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2
반란-2
유토피아가 저기 저곳인가? 아니면, 생의 낙원이 이곳인가?
의문 썩인 부호를 여러 개 뱉어 낼만큼 푸른 초원을 달리고 있는 한 쌍의 연인이었다.
숨소리가 거친 말의 달림은 개울을 뛰어넘고, 조그만 울타리를 뛰어넘고 달렸다.
잠시의 여유도 없었다. 다만 달릴 뿐이었다.
말의 진동 때문에 호흡이 가빠지고 엉덩이뼈가 잠시 당혹감을 전해 주었을 때는 둘의 모습은 짐승의 짝짓기 모습이 되었다.
그 좁은 소파에 금정이가 엉덩이를 보였고, 그 엉덩이를 향해 돌진하는 진호의 페니스가 있었다.
하지만, 곧 그 자세도 오래가지 않았다.
마치 백과사전에 기록되어있는 모든 성행위의 체위를 마스터한 사람들처럼 둘의 모습은 연속적으로 바뀌어 가면서 유토피아를 찾아 미친 듯이 달렸다.
둘의 자세는 다시 바뀌었다. 아니 바뀔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기록되는 백과사전의 체위 중에 겨우 네댓 개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으니…
진호가 드러누웠다.
처음에 금정이 소파에 누워 다리를 들어 올려 진호를 기다렸던 것과는 반대로 진호가 드러누워 금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힘차게 서 있는 진호의 페니스는 금정이 손안으로 감싸 쥐는 것 같더니 어느새 자신의 깊은 곳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헉… 아…."
다시 둘의 신음소리가 넓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오직 이 순간, 영혼의 아름다움이 뱉어내는 천상의 소리 이외에는…
금정의 말을 타는 자세는 숙달된 마부의 모습이었다.
흔들거리는 금정의 힙을 두 손으로 잡은 진호의 손은 어느새 금정의 가슴에서 흔들리고 있는 유두를 잡아 탐스럽게 만지고 있었다.
사랑일까?
진호는 자기 몸 위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거친 숨소리를 내뱉고 있는 금정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랑일까?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오직 민희 한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이 금정이라는 여자에게서 왜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것일까…?
진호의 뜻하지 않는 생각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흔들리는 금정의 몸이 어느새 자신의 절정을 밖으로 배출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그만."
진호가 내뱉었고, 둘은 모습은 처음의 자세로 되돌아갔다.
힘든 자세의 연속이었다.
소파에 누워 금정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호는 몸을 일으켰고, 그 모습을 보던 금정은 자신의 등을 소파에 붙였다.
하지만 금정은 자신이 취한 행동이 곧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진호의 페니스는 금정의 얼굴 앞에 와서 섰기 때문이다.
둘의 눈이 마주치자 서로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서로를 보고는 금정은 말없이 소파 위에 꿇어 엎드렸다.
진호에게 등을 보인 상태였지만 진호는 그런 금정의 모습을 보고 아무 소리도 없이 금정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허연 엉덩이 살이 진호의 눈에 들어오면서 진호의 페니스는 당당한 장군의 위세로 다시금 금정의 엉덩이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헉…"
누가 서로 뭐라고 할 것 없이 둘의 살점은 하나의 살점이 됐다.
진호의 몸 밖으로 튀어나온 살점은 금정의 비어있는 한 곳을 메웠고, 그 살점의 만남은 가히 상상하기 힘든 반가움으로 몸부림을 쳤다.
몇 번의 자세 변화 때와는 달리 이번의 행위는 환상적인 만남에 예술적인 목소리를 동반했다.
"아…응 아… 응… "
고양이의 소리처럼 금정의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올 때 진호의 소리는 숨 가쁜 마라토너의 소리였다.
"헉. 헉…헉…아… 허… 헉…억…"
둘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일치가 됐고, 그것은 둘의 몸 안에 있는 노폐물을 발산시키듯, 절정이라는 쾌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는 떨어지게 했다.
"자기야. 나 여기에 와서 살까?"
"그래.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와"
"정말? 정말 그렇게 해도 돼?"
"응."
진호는 금정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금정은 아직도 자기 애액과 진호의 정액이 묻어있는 페니스를 양손으로 소중히 감싸면서 진호의 가슴에 몸을 기댔다.
임금정.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했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세상의 온갖 평지풍파를 다 겪으면서 살아왔다.
흔히들 이야기한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소설책 10권은 나오니, 20권은 나오니…
지금 여기서 진호와 함께 유토피아를 다녀온 여자.
그녀 역시 그들과 비교해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이야기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아는 여자.
