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날리던 계절 2
벚꽃 날리던 계절 2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우리는 2학년으로 올라가고, 그에 따라 스무 살이 되었다.
딱히 뭔가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아야(文)짱은 변함없이 곧게 펴진 등과 시원시원한 얼굴로 걸어가며, 대학 캠퍼스에 꽃을 피우고 있었고, 요시키(芳樹)는 많은 친구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고맙게도 나 같은 수수한 사람과도 변함없이 사이좋게 지내 주고 있었다.
그런 스무 살의, 완전히 가을이 무르익은 어느 날 밤.
「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시선을 낮추며,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아야(文)짱.
나는 어딘지 모르게 참기 어려운 기분인 채, 이미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 음경을 그녀의 안에서 천천히 빼낸다.
그때부터 1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그녀의 질의 자극은, 서너 번의 움직임만으로 나를 사정으로 이끈다.
과연 이런 것이 섹스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에 관해, 아무것도 탓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다.
이전에 한 번, 너무 빨리 사정해 버리는 것에 관해, 부끄러움을 참고 아야(文)짱에게 사죄 섞인 상담을 했지만,
그녀는 「뭐가 문제야?」 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성행위에 관한 견해는, 첫 경험 때부터 변함이 없다.
어디까지나 서로 애정을 확인하는 행위와, 아이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남자의 성욕이나 그것에 대한 프라이드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다지 그 일에 대해서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의 『본편』이란, 내가 사정한 후, 담담한 분위기에서, 침대 위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거나, 사랑의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그것대로 그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어, 나로서는 불만이 있을 리 없지만, 역시 남자로서, 연인을 성적 쾌감으로 절정에 이르게 만들고 싶다, 라는 야망은 버릴 수 없다.
「바이브 같은 건 사용해 봤어?」
나도 모르게 그만 이런 저속한 상담을 요시키(芳樹)에게 해 버린 결과가 이것이다.
「하하하……」나는 쓴웃음으로 답한다.
「뭐, 별로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 너희들만큼 러브러브한 커플 본 적 있어?」
「그런가.」
「그래.」
농담을 섞어 이야기하면서도, 제대로 상담해 주는 요시키(芳樹)에게, 나는 매우 감사하고 있었고, 그리고 신뢰도 하고 있었다.
한편, 아야(文)짱은 역시 어딘가 요시키(芳樹)에 대해 벽이 있었다.
이미 그와 알고 지낸지도 1년 이상이 되는데, 그에 대해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하는 장면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별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녀대로 나의 친구 관계에 간섭하지 않으니까, 나로서도 이러쿵저러쿵 말할 권리는 없어 잠자코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시키(芳樹)가 주최한 술자리가 어느 대형 술집 체인점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날 밤 모인 수십 명의 술자리 멤버 중에서, 왜 이 술자리가 열렸는지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없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모여서 마신다는, 인식이 대부분일 것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요시키(芳樹)의 생각으로는, 내일 영국으로 단기 유학을 가는 나의 송별회 자리였던 것이다.
물론 나의 대학 내에서의 위치는 변함없이, 『바로』 키리시마 아야(桐島文)의 남친, 이라는 칭호마저 없다면 공기 같은 존재로, 실제 이 술자리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 오는 사람은 고작 몇 명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그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하며, 나는 익숙하지 않은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이제 준비는 끝난 거야?」
알콜 탓인지, 평소보다 요염하게 보이는 아야(文)짱이 그렇게 물어 온다.
「응. 이제 확실히.」
자신만만하게 그렇게 대답하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그렇구나.」 라고 쓸쓸한 듯이 미소 짓는 그녀.
「유학이라고 해도 몇 개월뿐이니까. 짐은 많지 않아.」
나의 대답에 잠시 뜸을 들이다,
「응.」 라고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단기라고 해도,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야. 즐기고 오면 돼.」
그렇게 말하고, 아야(文)짱은 들고 있던 매실주를 홀짝 입에 넣는다.
아야(文)짱도 그다지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니 나보다도 약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페이스가 빠르다.
나의 유학에 관해, 뭔가 불만이 있는 것일까.
「오, 잘 마시는 데.」
갑가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뒤돌아 볼 것도 없이 요시키(芳樹)였다.
「아, 요시키(芳樹). 고마워. 이런 술자리 열어 줘서.」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뭐. 어차피 마실 구실만 찾는 놈들이 대부분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는 요시키(芳樹)에게,
「그런 말투는 좀 그렇지 않아 안도(安藤)군?」
라고 아야(文)짱이 조금 나무라듯이 말했다.
