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시작과 끝
드문 일이었다. 나는 한 번도 먼저 요구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섹스를 위해 자기 손으로 속옷을 끌어 내린 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남편이 형식적인 입맞춤을 하기도 전에 나는 스스로 팬티를 벗어 던지고 있었다.
가영의 두 손이 남편의 등을 파고들어 안았다.
천정을 향해 치켜올린 그녀의 발끝이 꼿꼿하게 펴지며 경련해댔다.
남편은 열심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상체를 와락 끌어당겼다.
순간 남편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몸을 돌린 아내가 남편의 아랫도리 위로 올라왔다. 기승위(騎乘位)였다.
그런 자세는 몇 년의 부부생활 동안 처음 취해 보는 것이었다.
"아아, 아."
가영은 남편의 몸뚱어리에 올라타자마자 오랫동안 참아 왔다는 듯한 격한 헐떡임을 토해내고 있었다.
땀에 젖은 두 사람의 살결이 민망한 소음을 울리며 맞부딪쳐 갔다. 요란했다. 침대 전체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얼떨떨해진 남편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애타게 찌푸려진 아내의 눈동자가 묘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왠지 그를 보는 게 아니라 저 너머 다른 곳을 갈구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이를 악물며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지만 생소한 행위에 생각보다 빨리 끝이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눈치채고 원망스러운 얼굴을 지었다.
팽팽히 몸을 젖히고 애타는 신음을 내뱉었다.
"아, 조금만 더요. 조금만 더! 저는 아직, 아직이란 말이에요! 제발 아아~~"
남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한 지 이제 횟수로 5년 차가 되었지만, 지금껏 정사를 치렀어도 아내는 결코 그런 말을 지껄이지는 않았었다.
"가, 가영아…!"
그는 다급한 목소리와 내 출렁이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가영의 바람과 달리 그의 하체에서는 어쩔 수 없는 봇물이 터져 나오는 중이었다.
"아흑, 아, 안돼. 제발, .싫어. 아앙~"
그러나 이미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불만족의 신음을 길게 흘리며 내 몸이 무너져내렸다.
남편은 가쁜 숨을 헉헉거렸다.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남편은 벌써 경찰서에 출근하고 난 뒤였다.
그이는 매일 새벽에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직업이 형사이기도 했지만, 집과 서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새벽 5시쯤에 일어나서 전철에 타지 않으면 곤란한 것이다.
아침에 그이를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리는 미안함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감정도 서서히 익숙해져 갔다.
21살의 대학 시절 나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대학에 입학 후 첫 미팅 자리에서 알게 되었고 1년의 연애 뒤에 그대로 시집을 간 것이다.
결혼생활은 그런대로 무난했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그이는 나에게 이것저것 잘해주었지만 사실 나는 그 무엇도 즐겁지 않았다.
5년 정도 지난 요즈음 들어서 더더욱 삶이 무료해지는 것이었다.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결혼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사실 남편은 조루였다.
게다가 보수적이기까지 한 그이는 부부간의 성관계에 있어서 정상적인 체위만 고집하고 있었다.
가끔 내가 후배위를 시도하려고 하면 남편은 그런 나에게 잔소리만 해댈 뿐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져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후배위의 강한 쾌감을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은 그녀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26살의 가영은 교미가 한창 벌어질 때였다. 이른바 발정이 난 암컷의 시기인 것이다.
남편과의 성교를 더 강하게 원하는 나였지만 정숙하고 여교사라는 신분도 있어서 한번 뜨겁게 달궈진 몸을 이성으로 자제하며 겨우 참아내는 것이다.
그이는 내 첫 남자였다.
엄격하고 과묵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남자 한번 사귀어 보지 못했다.
도발적이고 새침한 그녀의 미모는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주위에 항상 들끓었지만 가영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나는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오직 공부에만 신경을 쏟았다.
가영은 색정다운 입술, 투명하면서도 색욕이 있는듯한 눈, 좋은 향기의 부드러운 긴 생머리, 전체적으로 청순하면서도 숨겨진 욕구가 있을듯한
얼굴은 매우 아름답고 도발적이었다.
