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날리던 계절 1
벚꽃 날리던 계절 1
팔랑팔랑 흩날리며 땅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여 가는 것은, 이상 기후 때문인지 예년보다 약간 일찍 만개한 벚꽃잎.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조금 쌀쌀한지, 몸을 움츠리고 아쉬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동급생들.
3년 동안 공부해 온 고등학교 졸업식.
낚은 콘크리트 벽이나 체육관의 곰팡이 냄새.
왠지 감상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역시, 내 심장의 이 고동은, 그런 감상과는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쿵쾅거리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어가는 인파 속에, 비단 같이 윤기 있고, 긴 생머리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 시야에 포착된다.
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그런 광경은 별반 특별할 것도 없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 늠름한 모습에 가슴이 조여드는 것은, 왠지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길을 가는 누구라도, 그녀 안에서 흘러넘치는 힘찬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빼앗긴다.
그 발걸음은 잘 규율된 엄격함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모든 것을 감싸는 자애도 주위에 풍긴다.
나는 오늘, 그녀에게 고백한다.
「졸업식도, 무사히 끝났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검도부 동아리방의 도구의 정리를 하는 그녀는, 키리시마 아야(桐島文).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이자, 내 짝사랑의 여성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이 주장을 맡은 여자검도부의 마지막 책무를 다하겠다고, 보호구 등을 하나하나 손에 들고, 정성껏 닦고 있다.
바닥에 무릎 꿇고 앉은 그녀의 곧은 등은, 언제 봐도 홀딱 반할 만큼 아름답다.
「그런데 아야(文)짱. 검도부 주장도 힘들구나.」
「뭐, 당연한 일이야. 떠나가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고 하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길고 아름다운 생머리.
투명하게 비쳐 보일 듯한, 그러나 어딘가 강력함마저 느껴지는 하얀 피부.
누구에게도 아첨하지 않는, 그녀의 높은 자부심이 잘 드러나 있는 큰 눈.
그녀의 언행은 항상 늠름한 풍격이 따른다.
전형적인 일본 미인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습.
게다가 검도와 학업 모두, 전국 탑 클래스의 문무 겸비한 재원이다.
그러나 그것을 불공평하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그녀가 재능만 믿고 나대는 사람이 아닌 것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학에 가서도 잘 부탁해. 뭐, 나 같은 여자와 같이 있으면 매력도 뭐도 못 느끼겠지만, 그건 소꿉친구의 악연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줘.」
그녀에게 매력이 없다면, 이 세상 모든 여성에게도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매력이란 것이, 이른바 그라비아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즉물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칼집에서 막 빼어 든 일본도 같은, 자칫하면 등을 얼려 버릴 만큼 섬뜩한, 아름다움.
그렇다.
나는 그녀와 같은 대학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스포츠도 공부도 평균 정도인 나에게는, 그야말로 잠잘 시간을 아껴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아야(文)짱이 도와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쉬워하면서도 간곡하게 거절했다.
방과 후, 그녀와 단 둘이서 공부를 하게 되면, 머리에 들어오는 영어 단어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료사쿠(良作)의 노력에는 정말 놀랐어. 아니 탄복했어. 역시 내 자랑스러운 소꿉친구야.」
콧김까지 뿜으며, 가슴을 펴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다.
당연히 불쾌하지도 않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솔직한 사람인 것이다.
「아야(文)짱이라면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했을 거잖아?」
그에 비해 나란 놈은 이렇다.
신장이나 외모도 평균 이하.
말주변도 없고, 친구도 적다.
아무런 나쁜 짓 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어딘가 세상에 떳떳하지 못한 느낌까지 받아 버린다.
그런 열등감 덩어리다.
그런 내가, 그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은, 당연한 섭리 같기도 하고, 코메디 같은 빈정거림마저 느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령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노력을 비하할 필요는 전혀 없어. 적어도, 료사쿠(良作) 너는 나의 자랑이다.」
그녀는 아무런 가식도 없이, 똑바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한다.
그녀의 그런 표정 모두가 나에게 있어서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지금은 앉아 있지만, 일어서면 신장도 나와 거의 차이가 없다.
팔다리도 날씬하고 길다.
마치 TV에서 보이는 모델 같다.
당연히 남자들로부터 인기는 굉장하다.
평소에도 아야(文)짱이 있는 교실 앞에는 고백의 기회를 엿보는 남자들의 행렬.
