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비극-3
잔인한 비극-3
두어 시간쯤 잤을까. 잠이 깼을 대는 벌써 창밖이 희붐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재희는 순간 흠칫하며 옆자리를 봤다. 곽 부장은 아무 자신이 잠들었을 때 살며시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신의 젖무덤을 쥐고 자는 남편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느 때와 같이 그녀는 구운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식탁에 차려놓고 남편을 깨웠다.
“아…… 배고파……”
언제나 그랬다. 남편의 속은 건강한 체질이라 그런지 술을 많이 먹은 다음 날에도 그저 첫마디가 “배고파”였다. 재희는 맛있게 우거 거리며 먹는 남편이 대견해 보였다.
“꿀꺽! 쩝, 근데 여보 나 어떻게 집에 들어왔어? 곽 부장하고 술 먹다가 취해서는………… 헤헤! 그러고는 아무 기억이 안 나네.”
아니! 어제의 일이 그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단 말인가? 순간 재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곽 부장과 같이 집에 왔었고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말을 해야 할지. . . . . 하지만 재희는 입을 다물고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굳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이야기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여보! 사실 오늘 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데, 좀 나가봐야 할 일이 있어. 음……… 될 수 있는 데로 일찍 끝낼게"
“아니, 무슨 일이신데요?”
“어 내가 주최한 프로 젝트건인데 요번에 화장품 선적을 했거든 근데 너무 큰 오다라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말이야."
곽 부장의 말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재희는 어제 자신의 행동이 남편을 위한 것이었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곧이어 남편은 출근을 했고, 자신은 진한 향의 커피를 마시며 카르멘의 “하바 낼라”를 들었다. 어제의 일이 마치 꿈결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어제의 행동이 과연 남편을 위한 것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창녀적 기질이 숨어 있었던 걸까?”라는 의문 속에서 어제의 일이 되새김질처럼 떠올랐다.
재희는 갑자기 몸 중심에서 아랫배로 강렬하게 치솟아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을 느꼈다. 그 느낌으로 인해 재희는 순간 눈앞이 흐려지면서 한동안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녀로서는 그때까지 상상조차 못했던, 난생처음 겪어 보는 이상한 경험으로 이었기에……………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자신의 손이 팬티 속 음부에 들어가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실크 잠옷 밑단을 들어 올렸다. 눈 아래로 알맞게 무성한 음모를 축으로 해서 음영 속에서도 뽀얗게 빛나는 다리가 곧게 뻗어 있었다. 햇빛을 듬뿍 담은 거실의 공간은 하얀 그녀의 살갗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 가슴을 더듬으며 결혼 이후 처음 있는 자위행위를 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말초적 감각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밀려왔다.
어느 순간에 이르자 등허리를 훑고 지나가는 쾌감에 거실을 휘젓고 있던 음악이 귓가에서 멀어지며, 거침없이 밀려오는 쾌감에 곧게 뻗은 다리가 떨려 왔다. 이윽고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하룻밤 사이에 몸과 마음이 얼룩져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욕실로 향했다. 이마에 부딪혀 작은 포말을 그리며 떨어지는 물방울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재희는 체 옷을 입기도 전에 걸려 오는 전화 소리에 대충 몸을 타월에 감싸 안고 거실로 향했다.
“네! 여보세요”
“후………후……… 꽤 피곤했던 모양이야 어젠………?”
재희는 곧 그 음성의 주인공을 알아냈다. 그는 곽부장 이었다. 격렬한 섹스는 아니었으나, 자신의 정액을 흩뿌렸다는 것에 자만심을 얻은 듯한 목소리였다.
“아! 다름이 아니고 지금 오 과장을 만났거든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데? 그래서 나도 취해서 모르겠다고 했지, 내가 잘한 건가 해서 전화를 한 거야.”
재희는 곽부장의 말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음침한 그의 목소리에 야릇한 쾌감을 느꼈다. 그건 아마도 둘만이 가졌던 비밀에 대한 동조감 이었는지도 모른다.
“아~ 사실은 오늘 부탁이 있어서 말이야. 들어줄 수 있겠지?”
“뭐……뭔……데요?”
“그렇다고 그렇게 떨면서 얘기할 건 없고. 저녁때 식사나 같이 하면 해서”
“남편이 일찍 온다고 했어요.”
“아 하! 그건 걱정 말라고. 그리고 오 과장은 출근과 동시에 대구 공장에 내려갈 거니까 모래쯤이나 집으로 갈 거야. 음 지금이 11시 30분이니까 1시 30분까지 **호텔로 나오지. 스테이크 전문점이 2층에 있는데 아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알았어요.”
수화기를 내려놓은 재희는 두려움과 일종의 호기심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화장을 끝마친 후 서랍을 열어 속옷을 꺼내 입으려다 남편과 잠자리에서 입던 야한 망사팬티를 들고 한참을 망설인 끝에 다리에 꿰어 입었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