그런 가영을 남자들은 가져보려 했지만 나는 남자들이 귀찮게만 느껴져서 외모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쉽게 이성친구들과 어울릴 성격도 아니었다. 수줍음이 지나칠 정도로 많고 언제나 계집아이다운 행동거지였다.
그리고 새내기동아리 때 가졌던 첫 미팅에서 만난 그이가 나보고 정식으로 연예를 제안했을 때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후훗..그 시절에는 참 좋았어. 지금은..."
나는 옛일을 회상하면서 잠시 웃음을 지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이가 조루인 건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남편과 관계할 때마다 그이는 나를 불경스럽듯이 대했고 너무 부끄러워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항상 먼저 가버리는 그를 원망했지만, 마음속으로만 그랬다.
정숙한 여교사인 내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마음속으로만.
나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그런 남성을 원했다.
나를 가지고 마구 이끌어주는 그런 남성, 나를 정복해서 마음대로 휘둘러 줄, 성교에서만큼은 가식을 던져버리고 음탕하게 몸을 흔들고 싶었다.
나를 때리면서 가지고 놀 수컷. 내 음부를 거칠게 박아대면서 내 부드러운 젖가슴을 비벼댈 그런 남자.
"아아!. 그에게 정복당하고 싶어 음탕한 말들을 그에게 내며, 나는, 흐흠. 아! 거대한 하초가 내 그곳에 들어와 들락날락하면, 흐항, 음....."
상상만으로도 나는 허벅지를 비비 꼬며 마찰시켰다.
팬티 안쪽의 음란한 조개는 움찔거리며 속살을 조여온다.
그러면서 끈적한 꿀물이 주머니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새어 나와 얇은 팬티 앞쪽을 적신다.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러면 안 돼. 나 정말 미쳤나 봐. 정말."
되도록 그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고 나는 학교로 향했다.
남편은 자기가 조루여서 만족시켜 줄 수 없는 것이 미안했는지 내가 졸업 후 학교에서 근무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았다.
성관계에서만 빼면 나무랄 때 없는 남편이다.
오후 12시경, 서울의 한 중학교.
교무실 저편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다. 언젠가처럼 남학생 몇 명이 끌려온 것 같았다.
"자기네 담임 선생님 치마 속을 훔쳐봤답니다. 저놈들이."
흠칫 놀란 가영은 어깨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옆 반 유부남 박 선생. 언제나 그녀에게 치근덕거리는 작자가 옆에 다가와 있었다.
그 남자 선생은 능글맞게 키들거리는 표정이었다.
"세 놈이 한꺼번에 엎드리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들켰다네요. 다른 여선생도 아니고 노처녀 담임한테 말이죠."
글쎄다. 그의 말은 노처녀가 아닌 다른 여교사라면 얼마든 치마 속을 들여다봐도 괜찮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제야 자신도 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긴 가영은 무의식중에 벌어져 있던 허벅지를 슬그머니 오므렸다. 마치 책상 아래에 눈이 달린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어쩌면 저런 남학생 중 누군가는 그녀도 모르는 새 그녀의 속옷 색깔까지 꿰뚫고 있을지도 몰랐다.
왠지 모르게 귀밑이 달아올랐다.
스타킹에 감싸인 살결들이 스커트 속에서 미끈거리며 마찰하고 있었다.
어쨌든 뭔가 기이한 느낌이 든 것은 박 선생이 떠나고 난 다음 그 순간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가영은 참을 수 없는 묘한 색기를 느끼고 잠시 신음을 내듯이 붉은 입술을 벌렸다.
보라색의 작은 팬티 속에서는 쉴 새 없이 은밀한 조개가 움찔대며 뭔가를 물어대고 있었다.
가영은 자신도 모르는 어느새 곱게 뻗은 예쁜 두 다리를 책상 모서리에 끼우며 남자를 안듯이 꽉 껴안고 있었다.
