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5
반란-5
현수와 민경의 행위를 다시 엿보고 싶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의 관음증이었다.
도저히 눈을 돌릴 수 없는 집요한 강요였다.
민희는 천천히 문 쪽으로 몸을 붙였다.
조금 열려 있는 문 저쪽으로 한 쌍의 남녀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이 뿌연 안개를 걷고는 확연히 눈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전 자신과 눈이 마주친 현수는 또다시 민희의 힙을 잡고는 앞뒤 왕복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민희는 그때야 자기 모습을 보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은 유방을 만지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은 얕은 색 잠옷 안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아… 이게 뭔 짓이지…`
민희는 스스로 질문을 하며 성급히 손을 뺐다.
유방을 만지던 손을 빼냈고, 팬티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던 손도 원위치로 돌렸다.
알 수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
자기 손으로 부닥쳐오는 팬티의 감각이나, 그 안 깊숙한 곳의 거칢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빼놓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
민희는 속삭이듯 소리를 치면서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
부끄러웠다.
이게 뭔 짓인가 하는 미움도 생겼다.
민희는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며 몸을 숨겼다.
치욕스러운 자신의 몰골이 요 속에서도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왜 이러지…`
수도 없이 되뇄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되새겼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었지만 조금 전까지 자신을 노려보던 현수의 눈동자가 머릿속으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픔을 호소했지만, 이마에 땀을 가득 흘리면서 움직이던 현수의 얼굴은 좀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민희는 머리를 흔들었다.
떨쳐 내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이미 찍혀진 사진은 쉬이 바래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어떻게 내가 그런 모습을…
민희는 자신의 철없던 행동을 나무랐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떻게 내일 현수를 볼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두 눈으로 분명히 자신을 보던,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노려보던 현수의 눈이 떠올랐다.
아…
민희는 자신을 나무랐다.
하지만…
애써 잠을 청하려고 노력하던 민희는 몸에서 발산되는 열기를 감당할 수 없어 눈을 떴다.
순간 민희는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자기 손이 아랫도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 자기 손이 그 위치에 있는지 왜 자기 손이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자신, 민희의 손이었다.
자기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음부 속에 있는 조그만 돌기를 건드리면서.
더웠다.
전신을 덮은 이불이 민희의 발산하는 열기를 막고 있었다.
민희는 이불을 발밑으로 걷어냈다.
하얀색 실크 잠옷이 거추장스러웠다.
가슴 언저리까지 벗겨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잠옷 속에 자기 손은 들어가 있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지만 조금 전처럼 시원하지를 못했다.
민희는 팬티 속에 들어있는 손을 미친 듯이 나무랐다.
책망의 나무람이 아닌 환희의 나무람이었다.
입에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느끼고는 이불을 깨물었다.
'으…'
민희는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나머지 한 손은 유방 위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신음소리가 민희의 불붙은 몸에 기름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민희는 알았다.
조금만 더 가면 저곳에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아플 정도로 꼭 감은 눈 속에 보이는 저곳에 자신의 마지막이 있었다.
이불을 말아서 이빨로 깨물었다.
더 이상의 소리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꽉, 깨물었다.
"아--"
길고 옅은 신음소리가 민희의 입에서 나왔지만, 말아서 깨물고 있는 요 때문인지 들리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는 여유가 생겼다.
"휴…."
안도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는 알았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더 이상 없었다.
나른한 포만감이 민희에게 생겼다.
유토피아를 다녀온 것이다.
영원히 잊히지 않을 나른함과 함께.
살랑거리며 불어 들어오는 창문의 바람이 시원함을 주었다.
현수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민희의 모습은 분명히 잘 못 본 것이라고 자신의 기억 속에서 밖으로 쫓아냈지만 이미 찍혀진 빛바랜 사진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민희가 나와 자신들을 야단칠 것 같았지만 현수는 움직였다.
밑에서 자신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민경이 있었다. 환상적인 민경의 움직임이 있었다.
3년 동안 기다렸던 민경의 깊은 곳이 지금 현수가 들어가 있는 곳이었다.
따뜻했으며 시원했다.
사랑스러운 감로수를 주면서 갈증을 해결해 주었다.
영원한 환희가 있는 곳이었다.
마침내 현수의 움직임은 마지막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이 간직했던 순간들을 민경에게 쏟아붓기 위한 마지막 움직임을 했다.
거친 폭풍우에 휘말렸던 조그만 돛단배는 거친 파도와 휘몰아치는 바람에 항해를 마치고 천천히 부두로 입항하고 있었다.
그 고된 항해는 결코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었다.
당연히 스쳐 지나야 할 코스였다.
"헉…"
"아…"
둘의 외침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민경의 움직임이 멈췄다.
현수의 움직임도 같이 멈췄다.
민경의 얇은 떨림이 현수에게 밀려왔다.
쏟아져 들어가는 현수의 움직임이 민경에게서 느껴졌다.
긴 항해가 끝나고 입항했다는 안도의 소리였다.
유토피아에 다녀왔다는 긴장감의 끝을 알리는 사랑의 소리였다.
마치 하늘을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갈매기가 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 둘은 한숨 섞인 탄식의 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항해를 끝난 연인에게는 포만감이라는 것이 왔다.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는 포만감.
이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만족감.
그 만족감보다 한 단계 높은 풍성한 느낌.
현수는 민경의 등위로 꼬꾸라지듯 엎어졌다.
민경의 힙이 현수의 페니스에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민경의 다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해."
현수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영원히 기억 속에서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마를 대로 마른 입술을 민경의 목덜미로 옮기면서.
"나도 사랑해. 영원히."