「주빈을 소홀히 대하는 듯한 말투는 실례라고 생각해.」
이어서 그렇게 말한다.
취기가 돌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그 어조에는 가시가 있었다.
오늘의 아야(文)짱은 조금 예민한 것 같다.
나와 요시키(芳樹)는 곤란한 듯이 시선을 주고받는다.
「아니야. 모처럼 후의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니까.」
「아니, 뭐 나도 말투가 좀 나빴어. 미안.」
요시키(芳樹)가 그렇게 사과하자, 아야(文)짱도 겸연쩍은 듯이,
「이, 아니, 나야말로, 무심코……미안.」
라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요시키(芳樹)는 답답한 공기를 차단하듯이 활짝 웃으며,
「괜찮아 그런 건. 그렇구나? 키리시마(桐島)상도 헤어진다니 울적해서 그런 거지?」
라고 놀리듯이 말했다.
아야(文)짱은 가뜩이나 알콜로 홍조된 뺨을 더욱 붉히고,
「뭐!?」 라고 눈을 크게 떴다.
「아아 그래서 그러는구나?」 라고 나도 거기에 편승해, 아야(文)짱을 놀린다.
「바, 바보」
라고 씁쓸한 표정으로 외면하는 아야(文)짱은, 드물게 어딘가 어린 아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인기가 많은 요시키(芳樹)가 다른 그룹에 끌려가고, 다시 나와 아야(文)짱만의 공간이 된다.
그녀는 조금 전의 농담에 삐져 있는 것인지, 어딘지 모르게 입을 열고 싶지 않은 것 같은 공기를 느낀다.
한숨도 많다.
나는 책상 아래에서 살짝 그녀의 손을 잡는다.
「울적해?」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울적하지 않~.」 라고 말하고는,
잠시 사이를 두고 「…………을 리 없잖아.」 라고 중얼거렸다.
「나도 울적해.」
왠지 웃음이 나온다. 당연히 나도 울적하다.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아야(文)짱도 그런 나를 따라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조심하고, 무사히 다녀와.」
「전쟁터에 가는 게 아니니까.」 라고 나는 웃었다.
사실, 내가 해외유학을 결정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젊은 사람에게 흔히 있는, 호기심과 상승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나는 이전 같이, 자신을 비하하는 인간은 아니었다.
뭔가 덧붙이면, 아야(文)짱이나 요시키(芳樹)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던 자신은 이제 없다.
그것은 분명, 아야(文)짱과 가까이 몸도 마음도 겹치고 있던 시간이, 나를 변화시켜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똑바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면 될수록, 역시 아야(文)짱이나 요시키(芳樹)가, 얼마나 뛰어난 인간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비굴해지지 않고, 제대로 자신과 마주 하게 된 것은, 가슴을 펴고 스스로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그건 그렇고, 키리시마(桐島)상은 반대하지 않았어?」
술자리가 끝난 후, 요시키(芳樹)는 우리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가 주었다.
거기서 셋이서 2차를 하게 된 것이다.
「반대할 게 뭐가 있어?」
그 목소리에, 변함없이 가시가 돋아 있는 것은, 평소 이상으로 취해 있어 본심이 보일 듯 말 듯 하고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본래라면, 지금쯤 나와 아야(文)짱은, 둘이서 내 방에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을 요시키(芳樹)가 억지로 끌고 왔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밤 정도는, 둘이서 차분히 보내고 싶었어.』
라고 방금 전, 옆에 앉아 있는 아야(文)짱이 메일을 보내왔다.
마지막이라면 마지막이지만, 조금 과장된 말이다.
고작 몇 개월 정도니까, 라고 설득하는 메일을, 옆에 있는 아야(文)짱에게 답신한다.
그녀는 그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고,
다시 손에 든 술을 홀짝, 마셔 버렸다.
오늘은 정말 페이스가 대단하다.
「하지만 역시 울적하겠지?」
라고 요시키(芳樹)가 질문을 계속한다.
「료사쿠(良作)가 결정한 일이야. 나는 응원할 뿐.」
라고 어딘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한다.
실제로 그녀는 반대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뜻을 이야기했을 때, 떠오른 쓸쓸해 보이는 표정은, 내 가슴을 쿡 찔렀다.
내 휴대폰이 떨리며, 착신을 알린다.