책상 모서리에 자기 하체를 바짝 밀착시킨 체 양손은 책상에 고정했다.
"아앙...흐앙..음.."
순간적으로 입 밖으로 음란한 소리를 내버린 나는 깜작 정신을 차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교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간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이 빨갛게 타올랐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정말 큰일 나겠어."
그러다가 나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 아무도 없는 걸 재차 확인한 다음 눈을 감았다.
가영은 교무실에 앉아 넋 나간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교무실에서 그런 행위를 하다니. 학생들에게 팬티를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나는. 으흠. 아~"
다시 한번 달콤한 감촉들이 되살아났다.
아까와 똑같이 하얀 스타킹에 양다리를 책상 모서리 끝에 붙이고 몸을 비벼댔다.
엉덩이를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어 버리고 책상에 부풀어 오른 가슴을 눌려서 유방의 형태를 흩트려 버렸다.
누가 보면 엎드려서 자는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
"흐음...좋아...아, 심해..이런짓. 앙, 누가 보면 난..."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이미 몸은 이성이 통제할 수 없었다.
"아아아....아아, 그렇게 하면...아흑.. 싫어...아 좋아..."
나는 점점 대담해져 갔다.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평소에 깔끔하고 정숙한 그녀를 방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씩 손을 올려 치마를 걷어 올리더니 이제 완전히 노출되어 가영의 허리춤 위까지 올라가 버려 뒤쪽으로 작고 앙증맞은 보라색 팬티가 엉덩이의 곡선을 감추면서 보이었다.
갈라진 엉덩이의 곡선을 먹은 짧은 팬티는 엉덩이 옆쪽의 하얀 여체의 살들을 채우지 못해 삐져나온 모습이었는데 가영의 풍만한 엉덩이를 겨우 가려주고 있었다.
커다랗고 허연 엉덩이가 앞뒤로 들려지며 비벼지자 더욱더 크게 보인다.
음부를 감싸는 앞쪽의 팬티 섬은 V자로 더욱 조여와 가영의 치부의 부끄러운 털들이 옆으로 보인다. 그리고 애액들로 번졌는지 아랫도리의 민감한 부분에는 촉촉이 젖어져 있었다.
알 수 없는 한숨을 내뱉고 그녀의 음탕한 행위의 짓거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이힐을 신은 고운 다리를 더욱 모서리에 접촉하며 앞뒤로 위아래로 비벼댄다.
정숙한 유부녀인 가영은 학교에서 그것도 한낮의 교무실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다.
한참을 성행위를 자위하던 나는 이윽고 절정감이 오는 걸 느꼈다.
뭔가가 깊숙한 안쪽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오줌을 쌀 때의 요기가 내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다. 온몸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쏴 하고 모든 감촉이 내 음부에 쏠리면서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젖어버린 걸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강하게 색욕이 몰리면서 나는 큰 소리로 신음을 내며 꽉 끼인 팬티 속으로 애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많은 양의 꿀물들이 내 팬티를 적시고 아래로 떨어진다. 굉장한 양이었다.
오르가슴에 순간 나는 다리를 오므리며 절정을 맞이했고 겨우겨우 숨을 고른다.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독할 정도의 짜릿한 여운이었다.
10분 정도 지난 아직도 힘이 다 빠져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조개 안쪽은 꿈틀거리며 완전히 젖어버렸는데 이어 오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나는 화장실을 갈 생각이 없었다.
애액들의 감촉들이 너무 강해서 이대로 계속 보지 물을 내뱉고 싶고 섹스하고 싶은 그런 감정이었다.
오줌보는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주르르, 오줌을 팬티에 적시고 말았다.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닫고는 그 행위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오후의 교무실에 유부녀이기도 한 정숙하기만 한 여교사가 책상 모서리에 자위행위에 이어 소변까지 싸고 있다.
점심 시각 가영은 교무실에 앉아 넋 나간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간간이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거세게 머리를 흔들어댔다.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몽정처럼 색스하는 꿈을.
