.”
소예가 사내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사내의 허리는 무척이나 굵었다.
“제발요… 원망은 않겠으니, 누구신지 알려만 주시면.”
“.”
하지만 사내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지금 소예의 손은 자유롭다.
눈을 가리고 있는 검은 천만 풀어 버리면 사내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셋째 도련님이십니까?”
소예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사내가 움찔거렸다.
‘역시, 맞았어.’
서정우가 맞다.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제게 무엇을 원하시든 다 들어드릴 것이니,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서정주도 못 믿을 사내다.
그 사내가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그 눈을 보면 안다.
그 사내는 자신의 몸을 가지고, 자신을 이용해서 재산을 차지하고 나면 서정무가 그러려던 것처럼 저를 내쫓고 남을 것이다.
하지만 서정우는 믿을 수 있지 않을까.
보름 동안 자신을 범했지만 이 사내는 그것을 가지고 뭔가를 요구해오지 않고 있다.
물론 나중에 요구하려는 걸 수도 있다.
더 확실하게 자신을 그의 함정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사내에게서 느낀 다정함이 자신의 착각이 아니라면, 이 사내는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사내의 손길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다.
그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만약 서정주가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고, 순수한 감정으로 자신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이 사내야말로 이 집안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내가 아닐까.
그때였다.
소예의 머리 위에 사내의 손이 얹어졌다. 큰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윽 어루만졌다.
그 손길은 무척이나 다정했다. 크고 투박한 손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움이 묻어났다.
잠시 동안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던 손이 그 허리를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떼어 놓았다.
그리고는 사내가 방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움직이지 못하는 소예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귀가 달아오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보름 동안 사내와 정사를 나누면서도 이렇게 뺨과 귀가 달아오른 적은 처음이다.
머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이렇게 얼굴이 화끈거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날 밤, 서정주는 오지 않았다.
밤에 찾아오겠노라고 한 사내는 새벽이 되도록 오지 않았고, 소예는 혹시나 그 사내가 늦게라도 자신의 방문을 열까 싶어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새운 소예가 밝아오는 아침빛과 함께 제일 먼저 들은 소리는, 서정주의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