또 아야(文)짱이 보낸 메일인가 생각했는데, 낯선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아 보니, 그것은 방금 전까지 있던 술집의 점원으로, 아무래도 나의 신분증 등이 가게 안에 떨어져 있었다는 것.
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나서 전화를 끊고, 무슨 일인지 아야(文)짱과 요시키(芳樹)에게 알리고, 그리고 방을 나가 가게로 갔다.
아야(文)짱은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렇게 먼 곳도 아니어서, 말렸다.
[설마, 이 남자와 단 둘이 있게 될 줄은…]
술자리가 끝난 후, 료사쿠(良作)의 방으로 함께 가게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방심하고 과음해 버린 자기 자신을, 키리시마 아야(桐島文)는 어리석었다고 나무랬다.
잘 먹지 못하는 술을 취하도록 마신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
안도 요시키(安藤芳樹)가 말한 대로, 그녀는 울적해진 것이다.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농담하듯이 말했지만, 울적하지 않을 리 없다.
사귀게 된 계기는 이상했지만, 막상 연인이 되고 보낸 2년이라는 시간은 그녀에게, 지나칠 정도로, 료사쿠(良作)에 대해, 연정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그녀는 문득 혼자서 웃음이 나와 버릴 것 같이 될 때가 있다.
그토록, 흥미가 없던 연애 소식에, 완전히 빠져 버리고 있다.
료사쿠(良作)가 다른 여자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씁쓸하게 생각해 버리거나,
[물론 그런 말,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친구에게, 남친에 대한 여성으로서의 행동을 상담하거나, 한밤에, 그를 생각하며, 꽤 잠들지 못하거나.
지금까지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그녀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짓는다.
언제나 함께 있고 싶다.
언제나, 료사쿠(良作)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가, 단 몇 개월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소꿉친구인 그녀에게 있어서는 첫 경험이었다.
최근에는, 료사쿠(良作)의 방에서 자고 갈 때는, 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자주 쉰다.
한숨으로 끝나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아직 학생의 몸.
매일 밤 같이 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의 집 침대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료사쿠(良作)가 없는 몇 개월의 생활을 상상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만 눈시울에 무언가가 고여 버린다.
[바보 같아……]
그렇게 시치미를 떼면서도, 자신이 그저 약한 여자인 것을 자각한다.
최대의 안심은, 사랑하는 남성의 품 안에서 얻게 된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그러나 그러니까 더욱, 료사쿠(良作)의 발목을 잡는 일만은 용납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부터, 그가 상승욕구에 눈을 뜬 것은 그녀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도 좋은 자극이 되어, 서로 인정하고, 그리고 성장해 가는 이상적인 관계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가끔 보이던 료사쿠(良作)의 어딘가 미덥지 못한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것과 반비례해, 어느새, 그녀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깨닫게 되어 갔다.
그 계기는, 역시 섹스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여자라는 걸, 깨닫게 된 인생에서 몇 안 되는 경험.
항간에 듣는 오르가즘 같은 걸 느낀 적은 없지만, 사랑하는 남성의 품 안에 안겨 있는 황홀감은, 그녀가 실생활이나 검도로 길러온 가치관을 조각냈다.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래 그녀가 추구하는 강함이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성실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뭐랄까.
료사쿠(良作)에게 안겨 있는 동안[그래 봐야 서너 번의 왕복 운동 뿐이지만] 하반신에서 머리로 흐르는 달콤한 전류는, 그녀의 지금까지의 인생을 부정한다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딘가 비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료사쿠(良作)가 달해 버린 뒤에도 계속되는 하반신의 욱신거림은, 그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축적되고 있었다.
「그런데 키리시마(桐島)상.」
료사쿠(良作)가 나간 후, 그녀는 일체 술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응?」
그래도 취기는, 그녀의 새하얀 뺨을 홍조시킬 정도로는 남아 있었다.
「료사쿠(良作)의 어디가 좋아?」
이것이다.
이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료사쿠(良作)를 어딘가 깔보는 눈빛을, 그녀는 혐오했다.
「전부.」
취기로 어지러운 머리로도, 명료하고 신속하게 그렇게 대답을 했다.
「흐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말에 찰칵 불이 켜진다.
손에 죽도가 있었다면, 틀림없이 빼 들었을 것이다.
「무슨 의미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면서 그렇게 따진다.
「아니 말 그대로의 의미일 뿐이야.」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것인가 하고, 콧김이 거칠어진다.