방과 후에는 교문 앞에서 다른 학교 남자들이 줄을 선다.
방금 전의 졸업식도,
마지막 찬스에 희망을 건 남자들을, 헤집고 나와, 간신히 검도장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구름 위의 존재가 아니다.
소심하고, 아무런 장점도 없는 내가 이지메 당하지 않았던 것은, 솔직히 아야(文)짱의 유일한 남자 친구였다는 부분이 컸을 것이다.
나를 괴롭히면, 그녀에게 미움 받는다.
그런 식으로 여겨졌다고 생각된다.
그녀 쪽에서 같이 하교하자는 권유를 받는 유일한 남자였던 나에게는, 남자들이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만, 그 눈길에 전혀 질투가 섞이지 않았던 것은, 주위의 눈으로 봐도, 내가 그녀와 어떻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역시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언제부터일까.
모른다.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쭉 함께, 초등학교 때는, 누나처럼 따르고 있었다.
사춘기에 들어서자, 주위 남자들로부터 아야(文)짱의 평판을 자주 듣게 된다.
그것과 반비례해, 학교 사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져 가는 나.
나의 존재 의의라면, 그녀에게 빠진 남자들로부터, 그녀는 어떤 타입의 남성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정보통이었다.
나의 고백은, 만에 하나라도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같은 대학에 진학까지 했는데, 이 관계가 무너져도 상관없는가, 등의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고민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신이 비굴하고, 왜소한 인간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아야(文)짱.」
「응? 왜?」
도구의 정리를 마친 그녀는, 일어나서 내 쪽으로 왔다.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하고,
벚꽃 냄새를 몰고 와 나의 코를 간질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예전부터 쭉 좋아했어.」
아아.
옛날, 사무라이들이 영주 앞에서 할복할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의 비현실적 느낌.
어이없을 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로, 결사적인 각오였다.
그래도, 이건 너무 서툰 고백이었을까.
맥락도 없고 멋진 연출도 없다.
머리는 펄펄 끓고 있다.
보글보글, 뇌수가 끓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다.
손발도 떨리고, 이미 나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결과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
어차피 거절당할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 난생 처음,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태어나서 첫 고백.
예상치 못했던 성취감.
이제 간신히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얼굴을 든다.
자연히 아야(文)짱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는 뺨을 긁적이면서,
「……난처하네.」라고 중얼거렸다.
단지 소꿉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나에게서, 갑작스런 고백을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해 버리고, 속이 시원해진 나의 마음은, 아주 평온하고, 냉정해졌다.
「미안. 갑자기.」
「아니, 괜찮아. 확실히 놀라긴 했지만.」
그렇구나, 그녀는 중얼거리고 나서, 크게 숨을 내쉬고「저, 그런데 왜 나야? 같은 학년의 친구와 비교해도, 여성스러움 같은 건 전혀 없는데?」
곤란한 듯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여자 아이 같지는 않을지도.」
나도 덩달아 웃는다.
어느새, 떨리고 있던 무릎은 멈추어 있었다.
막상 사지에 발을 디뎌 보면, 의외로 차분해진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어떤 여자 아이보다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응. 그러니까, 좋아하게 되었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은, 한 번 경험해 보면, 그것은 매우 즐거운 것이었다.
아마 번지 점프 같은 것일까.
아야(文)짱은 나의 말에 조금 납득이 되지 않는 듯이 팔짱을 끼고,
「음, 그렇게 말하니, 부끄럽잖아.」라고 말하며 드물게 얼굴을 붉혔다.
「그런 말 듣는 건 익숙하잖아?」
반대로 나는, 농담을 던질 여유마저 생긴다.
「그렇지도 않아. 남한테 듣는 것과, 소꿉친구인 료사쿠(良作)에게 듣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하늘을 올려보며, 또 한 번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나는 솔직히, 연애 같은 그런 건 잘 모른다. 친구들 같이 데이트를 할 시간이 있으면, 검도 연습에 몰두하고 싶다.」
「그렇겠지.」
나는 이해한다고 맞장구를 친다.
「남성에 대해,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달콤한 기분 같은 건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럴 것이다.
그녀의 연애 사건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나의 고백에 대한 답은 뻔히 알고 있었다.
나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위해, 빨라진 고동을 진정시키도록 심호흡했다.