단지 순간을 쾌락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그녀가 지금은 한 남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녀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 나와서 삶을 시작 할 때부터 피붙이가 누군지, 그녀의 어린 시절을 돌보아 줄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하면서 그녀의 삶은 시작되었었다.
그렇게 어려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남자를 알았고, 그녀의 남자는 외로운 생활을 그녀에게서 영원히 청산시켜줄 자신의 평생 동반자요, 은인이며, 영원한 삶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은 한 달. 단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별하여야만 했다.
단순한 교통사고.
그게 그녀 삶의 시작이었다. 남자와 함께 시작하는 첫 인생의 길을 그렇게 시작한 것이었다.
"그만해. 힘들어."
"참 이상해. 그렇게 맥없이 늘어져 있던 게 이렇게 만지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
금정의 손은 아주 쉽게 진호의 페니스를 쓰다듬고 있었다.
마지막 정액을 액즙을 짜듯 깨끗하게 빨아 마신 금정의 입 덕분에 달콤하며 아늑한 구강 안에서 약간의 힘을 회복한 진호의 페니스가 다시금 공기를 접했을 때는 이미 금정의 눈은 풀려가고 있었다.
"왜 그래. 이제 그만해."
싫지는 않지만, 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채운 진호가 풀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금정을 향하여 말을 내뱉었지만, 이미 흥분으로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는 금정을 제지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음."
"자기야. 여기."
"응. 그래. 나왔구나."
"그럼. 내가 안 나오면 누가 나오겠어."
"하하! 맞다 맞아. 잘 있었어?"
"응. 자기는?"
"나도 잘 있었지. 당연히."
민경이 현수를 만난 것은 오후 2시경이었다.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던 현수가 돌아온다는 연락이 온 것은 벌써 한 달 전.
그 전화를 받고 민경은 몇 날 며칠 잠을 설치면서 기다린 보람으로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재회를 하게 된 것이다.
공항은 사람들이 많았다.
곳곳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민경은 외국에서 단체 관광이라도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오래간만에 보는 현수의 얼굴은 큰 피곤함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정상적인 상태로 민경의 눈에 비쳤다.
특별히 말랐다거나, 살이 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 민경의 눈에 비쳤다.
정말 길고 긴 기다림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유학 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민경은 하늘이 노랗게 변하면서 말을 잃어버렸었다.
"정말 가야 해?"
"그래. 좀 더 배우고 싶어. 꼭 돌아올 거야. 돌아와서 너랑 아들딸 놓고 행복하게 살 거야. 기다려 줄 수 있지?"
"흑."
그때 민경의 슬픔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몇 날 며칠을 눈물로 보냈었다.
하지만 현수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 결심을 막을 재간이 당시에 민경에게는 없었다.
물론 지금도 현수의 결심을 막을 방도는 없다.
하지만 단 하나 믿는 것은 있었다.
그것은 현수가 민경을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민경은 그것 하나. 사랑이라는 아주 짧으면서도 영원한 단어인 그 단어 하나만으로 길고 긴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 민경의 눈앞에 있는 현수가 그 사람이었다.
영원히 죽을 때까지 변치 않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
그것은 바로 현수였다는 것을 민경은 잊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민경의 기다림은 분노와 질투,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것에서 천천히 애틋한 기다림으로 변했고, 그 기다림은 다시 현수와의 재회를 허락한 것이다.
"이야. 많이 변했다. 정말…"
민경이 운전하고 있는 차 안에서 옆자리의 현수가 말했다.
현수의 눈에는 불과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토록 빠른 발전을 하는 도시가 믿어지지 않았다.
"응. 많이 변했지. 그게 어떤 시간인데…"
민경은 현수가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했다.
아마, 민경 혼자만이 간직한 아픔들을 하나의 단어로 만들어 낸 소리였을 것이다.
민경은 지나간 시간을 머릿속에 떠 올렸다.
어떤 시간이었던가?
말로는 차마 할 수 없을 것 같은 아픔의 시간이었으며, 고통의 시간이었으며,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더욱더 확고히 하는 매개체가 되었지만…
민경이 이런 생각을 하는 반면, 현수는 3년이라는 아주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바뀌어 버린 도시의 변모를 머릿속에 기억시키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차들과 그 위로 보이는 가로수…
그리고 지금 자기가 달리고 있는 도로들을 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는 중이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자기 집으로 가야지. 어딜 가?
"뭐? 우리 집? 우리 집이 어디 있어? 우리 집 없어. 전화도 안 해 봤니?"