「료사쿠(良作)는 나에게 있어 유일무이한 연인이다. 성실하고, 올곧고, 노력가이고. 아무리 단정한 용모를 하고 있어도, 아무리 많은 친구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그 사람 이상의 남성은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취기가 돌고 있다고 해도, 료사쿠(良作)를 우롱했다고 느끼자, 그녀의 입는 정말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평소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그녀의 진심이 담긴 말을,
「초조루인데도?」 라고 안도 요시키(安藤芳樹)는 비웃는다.
「야! 네놈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주먹을 움켜쥔다.
안도(安藤)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양손의 손바닥을 앞으로 내민다.
「뭐 침착해.」
그 말 따위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그녀의 얼굴은 이미 분노로 새빨갛다.
그것은 취기 탓이 아니다.
「아 미안. 나도 술이 취해. 그만.」
그녀는 한 번뿐이라면, 하고 분노를 삼킨다.
자세를 되돌리면서, 그러나 그를 노려본다.
「평소에도, 그렇게 료사쿠(良作)를 깔보고 있는 것인가?」
「그런 건 아니야. 료사쿠(良作)도 소중한 친구 중 하나야. 하지만 솔직히, 아야(文)짱은 아쉽지 않아? 저런 존재감 없는 놈」
「……!」자제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강하게 잡는다.
료사쿠(良作)의 친구만 아니라면, 그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다.
「……료사쿠(良作)가 돌아오면, 그에게 사과해라.」
「뭐?」
「조금 전 한 말에 대해서다.」
「그걸 왜?」 라고 웃었다.
「그럼 하다못해 대신해서, 나에게 사과해라.」
「하지만 사실이잖아?」
그녀의 속은 이미 끓어 넘치고 있었다.
취기만 없으면, 몇 대 때리고, 료사쿠(良作)를 데리고 돌아갔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취해 있기 때문에,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그녀의 분노는 식지 않는다.
「타인을 폄하하는 것은,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기 때문인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그녀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대응을 보인다.
자신의 정신의 미숙함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아무래도 눈앞의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무슨 의미야?」
「왜소한 마음의 소유자에게는, 거기에 어울리는 남성의 물건이 갖추어져 있겠지?」
도발하듯이, 멸시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안도(安藤)는 코웃음 치며,
「시험해 볼래?」 라고 여유 있게 말했다.
「상관없어. 시간이 없군. 그렇지 않더라도, 조잡함 물건에 흥미도 없어.」
혐오감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아야(文)와는 대조적으로, 안도(安藤)는 밝은 표정인 채,
「그럼 이렇게 하자. 만약 내가 키리시마(桐島)상을 홍콩 보내면, 나의 승리.」
「말도 안 돼.」일소에 부친다.
바로 유치함의 극치라고 내심 비웃는다.
「내가 지면, 료사쿠(良作)에게 바로 사과하지.」
「……곧바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의 시간만으로 하면 되지? 물론 삽입도 없이 해도 좋다. 어차피 넣어 버리면 아하앙 허덕여 버릴 테니까?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전희만. 어때? 그만한 핸디캡이 있어도 쫄린 거야? 저런 조루남으로 만족하고 있을 정도니까, 곧바로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 버릴 것 같아?」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람을 깔보는, 싫은 웃음이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한 가지 조건을 붙이자.」
「뭐?」
「내가 이기면, 두 번 다시 료사쿠(良作)에게는 접근하지 마.」
그 평탄한 어조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담고 있었다.
안도(安藤)는 코웃음 치며, 「OK」 라고 유쾌한 듯이 말한다.
무릎걸음으로 다가오는 안도(安藤)에게, 소름 돋을 정도의 혐오감을 느끼면서, 어리석은 도발에 넘어가 버린 것을 후회한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이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재잘재잘 친구인 체 가면을 쓰고 연인에게 접근해, 그 속마음으로는 우롱하기만 해 온 이 남자를, 그녀는 살의에 가까울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료사쿠(良作)에게는 접근하지 못한다.
이런 남자의 애무로 느낄 리 없다.
싫어하는 인간에게 만져져, 성적 쾌감 따위를 느낄 리 없다.
혐오감을 떨쳐버리듯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마음속으로 빙긋이 웃으면서, 아야(文)는 안도 요시키(安藤芳樹)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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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받은 면허증 등을 주머니에 넣고, 나는 요시키(芳樹)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가로등에 비추어진 밤길을 센티멘털한 기분으로 걷는다.
[전봇대가 죽 늘어선 이 광경도, 내일이면 한동안 못 보겠지.]