「하지만, 나도 여자다. 가끔 나조차 잊어버리게 되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자조하듯이 웃고, 말을 이어간다.
「이해도 못하고 경험도 없지만, 흥미가 전혀 없다는 건 아니야.」
「응? 그래?」
나도 모르게 경악의 목소리를 낸다.
나의 그런 리액션이 재미있었는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건 그렇지. 말했잖아? 나도 여자라고.」
「아니 알고 있지만.」
놀랄 만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평소의 그녀에게서는, 그런 태도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흥미진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쭉 생각했어. 언젠가 남성과 교제하게 되면, 그것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고.」
「자주 고백 받잖아. 마음대로 골라잡으면 되지.」
「고마운 일이지. 나 같은 무뚝뚝한 사람을 좋아해 주다니.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그들과는 사귈 수가 없어.」
「왜? 학년 탑 클래스의 인기남들 뿐이었잖아.」
자신의 일을 일단 제쳐놓는다.
「나는, 연애를 한 적은 없지만, 성실하고 올곧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고작 몇 번의 대화, 아니, 1년을 함께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사귀면서 서로 이해를 깊이 하려고 노력하잖아?」
왠지, 이야기가 빗나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바로 그 아야(文)짱이, 연애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왠지 재미있어 나는 대화를 이어간다.
「그렇구나. 그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교제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그것으로 자기의 견문을 넓힌다. 멋진 일이라고는 생각해.」
다만, 이라고 그녀는 계속 말한다.
「그것이 헛수고로 끝나는 일도 있지?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비참한 이별을 경험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그것을 포함한 것이, 연애라는 것의 묘미인 것이겠지. 다만 나는, 방금 전에도 말한 대로, 그렇게까지 연애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검도를 희생하면서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생각도 없어. 그런 어설픈 기분으로 교제를 허락해, 만에 하나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줘 버리면, 본전도 못 찾는다. 그렇게 되겠지?」
「그럴지도.」
그녀다운 진지하고 사려 깊은 생각이라고는 생각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치지 않는 내 심장의 고동을 감안하면, 역시 연애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싶어지게도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이렇게도 멋진 일이란 것을, 친구로서, 그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언제나 시원시원한 그녀의 말이, 드물게 막힌다.
그래서, 나와도 사귈 수 없다.
그렇게 말하려는 것이겠지.
그러나, 간신히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초월하고 있었다.
「그래서, 료사쿠(良作)와 사귀어 볼까 하고 생각해.」
「응?」
「여친이 되고 싶다. 라고 말한 거야. 료사쿠(良作)의. 내가.」
오른손으로 나를 가리키고, 왼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손짓 몸짓으로, 도치법을 사용해 그렇게 설명했다.
「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물어 버렸다.
본래라면 만세를 반복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기뻐해야 할 전개.
나의 사고를 뒤덮은 것은, 의문.
「나는, 료사쿠(良作)가 올곧고 성실한 인간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야말로, 가슴을 활짝 펴고 자랑할 정도로.」
「그런데, 나 따위로, 괜찮아?」
최악의 질문.
무엇 때문에 고백한 거야, 라고 자신을 패고 싶어진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이야기 전개에, 나의 사고 회로는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료사쿠(良作)라면, 나의 성격을 이해해 주고 있다. 검도에 몰입해 있어도, 이제와 불평도 없겠지?」
뻔뻔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다.
「그렇구나……고마워.」
「뭐야.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잖아.」
「아니, OK해 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왜 고백했어?」
「단지,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라는 느낌이랄까.」
「그런가……」
그녀는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몇 초 동안 말없이 있다가, 갑자기 눈을 뜨고 말했다.
「역시, 료사쿠(良作)는 대단하구나. 내가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그것을 알리지 않겠지. 그것도 옥쇄 각오라니. 역시, 자랑스러운 소꿉친구야. 아니, 이제 자랑스러운 남친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
「그래. 의외로 겁쟁이야. 나는.」
「그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야.」
「그런가? 그 때도, 료사쿠(良作)는 용감했었잖아. 아아, 그렇지. 생각났다. 그렇구나. 역시, 나는 료사쿠(良作)와 사귀어야 할 운명이었나 봐.」
그녀는 혼자 그래 그렇지 라고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 후,
「그것은 내 마음대로 추측이지만, 료사쿠(良作)는 자신을 비하하고 있지 않아?」
「뭐,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남자라고는 생각해.」
「그렇지 않아. 자신의 약함과 마주 할 수 있는 것은, 속내가 강한 인간뿐이다. 료사쿠(良作)가 그런 강함과 부드러움을 가진 인간이란 것을, 나는 알고 있어. 뭐, 어쨌든,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딘가 여우에게 홀린 듯한 기분으로, 그 손을 잡는다.