"어머! 무슨 소리야. 집이 없다니…"
현수가 내뱉은 말에 민경은 핸들을 놓칠 뻔했다.
집이 없다니.
민경은 처음 듣는 현수의 말에 놀라움을 표하면서 물었다.
"응. 모르는구나."
"…."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생각에 잠겨있는 민경을 현수는 이해하겠다는 듯이 민경의 의문에 해답을 제시하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마 최근에는 민경이 현수의 본가를 방문했든 일이 드문 모양이었다.
"얼마 전 이사했어. 아버님이랑 어머님 시골로 내려가셨어.
이제 자식들 다 키웠다고 미련 없이 내려갔어.
잘됐지 뭐. 연세 드신 분들에게는 공기도 좋고."
간단하게 몇 마디의 말로 집이 없는 이유를 설명한 현수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가끔 전화 통화는 했지만, 어머님의 따뜻한 가슴이 그리웠고, 아버님의 냉정한 눈초리가 그리웠다.
하지만…
"언, 언제? 며칠 전 안부 전화를 드렸을 때도 아무 말씀 없으셨는데…"
"네가 와서 설칠까 봐 말씀 안 하신 모양이다."
"내가 뭘? 뭘 설친단 말이야?"
"아.아냐. 말 잘못했다. 너 고, 고생할까 봐."
현수는 웃으면서 말을 정정했다.
질투가 심하다면 심한 민경이었다.
물론 현수도 이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민경에게 말은 안 했다.
괜히 민경이 이사하는 데 가서 고생할까 봐.
그리고 어머님이나 아버님도 민경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했기에.
"그럼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긴. 오늘 하루는 우리 이쁜이랑 같이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집으로 내려가야지…"
"흥. 누가 같이 자 준다나, 뭐…"
"그래!, 그럼 할 수 없이 오늘 내려가야지."
"그래라. 뭐…"
"알았다. 뭐…"
민경이 입술을 뾰족이 내미는 것을 보고, 현수도 같이 내밀면서 민경의 말을 받았다.
둘 다 농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지지 않으려고 표독스럽게 말대꾸를 해댔다.
"호호. 진짜지? 그럼 고속버스 타고 갈 거야? 아니면 기차 타고 갈 거야?"
"글쎄. 뭐 타고 갈까?"
"빨리 말해. 원하는 쪽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민경은 아직도 웃음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갔다.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민경을 생각하면서 수음을 한 적은 셀 수도 없었다.
민경은 색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침대에서는 거친 것이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체위를 생각하는 자체만으로 현수는 흥분했으니.
손에 뭔가가 잡히는 것을 느꼈을 때는 현수가 한창 민경과 섹스를 하는 중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하던 현수와 민경은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다 마침내 결합했던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을 때 현수의 손에 뭔가가 닿은 것이다.
현수는 섹스 중에 민경의 몸을 만지지 않았다.
피스톤 운동만으로도 현수의 몸은 이미 절정을 향하고 있기에…
그런데 갑자기 물컹한 뭔가가 자기 의사와는 달리 손에 잡힌 것이다.
현수는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손을 보았다.
그 손끝에는 여자의 유방이 있었다.
그것도 만만치 않은 사이즈의 유방이었다.
현수의 그 유방의 주인공이 누군지 머리를 들어 상대의 얼굴로 눈을 돌렸다.
'아! 이럴 수가…'
그것은 다름 아닌 민희였다.
민희가 자신의 옆에 나체의 모습으로 앉은 채 현수의 손을 끌어당겨 유방에 얹어 놓았다.
현수는 당황했다.
밑 쪽에서는 민경이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열심의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있었고, 반면 위에서는 민희가 옷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자기 손을 잡고 유방을 만져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곤란하고 곤혹스러운 현수였지만, 민희의 유방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만, `민경이 보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뿐이었다.
현수의 머릿속은 곤란한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떻게 하지?`
하지만, 현수에게는 헤쳐 나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민희의 유방은 민경만큼이나 풍만했다.
이미 결혼한 여자의 몸이지만 이다지도 풍성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민경의 유방처럼이나 탄력도 있었다.
현수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찔한 정신을 수습도 할 수 없는데.
'현수 씨…'
엉덩이를 흔들어대던 민경이 머리를 돌려 날카롭다 못해 서늘한 눈초리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민희의 유방을 탐하고 있는 자신을.
현수는 아찔했다. 다급한 목소리로 `아, 아냐`, 라고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랭한 웃음뿐이었다.
다시금 소리쳤다.
절대 자기 의사가 아니라고,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소리쳤지만, 냉랭한 웃음에 차가운 눈초리를 더했을 뿐이었다.