그나저나, 라고 생각을 한다.
요시키(芳樹)는 정말 좋은 친구인 것 같다고.
나 같은 친구를 위해 저런 술자리를 열어 주고, 게다가 그 후 자신의 집으로 초대까지 해서 2차 자리를 열어 주다니.
나는 최고의 연인과, 최고의 친구를 가진 행운아다.
행운이 지나쳐 두려울 정도다.
그 감정은, 내일부터의 해외유학에, 더욱 열의를 느끼게 한다.
그들의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더 한층 자신을 연마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요시키(芳樹)의 집을 확인하고,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데, 웬일인지 잠겨 있었다.
나는 또 한 번 문패를 확인한다.
틀림없다.
어쩔 수 없이 인터폰을 눌렀다.
기다린다.
반응은 없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한다.
[둘이서 편의점이라도 간 것인가?]
그러나 안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난 기분도 든다.
어쨌든 나는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려고 하자, 그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아, 미안 미안. 여기의 열쇠가 싸구려라서 가끔 제멋대로 잠겨 버린다니까.」
라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요시키(芳樹)가 맞아 주었다.
「확실히 여긴 꽤 오래되긴 했지. 이사 가야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신을 벗는다.
「뭐, 정들면 고향이니까.」
그런 대화를 하면서 거실로 들어가니, 조금 평소와 달라 보이는 아야(文)짱이 있었다.
비록 취하긴 했지만, 항상 변함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아야(文)짱이, 조금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앉아 있다.
「아 그러고 보니 키리시마(桐島)상, 조금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그렇지」
라고 요시키(芳樹)가 아야(文)짱에게 확인을 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아야(文)짱은 대답하지 않는다.
요시키(芳樹)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얼굴이 붉고, 어딘가 숨쉬기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취했다기보다는 감기 증상처럼 보였다.
「괜찮아?」
아야(文)짱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앉은 채 나를 올려보았다.
그 눈동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애잔하다.
어렴풋이 눈물마저 맺혀 있는 기분이 든다.
뭔가를 호소하고 싶은 것 같은, 슬퍼 보이는 표정.
「돌아갈까.」
내가 걱정스러워 손을 내밀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는 나의 손을 잡았다.
「조심해서 가.」
「응. 오늘은 고마웠어.」
「좋아서 한 일인데 뭐. 내일 배웅하러 갈게.」
요시키(芳樹)가 그렇게 말한 후, 기분 탓인지, 나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이 떨리는 느낌이 든다.
「정말? 고마워.」
「뭐. 그런 말 하지마.」
우리는 요시키(芳樹)의 아파트를 나와,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라고 그녀에게 물었다.
아야(文)짱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런 그녀는 본 적이 없다.
나는 걱정이 되어, 「병원 갈까.」 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금……과음한 것뿐이니까. 그래……술 때문이니까.」 라고 중얼거렸다.
그 후, 예정대로 그녀는 나의 방에서 잤다.
나는 그녀의 몸 상태를 염려해, 집에 들어가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함께 있고 싶다.」 라고 그녀는 듣지 않았다.
당분가 떨어져 있어야 하니까, 함께 있고 싶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침대 안에서, 그녀는 나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따뜻했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손.
검도 유단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와 사귀게 되고, 나는 아야(文)짱도 역시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인 같은 게 아니다.
가녀리고, 부드러운, 어디에나 있는 보통의 여자인 것이다.
솔직히 나는 섹스를 하고 싶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어, 그냥 손바닥의 감촉만을 즐겼다.
그럴 때, 요시키(芳樹)의 집을 나오고 나서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아야(文)짱이,
「……좋아해……사랑하고 있어.」 라고 중얼거렸다.
「나도야.」 라고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그렇게 대답한다.
또다시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지만, 그러면서도 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료사쿠(良作)를……좋아해.」 라고 속삭였다.
분명, 그녀도 울적할 것이다.
거리가 멀어진 것에 불안감이 있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우리는 밤새 사랑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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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트렁크를 한쪽 손에 잡고, 그는 두 사람을 돌아보고는, 그대로 공항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키리시마 아야(桐島文)는 그 뒷모습을 아쉬운 듯이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알아차린 것인지, 아니면 그도 같은 기분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그리고 그들은 작게 서로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야말로, 료사쿠(良作)의 모습이 사라져 간다.
깨알 같이 작아져 가는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야(文)는 하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대로 그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싶다는 기분과,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기분.
전자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