그런 우리 사이를, 벚꽃잎이 축하 공연을 하듯이 춤추며 떨어졌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졸업식으로부터 1개월.
정식으로 연인 사이가 된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핑크색 달콤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금까지는 마치 형제 같이 지내온 소꿉친구가, 갑자기 남녀 관계가 되는 것은 꽤 어려웠다.
별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학 입학 전의 공백 기간에는, 매일 같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손잡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나의 신중한 성격[소심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에 기인하는 부분이 대부분이겠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서로가 이성과 교제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는[처음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사실도, 우리 사이에 연인이라는 분위기가 좀처럼 흐르지 않는 사실에 박차를 가한다.
「정말 말도 안 돼……」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 나의 방에서, 가냘픈 턱과 목을 가볍게 갸웃거리며, 아야(文)짱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왜 그래?」
「오늘도 대학 친구가 뭐라 그러잖아. 우리가 도저히 연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조금 우울한 모습으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야 그럴 것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 같은 아야(文)짱의 옆에 있는 것은, 마치 주위를 맴도는 공기 같은 나.
누군가는 연예인과 그 매니저 사이 같다고 했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을 리 없다.」
그녀의 그 말에는, 작은 조바심이 보였다.
「뜻밖이야.」
드물게 어투를 거칠게 말하면서 녹차를 입으로 가져간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친구의 지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아야(文)짱이 이런 태도를 취해 주는 것이 기뻤기 때문인지, 평온한 마음으로 미간에 주름을 짓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의외였던 것은, 연애에 대해 담백했던 아야(文)짱이, 이렇게 나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을, 진심으로 싫어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연애 감정이 아니라, 가족 의식에서 나오는 옹호에 가까울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야(文)짱과 사귀고 나서, 이상할 정도로, 나는 냉정하게 그녀와 마주 할 수가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나와 아야(文)짱이 사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겸연쩍은 듯이
「……음, 그렇게 말하니, 내가 생떼를 부리는 아이 같잖아.」
라고, 연분홍색 작은 입술을 삐죽거린다.
그 행동이 몸서리칠 정도로 귀엽다.
나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표정.
그것만으로, 나는 황홀에 빠진다.
꿈을 꾸는 기분으로 그런 아야(文)짱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살짝 나의 손가락에 닿았다.
그것은, 밥그릇을 내려놓는 동작으로,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문득 우리의 시선이 마주친다.
계속 맞닿아 있는 손가락.
나는 기세를 몰아, 그 손가락에, 나의 손을 겹치고, 꽉 잡았다.
순간, 두 사람의 시간이 멈춘다.
그녀는 새빨간 얼굴로, 노려보듯이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한일자(一)로 다문 입은, 어떤 결의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뇌의 혈관이 화산의 분화 같이 여기저기 터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아야(文)짱은, 그 보석 같은 눈동자를 살짝 감았다.
나도 눈을 감고, 숨을 멈춘다.
그러자 무엇이라고도 형용하기 어려운, 달콤하고 좋은 냄새.
왜, 여자 아이는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치 이 세상의 온화함이나, 따뜻함 같은 것을, 응축해 구현한 것 같은 부드러움을 입술에 느낀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은 순간,
나는 왠지, 부모님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좀 더 이대로 이렇게 하고 있고 싶다.
그렇게 원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이제 호흡을 멈추는 것도 한계다.
이대로 죽어 버리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이라고 반쯤은 진심으로 생각한다.
아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얼굴을 뗀다.
마치 겨울철 아침 모포를 뺏긴 것 같은 아쉬움.
천천히 호흡을 재개하면서, 눈을 뜨자, 거기에는 똑같이 눈을 뜨려고 하고 있는 아야(文)짱이 보인다.
당연히 눈이 마주친다.
쑥스러운 것인지, 그녀는 한 번 시선을 아래로 돌리고, 몇 초 동안 머뭇거린 후, 도움을 구하는 듯이 올려다보면서,
「……이거 왠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색하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 후 몇 번이나 키스를 계속했다.
