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도..1
나의 외도..1
"남편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는 것 같아."
"?"
"가끔 술 먹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하고...남자들은 그럴 기회가 만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
"신혼 땐 몰랐는데 나도 나이 먹고 나니깐 남자의 살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이해해요. 섹스는 남자만 즐기는 건 아닐 테니 뭐,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은 사람이니..."
"맞아, 근데 여자들은 남편 말곤 남자를 만날 기회가 적으니깐."
"그렇다고 이렇게 채팅하면서 아무 남자나 만나자는 건...좀 위험한 생각 같은데..."
"것도 알고... 근데 너무 외로우니까..."
"부디 탐색전 잘해서 뒤탈 없는 늑대 찾으세요."
"휴"
"?"
"좀 두렵긴 해요."
"나도 남자로서 얘긴데, 남자들 조심해야 해요. 잘 못 하면 큰일 나요."
"알아요"
"..."
"님은 괜찮은 남자 같은데..."
"어이구~ 천만의 말씀... 저도 똑같은 늑대무리 중 하나올시다."
"그럼 그냥 친구 해줘요."
"저 별 볼 일 없는 놈입니다. 재미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인간성이 괜찮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 해요."
"그 정도야 뭐, 가능하긴 한데..."
"그 이상은 안 된다?"
"하하하...그게 아니고 시간이 넉넉해야 이야기 친구라도 할 수 있죠."
"바쁜가 봐요?"
"아뇨, 요즘 너무 한가해요. 반백수 신세가 되어선."
"반백수?"
"네. 요즘 일이 잘 안돼 거의 백수처럼 지내고 있습죠...킹~"
"경기 풀리면 좋아지겠죠. 힘내세요."
"네, 당연히 힘내야죠. 님도 기운 내세요. 노력하다 보면 좋은 일 있을 겁니다."
"남자 찾는 노력?"
"아하하하."
" ^^ "
마지못해 하는 백수 생활이지만. ㅋ
그래도 낮에 한가롭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컷 음미하며 지내는데 그것도 썩 나쁘진 않더구먼.
월요일 아침부터 또다시 백수 아닌 백수가 된 난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다 오래간만에 다시 접속해 음악 방을 만들고 커피 한 잔을 타 책상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날아든 쪽지...
"비공개전환 해요"
먼저 대화를 나눴던 그녀였다.
"잘 지냈어요? 남편하곤 화해했고...?"
"아니, 맨날 똑같아..."
"저런...뭐라 위로를 해야 하나?"
"술 한 잔 사줘요."
그녀가 느닷없이 술을 마시자 한다.
"어이쿠. 어쩐다. 실은 내가 술을 싫어해서... "
"..."
"대신 커피는 한잔 같이할 수 있는데... "
"나 많이 외로워요, 그래서 아무나 만나고 싶은가 봐..."
"이럴 땐 "저도 외로워요." 이렇게 맞장구쳐야 하는 건가?"
"ㅡㅡ"
"미안,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서...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요."
"^^"
"남편 출근했어요?"
"응. 아침에 얼굴도 안 마주치고 나가버렸어."
"참, 큰일이네."
"큰일은 무슨. 맨날 그래서 이젠 그러는가 보다 그러는데"
"그렇군요..."
오늘 바쁘냐 그녀가 묻는다.
난 역시 오늘도 한가해 이렇게 챗질(?)이나 하고 앉았노라 말했다.
한참 말이 없던 그녀가 내게 물었다.
"먼저 전화번호 물어봤는데 안 가르쳐주네. 내가 부담되어요?"
"아...하..하... 그게 아니고 지나가는 말로 그냥 물어본 건지 알았지 뭐..."
"내 전화번호는 불안해서 그래요. 그쪽 전화번호 알려줘요."
순간 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요. 내 전화번호 xxx-xxx-xxxx에요."
"잠시만..."
"?"
"적어두려고."
"!"
오늘 몹시 지치고 피곤한 하루라고 그녀가 말했다.
"기운 내요. 쉽게 포기하지 말고..."
"꼭 성인군자처럼 말하는군요."
"아니 그냥 기운 내시라고...^^;"
"..."
뚫어지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책상 위의 핸드폰이 드르륵드르륵 몸부림을 친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액정을 확인하니 발신 표시 제한 이란 글자가 떠 있다.
누굴까?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말씀하세요"
"..."
누군가 장난 전화를 한 모양이라 생각하고 통화를 끝내려 하는데 나지막이 "저기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 말씀하세요"
"안녕하세요"
조금 떨림이 있는 목소리...
"누구신지...?"
.지금 대화하고 있는 여자에요..."
"아, 말씀이 없으시길래 누가 장난 전화한 줄 알았어요."
"..."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
"저기요..."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이렇게 전화해서 혹시 절 이상한 여자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녀의 물음에 난 어색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냥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요. 저도 반가워요. ^^"
"또다시 어색한 침묵...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잠시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우린 대화창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결혼생활의 어려움, 육아 문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얼핏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오늘 만나서 얘기 상대가 되어 줄 수 없어요?"
그녀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질 못했다.
"부담스러우세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저하고 시간 좀 보내줘요... 사는 게 너무 따분해..."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좀 망설여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채팅창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