남자의 물건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물건은 남편의 것도, 남학생의 것도 아니었다.
신화 속에나 등장할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야수에게 달린 기괴하고도 거대한 하초(下焦)였다.
그날 밤 가영의 집..
"나왔어! 가영아."
무심코 들어서던 남편이 떨떠름히 놀란 것은 그 순간이었다.
안방 문이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아내는 깨어 있었던 듯했다.
희미한 불빛을 등지고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쳐다본 남편은 이윽고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기이하게도 아내 가영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조그만 레이스 팬티 한 장만을 하반신에 걸쳤을 뿐, 상체에는 희뿌연 젖가슴마저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당, 당신?"
남편은 그녀가 이제껏 자지 않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잠자리에 들 때 아내는 언제나 우아하게 나이트가운을 입기 때문이었다.
의아한 노릇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왜 옷을 벗고 있는지 묻지 못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오늘따라 그녀가 그런 민망한 디자인의 속옷을 꺼내 입었는지도 결코 알지 못했다.
내가 거실을 가로질러 그이에게 다가갔다.
그런 다음 그의 코앞에서 허리춤에 손을 댔다.
가영의 손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투명한 천 조각이 사르르 그녀의 발목 아래로 흘러내렸다.
남편이 뭐라 말릴 틈도 없이 내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 그의 바지 지퍼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마치 온종일 남편을 벌거벗기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양 서두르는 손길이었다.
남편의 입에서 어리둥절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가영이 야릇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전날 밤 느꼈던, 저 멀리 다른 곳을 갈구하는 듯한 그런 눈빛과 함께 아내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위를 서슴없이 벌이고 있었다.
그녀는 미처 세워지지도 못한 남편의 사타구니에 다짜고짜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아찔한 자극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가영의 욕구는 거기에서 멈춰져야 했다.
"이, 이러지 마. 당신."
남편은 참지 못하고 내 어깨를 붙들었다. 허리띠를 끌어 올린 그가 가영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미안해. 나 오늘 너무 피곤해. 좀 쉬어야겠어."
남편은 뭐라 말하려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그래서 그는 가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십여 분 뒤 형진이 욕실에서 돌아왔을 때, 가영은 등을 돌린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날 밤 자기 아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남편에게 욕구를 채우지 못한 가영의 손길이 벌거벗은 허벅지 사이를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일주일 뒤..
가영은 12시가 넘어서야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고 있었다. 늦게 들어온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남편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가영에게서 전에는 알지 못하던 낯섦을 느꼈다.
확실히 짐작하기는 힘들었어도 아내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또 회식이라도 있었던 거야?"
나는 남편의 질문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구두를 벗은 그녀는 그대로 그를 지나쳐 안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린 남편은 아내를 좇았다.
"친구랑 만났어요. 쇼핑하고 잠깐 놀다 왔을 뿐이에요."
쌀쌀맞은 대꾸가 돌아왔다. 가영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들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남편은 어쩐지 내 옷차림이 어수선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어디선가 한바탕 뒹군 듯 내 치마폭이 구겨져 있었다.
사실 친구를 만났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사실은 혼자 클럽에서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푼 것이다.
젊은 남자가 수작을 걸며 다가왔지만 나는 뿌리치지 않고 오히려 즐겼다.
블루스를 출 때 낯선 남자가 내 엉덩이를 주무르기도 했는데 왠지 싫지만은 않았다.
내 허리를 당겨 자신에게 밀착시키자 나는 그의 꼿꼿이 솟아오른 남성을 하체로 느꼈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젊은 사내의 성기를 느끼자, 아찔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지고, 그의 물건이 점점 내 꽃잎을 지그시 누르자 다리의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도중에도 음탕한 욕정으로 인해 몸이 달아올랐다.
"가영. 너 이상해. 넌 유부녀야. 정신 차려. 바보야. 그래도 그 물건을 직접 한 번 봤으면."
아무나 붙잡고 그 자리에서 섹스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솟아올랐다.