"민경아… 민경아. .아, 아냐… "
현수는 계속해서 외쳤다.
차갑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민경에게 외쳤다.
`내 뜻이 아니라고, 내 의지가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민경이라는 이름을 수도 없이 불렀다.
얼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민경이 자신을 쏘아보는 것이 너무나도 겁이 났다.
"민경아… 민, 민경아… "
현수는 민경을 달랬다. 민경에게 끝없는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민희는 손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민경의 얼굴을 보고 있는 민희는 냉정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현수 씨… 현수 씨… 나 여기 있어. 왜 그래?"
눈을 떴다.
민경이 옆에 있었다.
민경의 얼굴이 현수의 눈앞에 보였다.
자기 손은 민경의 가슴 위에 얹어져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보던 민경이 현수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왜 그래? 나 여기 있어."
현수는 그때야 정신을 차렸다.
꿈이었다.
민경과 민희를 한꺼번에 범하는 몹시 나쁜 꿈을 꾸고 있었다.
'휴.'
긴 한숨을 내쉬면서 현수는 민경을 끌어안았다.
다행이었다.
정말 꿈이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편으로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그런 꿈이었다.
"내, 내가 꿈을 꾼 모양이야…"
현수는 한창 절정을 향해 치닫던 자신의 열기가 삭히는 것을 느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 현수를 한참이나 말없이 지켜보던 민경은 현수의 이마에 손을 얹히면서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너무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어서 그런 모양이야…"
민경은 현수의 이마에서 솟는 땀을 닦으면서 걱정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지만, 민경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꿈속에서도 자신을 찾는 현수가 고마웠기에…
"왜? 무슨 꿈을 꿨는데 나를 찾아? 그렇게도 애타게…"
현수는 정신을 차렸다.
아직도 자기 손은 민경의 가슴에 가 있는 것을 느끼고는 손을 뗐다.
"왜 내 손이 여기에 있어…?"
현수는 손을 걷으면서 민경에게 물었다.
꿈속에서는 민희의 유방을 만졌는데, 현실에서는 왜 민경의 유방에 손이 놓여 있는지…
"치… 내가 끌어당겼다. 왜…?"
민경은 현수가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느끼고는 애교 부리듯이 현수에게 입을 뾰족이 내밀었다.
민경은 현수가 가위에 눌린 것 같아 걱정이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는 것을 보고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 덕에 앙탈을 부리듯 말을 했지만…
현수는 기억을 더듬었다.
여기가 어딘가? 그렇지. 나는 거실에서 잠을 잤다.
방안에서 잘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다, 혼자서 자는 민희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기에.
민경은 그런 현수를 보면서 아쉬워했지만, 조금이라도 철이 더 들은 자신이 이해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서재에서 잠을 청하라는 민희의 권고를 뿌리치고, 거실에서 잠을 청한 것은 민희에게 의심을 사지 않겠다는 현수의 생각에서였다.
서재에서 잠을 청하면, 야밤에 민경의 방에 들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더군다나 한창 색을 느끼고 있는 민경이 서재로 쳐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거실에서 자면 그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민희에게 의심을 살 이유도 없었고, 혹시라도 밤손님이 찾아오면 자신이 먼저 막을 수도 있었다.
굳이 가겠다는 현수를 말린 것은 민희였다.
호텔에서 자면 된다는 현수를 민희는 극구 말렸다.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나쁠 것 같지도 않았다.
오래간만에 가정이라는 곳에서 잠을 잔다는 것 자체만으로.
물론 시골집에 내려가서 자면 되겠지만, 민경과의 하룻밤을 생각했던 현수로서는 쉽게 발길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것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골집이 아니기에.
저녁을 먹고 다과를 함께하면서 대화했지만 처음 이 집을 찾아왔을 때만큼이나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민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었고, 남자가 자기 혼자라는 이상야릇한 기분도 있었기에.
더군다나 민희의 몸매나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처녀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민희를 만난 한참 후…
그것은 민희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진호가 바람을 피웠는지 모르지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진호가 아이를 그렇게 바라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진호가 아이를 가지기 위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민경 몰래 가끔 보내는 민희의 눈초리가 현수가 떠나기 전 이 집을 들렀을 때와 마찬가지로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지만, 할 수 없었다.
자매가 동시에 권하는 잠자리를 물리치고 나오기에는 현수의 마음이 너무나 여렸기에…
현수의 잠자리 때문에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지만 현수의 뜻대로 거실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꿈을 꾸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는 현수의 손에 민경의 유방이 잡혀있었다.
"왜? 기분 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