빙글빙글 돌아가는 싸이키 조명 아래 현란하게 춤을 추는 무희들의 모습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때맞춰 음악 소리가 낮아지면서 간드러진 듯한 가수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취하게 만들 때 현수는 민희의 손을 잡고 무대 중앙으로 나섰다.
한잔 두잔 더한 술이 이제는 어느 정도까지 올랐는지 민희는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넘어질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신만은 멀쩡한지 현수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는 자기의 발로 무대 중앙까지 진출했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가 두 남녀를 밀착시켰다.
현수의 손이 민희의 허리를 둘러 감싸 안았지만 민희는 거부반응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현 수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민희의 양팔이 현수의 목을 감싸 안았으며 풍만한 가슴은 현수의 가슴에 더욱더 밀착되고 있었다.
몇 쌍의 커플이 주위에서 음악에 따라 몸을 흔들고 있었지만, 이들만큼 심하게 붙어서 춤을 추는 커플들은 없었다.
민희가 차려입은 모습은 34세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아무리 많이 보더라도 20대 후반.
긴 생머리와 가슴이 푹 파인 블라우스는 민희의 긴 목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풍만한 유방의 윤곽을 숨김없이 내놓고 있었다.
그렇게 짧지 않은 스커트는 민희의 쭉 빠진 허벅지와 장딴지의 윤곽을 섹시하게 보이도록 하는데 일가견을 했다.
"현수야!"
"네. 누, 누님."
다정다감한 민희의 목소리가 현수의 귓가에서 숨결과 함께 들리는 것은 민희의 입술의 현수의 귓가까지 올라가서 말을 내뱉고 있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여유만 있어도 현수의 귓불은 민희의 입안으로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기도 했다.
풍만한 유방이 현수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어 부담스러웠지만, 가히 싫지 않은 느낌이었기에 현수는 민희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다만 순간적으로 민경의 모습이 간간이 떠올라 현수의 몸을 멈칫거리게 하였지만 그런게 죄라고는 생각 들지 않았다.
민희가 한 두잔 쌓인 술의 힘을 빌려 신세 한탄을 늘어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 현수야."
하지만, 현수의 생각은 잘 못되고 있다는 것을 민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알려 주고 있었다.
민희의 다리가 현수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와서 풍만한 가슴을 현수의 가슴에 밀착시켜 마구 비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의 여유가 생겨 민희와의 거리를 만들려고 하면 이내 민희가 다시 밀착시켜 왔기에 더 이상의 회피는 힘들었다.
"현, 현수야."
다시금 민희의 목소리가 현수에게 들렸다.
무대 위에서 간드러지듯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모습을 의식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무섭다거나 두려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현수는 이러면 안 된다고, 남이 볼까 무섭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몰랐다.
누구도 그 어떤 사람도 지금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한다거나 욕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현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찜찜한 느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네."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가 현수의 입에서 나왔다.
계속해서 불러대는 민희의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끈적끈적한 기운이 묻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민희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지만 결단코 많이 취한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 현수한테 너무 미안해, 정말."
"아, 아닙니다. 누님 이해합니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아닌 것 같아."
"누님도"
"나 현수 좀 안아 보면 안 될까? 나 너무 외로워 외로워서 미칠 것만 같아. 현수야. 그 나쁜 놈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만들어. 나쁜 놈"
"…"
"나 좀 안아 줘. 응? 꽉 좀 안아 줘. 나 정말 외로워."
난감했다. 현수는 난감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반면, 현수의 육체는 현수의 생각과는 달리 움직이고 있었다.
민경의 육체는 말 그대로 요물 덩어리였다.
붙어 있는 유방의 감촉이 그랬으며,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그랬고,
힘차게 서 있는 현수의 페니스를 허벅지로 괴롭히는 것이 그랬다.
그래서 더 난감한 것이다.
당장이라도 부서지도록 안고 싶었지만, 도덕적인 관습, 윤리적인 습관 때문에 현수의 행동은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참는다는 것은 한창 혈기 왕성한 현수를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것 같은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은주와는 달랐다.
은주는 처음부터 아니 민경과의 만남부터 따라다니는 미운 오리 새끼였지만 민희는 아니었다.
은주와 달랐다.
그녀가 가여웠고, 그녀가 불쌍했으며, 그녀의 요구는 신의 사명을 받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현수의 마음도 그랬다. 풍만한 육체였으며, 속된 말로 탱글탱글한 피부였다.
그 몸을 가지고 자신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있는데, 못 들은 척, 윤리적인 책임 때문에 그냥 넘어갈 바보 같은 남자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현수도 민희에 대한 육체적인 갈망이 있었다.
없었다면 그것은 남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것은 그녀가 자기 여자, 민경의 언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만약 민희를 품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민경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민희를 잡은 손에 힘이 가해졌다.
풍만한 민희의 유방이 현수의 가슴을 더욱더 짓누를 때, 현수는 입술을 도둑맞고 말았다.
허리쯤에 있는 현수의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민희의 몸이 현수 쪽으로 딸려가자 민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현수의 목을 감싸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면서 현수의 얼굴을 당겨 키스한 것이다.
"읍…"
짧은 단말마의 음성이 현수의 목에서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동시에 현수의 손은 민희의 힙으로 옮겨가고 말았다.
남자의 본능이었다. 여자를 안고 싶고, 안으면 만지고 싶은 남자의 본능.
옆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위선이었고 가면이었다. 현수는 민희의 힙을 더욱더 힘차게 당겼고, 민희는 혀는 현수의 입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현수야. 우리 나가자…"
민희가 키스 후 처음으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