"아무나, 아무라도 괜찮아..누가 나를 강간이라도 해줬으면...으흠. 아!~~"
택시 기사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내 치마를 흘낏거리며 쳐다보자 나는 50은 넘어 보이는 그 기사를 유혹하고 싶어졌다.
슬쩍 다리를 벌려 팬티를 조금 보여주었다.
그의 바지 앞쪽을 살펴보자 부풀어 오른 그의 페니스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좀 더 그를 놀려주고 싶었지만 더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집에 오니 남편은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얘기 좀 해, 가영아."
"무슨 얘기요?"
"당신, 요새 무슨 일 있는 거야?"
그제야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요즘 따라 너무 늦는 것 같아. 술도 자주 마시고."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남편은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다.
가영은 비웃듯 묘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그러는 당신은 뭔데요? 맨날 야근이고, 어쩌다 들어와도 온종일 딴 데만 신경 쓰고 있잖아요. 당신도 이상해진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나한테는 이유가 있어!"
"이유가 있다고요? 무슨 이유죠?"
"그, 그건…."
그 대목에서 남편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하마터면 엉뚱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저 피곤해요. 일찍 자고 싶어요."
부르르 어깨를 떤 남편은 힘없이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심각한 조루라서 아내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문득 방구석에 놓인 쇼핑백들이 그의 눈에 띄었다.
그는 무의식중에 그 안을 들여다보고는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종이가방은 기이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커피색 망사 스타킹과 화려한 디자인의 속옷들, 그리고 한 뼘 길이도 되지 않을 짧은 미니스커트 따위였다.
속옷들은 민망하게도 가느다란 끈팬티와 가터벨트였다.
게다가 뒷굽이 십여 센티는 넘을 하이힐까지 담겨 있었다.
그는 입이 멍하니 벌어져 갔다.
포르노 배우나 입을 만한 그 야릇한 물건들은 하나같이 신품(新品)이었지만, 라벨이나 가격표는 모두 떼어져 있었다.
그는 그 옷가지들에 미약하나마 체온이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 아내 가영의 몸에 걸쳐져 있던 것들임이 분명했다.
남편은 아내의 옷가지를 챙긴 뒤 팽개쳐진 그녀의 핸드백을 무심코 집어 들었다.
그러자 열려 있던 가방 안에서 두 가지 물건이 흘러나와 방바닥에 떨어졌다.
묘하게도 그것들은 모두 스타킹이었다. 하나는 방금 벗은 듯 아무렇게나 돌돌 말려진 팬티스타킹이었고, 다른 하나는 채 포장도 뜯지 않은 새것이었다.
새 스타킹 정도야 깔끔하고 차분한 아내의 성격상 그리 특이한 물건은 아니었다.
한데 오늘 하루 가영이 신고 있었던 게 분명한 잔뜩 구겨진 스타킹이 문득 그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다시금 침대 위의 아내를 돌아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치마를 끌어 내리기 전부터 그녀의 하체에서는 스타킹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전날 함께 출근할 무렵 가영이 안방에서 곱게 스타킹을 꺼내 신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올이 나간 것일까? 얼핏 훑어봤지만 투명한 그 천 자락에는 아무런 자국이 없었다. 갈아 신었어야 할 새 팬티스타킹도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
행여 그런 일이 있을까 봐 아내가 항상 여분의 스타킹을 준비해 둔다는 것쯤은 그는 익히 알고 있었다.
더워서 벗었을까? 그 또한 이상했다.
아무리 따뜻해졌다고는 해도 그럴 만한 날씨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남학생들 앞에 서야 하는 교사 신분인 가영이 스커트를 입고서 스타킹도 없이 돌아다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설마? 별것 아니겠지.`
그는 자신이 지나치게 형사다운 눈썰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꽁초까지 타들어 간 담배를 비벼 끈 그는 한 개비 더 불을 붙였다.
`설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정숙한 여교사인 아내와 외도(外道)란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그보다는 근래 복잡한 사건들에 빠져 자신이 소홀했던 탓이라고 여겼다.