단 둘만의 방.
실은 나는 아르바이트 시간도 임박해 있었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질리지도 않고 입술을 겹쳤다 떼는 것을 계속했다.
열 번 정도, 입술을 겹쳤다 떼었을 때였을까.
처음부터, 너무 걸신 걸린 듯 해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 나는 일단 얼굴을 뗐다.
그러자,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좀 더.」 라고 속삭였다.
그 표정과 어조는, 나의 이성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이날 나는,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아르바이트의 무단 결근을 했다.
점장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면서도,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말없이, 아야(文)짱과 입술을 맞추어 갔다.
「딱히 호흡하면서도 키스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유쾌한 듯이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은, 대학에서 친구가 된 안도 요시키(安藤芳樹).
외모는 언행은 그야말로 현대풍의 대학생.
공부나 아르바이트, 서클 활동은 비교적 진지하고 호감이 가는 동갑내기 남자.
붉은 기가 섞인 긴 갈색 머리를 한쪽 손으로 쓸어 올리면서,
「뭐, 첫 여친이고, 사귄지 1개월 정도라고 했지? 어쩔 수 없으려나.」
라고 마치 타이르는 것 같은 어조로 말했다.
결코 그 풍모는 특출하게 잘 생겼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훤칠한 큰 키에 청결감 있는 세련된 복장. 그리고 무엇보다, 나 같은 내성적인 인간도 회유할 수 있는, 붙임성 있는 세 번째 캐릭터는, 대학생활이 시작되고 아직 1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인맥은 놀랄 만큼 뻗어 있었다.
지금도 대학의 캠퍼스를 둘이 같이 걸으면,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겉보기에도 운동부 선배이거나, 팬더 같은 메이크업의 여자 아이거나.
그는 그 모두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그리고 상대도 또한, 그에게 호의를 가진 것 같이 웃고 있었다.
「요시키(芳樹)는 대단하구나. 친구가 많아.」
「응? 아니 별로, 그런 건 보통이잖아?」
「보통이 아니야.」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친구는, 어느 시기에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 하나는 아야(文)짱이고, 그 외의 사람도,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단한 것은, 료사쿠(良作)짱이지 않아? 저렇게 좋은 여자와 사귀고 있는 남자를 말하는 거야.」
라고 요시키(芳樹)는 먼 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교문에 기대듯이 서있는 아야(文)짱의 모습이 보였다.
벚꽃은 벌써 졌지만, 녹색의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녀의 주위를 춤춰, 가뜩이나 반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더 한층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변함없이, 저 아이는 등이 예쁘구나.」
요시키(芳樹)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주위에는 땅바닥에 앉아 있는 여학생도 있어, 그녀의 늠름한 자세가 더욱 돋보인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우리 쪽을 향했다.
그러자 맑은 물 같이 정갈한 그녀의 표정에, 겨우 한 줄기 미소가 번진다.
가슴 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이쪽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발이 지면을 찰 때마다, 검고 긴 머리가 마치 샴푸 광고 같이 찰랑거린다.
「수고했어. 료사쿠(良作)」
「어라? 아야(文)짱 지금 동아리 활동할 시간 아냐?」
대학에 들어가서도 당연히 검도부를 선택한 그녀는, 벌써 즉시 전력감으로 인정받아 주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니, 그것이 갑자기 쉬게 되어서. 그래서 료사쿠(良作)와 차라도 마실까 생각해 기다렸어.」
살짝 미소를 짓는 아야(文)짱.
아무리 옛날식인 그녀라도, 휴대전화 정도는 가지고 있지만, 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어라. 혹시 내가 방해꾼?」
「아, 안도(安藤)구나. 안녕.」
「안녕 키리시마(桐島)……이제야 나를 본가야……」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혹시 료사쿠(良作)와 놀러 가는 길이었어?」
「응? 아아, 뭐 그렇지. 하지만 별로 상관없어. 모처럼의 휴가에 신랑을 뺏을 수는 없지.」
「호호호. 미안하네, 그렇게 해 준다니 고마워. 앞으로 대회를 위해 연습이 많아지니까. 이렇게 료사쿠(良作)와 한가로이 노는 것도, 당분간은 어려워질 것 같아.」
「그럼 어쩔 수 없군. 방해꾼은 물러나지.」
「미안. 안도(安藤)」
「괜찮아. 그 대신 다음엔 나와도 데이트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