중요한 문제는 스타킹 따위가 아니라 아내의 예고 없는 외박이었다.
부부싸움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요즘 들어 그녀가 부쩍 변한 듯한 기분만은 사실이었다.
아내가 깨어나면 자세히 물어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어깨를 주무르며 일어섰다. 밤새 또 잠복근무를 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음 날 오후 5시경. 하교 시간.
교사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고 있었지만 가영에게는 퇴근 시간조차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젯밤 그이에게 외면당한 탓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색녀가 된 듯한 자신에게 수치심이 느껴졌다.
한 이불을 덮고 자던 남편조차 모르게 치렀던 자위행위, 그녀가 자위행위를 한 것은 학교에서 혼자 했을 때가 처음이었다.
가영은 온종일 그 괴물이 자신을 겁탈하는 상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짐승같이 땅바닥에 엎드려 난잡하게 교접하는 장면들이 심지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 시간 도중에까지 불쑥불쑥 그려지고 있었다.
어째서 자꾸 그런 해괴망측한 상상이 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애써 떨쳐내려 할수록 그녀의 상상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거대한 물건을 지닌 야수와 수간(獸姦)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두 눈이 질끈 감겼다.
스타킹에 감싸인 치마 속 허벅지들이 무의식중에 미끈거리며 마찰했다.
내가 온몸을 소스라친 것은 그때였다.
"퇴근 안 하십니까, 신 선생님?"
은밀한 상상을 들키기라도 한 양 가영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감췄다.
옆 반 담임인 남자 선생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치근덕거린 그 유부남이었다.
그녀는 뭐라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훅 숨을 멈춰야 했다.
갑자기 몸속 어딘가에서 주체할 수 없는 기운이 뜨겁게 밀려오고 있었다. 깊숙한 곳이 순식간에 축축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가영은 원인 모를 갈증에 마른침을 삼켰다. 찰라, 그녀의 입술은 자신도 모르게 멋대로 달싹이고 있었다.
"저, 술 한잔 사줄래요? 박 선생님?"
교태 아닌 교태가 섞인 목소리였다.
상대방의 얼굴이 금세 반색을 해댔다. 내가 그의 추파를 받아들인 것 또한 처음이었다.
"그, 그러죠. 저는 좋습니다."
교무실을 나온 두 사람은 학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녀는 슬그머니 남자의 팔짱마저 끼었다.
흠칫거리면서도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유부남은 선뜻 비싸 보이는 일식집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저녁에 수업 있으시죠? 하지만 기왕 왔으니 반주 한잔하시겠습니까?"
"네, 주세요."
가영은 초저녁부터 술을 마시자는 제안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다다미방에 단둘이 마주한 채 맥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박 선생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신 선생님. 우울해 보이시는데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물끄러미 상대방의 얼굴을 응시한 내가 희미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유부남 선생은 여자의 마음을 허물어뜨리는 것이 그 여자의 몸뚱어리를 허물어뜨리는 첩경이라고 믿는 듯했다.
그는 블라우스 속에 가득 찬 내 젖가슴을 열심히 흘끔거리는 중이었다.
"혹시 남편 때문이신가요?"
"저희 남편 때문이란 걸 어떻게 아시죠?"
"허허, 우리가 뭐 하루 이틀 본 사이입니까? 고민 있으시면 저한테 털어놓으십쇼. 신 선생님 말씀이라면 제가 뭐든지…"
그러자 가영의 흐릿해진 눈동자가 묘한 빛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천천히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선생님."
"네, 말씀하시죠."
"저라는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부남 선생의 시선이 휘둥그레졌다.
"솔직히 얘기해주세요. 가영이라는 유부녀, 한 번 벗겨 보고 싶은 생각 없으세요?"
"그, 그건."
박 선생은 말문을 더듬었다.
사실, 가영은 자기가 그런 민망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먼저 놀라고 있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하다니."
그저 홀린 듯한 작은 소리만 몽롱하게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럼 왜 이러고 계시죠? 시간도 별로 없는데."
음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가영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