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편
겨울 -하편
"헉...헉....아흑..."
소은의 거친 숨소리가 나의 귀를 자극한다. 그럴 때면 난 평소와는 전혀 다른 거친 몸짓으로 그녀의 신음에 반응했다.
내 몸짓이 격렬해질수록 소은의 몸은 활처럼 휘어져 갔고, 그런 소은을 보며 또다시 내 몸은 전율에 떨어야 했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 같은 사랑이 지나간 후, 소은은 언제나처럼 내 품에 안기어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스키장에서 그 일이 있고 난 뒤 두 달이 지났지만 늘 같은 모습이다. 아마도 그날 이후 생긴 버릇인 거 같았다.
"소은 씨. 항상 느끼는 거지만, 왜 내 얼굴을 보지 않죠?"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지나치게 죄책감을 느끼는 거 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그냥요. 그냥 철수 씨 품에서 철수 씨 온기를 느끼는 게 너무 행복해서요....."
나지막이 이 한마디 내뱉어 내고는 소은의 얼굴은 내 가슴 위로 안긴다.
한 손으로 소은의 팔베개를 해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내 눈앞에 소은을 보면서 연희의 자리는 점점 줄어가고 있었다.
소은의 순하고 착한 모습을 보면서 연희를 그냥 잊고 지내고 싶어졌다.
소은의 손이 나의 복부를 쓰다듬는다.
그녀의 손길에 방금 격정적인 사랑을 끝냈건만, 다시 욕구를 불태우며 내 아랫도리는 부풀어 갔다.
"어머? 뭐예요? 참. 지치지도 않나 봐요....풋"
솟아오른 내 아랫도리를 느꼈는지 소은은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일관한다.
"소은 씨를 늘 그리워하네요...요놈이....하하"
나 또한 장난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그녀를 슬며시 끌어당겼지만, 그녀는 그런 나를 거부하며 슬며시 일어나 속옷을 찾아 입는다.
그리고 벗어 놓은 내 와이셔츠 한 장을 걸치고 대충 단추를 채운 다음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다.
난 말없이 그녀의 그런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배고프지 않아요? 맛있는 요리해드릴게요...뭐 드시고 싶으세요?"
"아무거나요. 전 소은 씨가 해주는 건 아무거나 다 맛있어요."
침대 머리맡에 걸터앉아 시트를 대충 끌어 올리고 화사하게 웃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했다.
"피~ 그런 게 어딨어요? 다 맛있다는 말은 특별히 맛있는 게 없다는 말 아니에요? 그렇게 형편없어요?"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정말 다 맛있어요. 그동안 요리 해주시는 거 제가 싹싹 다 비웠잖아요."
나의 말에 그녀는 싫지 않은 표정이다. 아니 오히려 기쁜 모습이다.
"사실은요...철수 씨 맛있는 거 해드리고 싶어서 저 요리 공부 많이 했어요."
냉장고를 뒤지던 그녀가 뭔가가 생각난 듯 맛있는 거 해주겠다며 요리를 시작한다.
일요일 늦은 점심 요리를 하는 소은의 모습을 보며, 아마도 보통의 신혼부부는 이렇게 생활하리라 짐작해본다.
너무나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난 스르륵 그만 잠에 빠져들었다.
"철수 씨...일어나요. 점심 드세요,"
깜빡 잠이든 나를 소은이 흔들어 깨운다. 잠에서 깬 나는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긋한 냄새에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우와...이거 무슨 냄새예요? 너무 고소한 냄새가 나요."
" 짜잔~후훗 통감자 버터구이~ 철수 씨 감자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야. 이거 정말, 이거 정말....우와~"
너무나 맛있는 요리였다. 그렇게 허겁지겁 소은과 늦은 점심을 먹고 함께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소은 씨...어제 제가 미리 영화표 예매 해뒀어요. 지난번에 소은 씨가 보고 싶다고 한 영화로 준비했으니 근처에서 커피 한잔하고 영화 시간 맞춰 보러 가요." "네"
소은은 내 말에 눈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그 순간, -우우우웅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요란하게 떨린다. 국제전화. 연희였다.
"저..잠깐만요."
-여보세요? 어...연희야...어...바빠서 연락 못했어....미안해...어? 나 영화 보러 나가려고...누구긴..친구랑 가지... 그래...잘자고...그래....나두.....-
말없이 옆에서 내가 통화하든 모습을 지켜보든 소은이 슬며시 말을 건넨다.
"연희예요? "
"네"
"잘 있데요?"
"네에..."
약간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이...기집애...나한텐 전화 한 통 안 하더니..."
"저...나가죠? 영화 시간 맞추려면 서둘려야 해요."
소은의 말을 끊으며 신경 쓰지 말라는 투로 서둘러 나가기를 재촉했다.
"아...아참...어떡하죠? 오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제가 깜빡했네요. 정말 죄송해요. 가봐야 겠어요."
거짓말을 잘 못 하는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얼굴이 붉어진다. 그렇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돌아서 가버렸다.
그렇게 가버리는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소은이 그렇게 돌아간 후로 며칠째....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식사 시간이 지나도 배고프지 않았고, 잠잘 시간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퇴근 시간 그녀의 회사 앞으로 찾아갔다.
"철수 씨....여긴 어떻게?"
수척해진 그녀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쌀쌀한데, 어디 카페라도....."
소은이 반가움과 미안함에 조심스레 말을 걸었지만 난 듣지 않았다.
"아뇨. 제가 할 말 그리 길지 않아요...."
"무슨.......?"
"더는 못 참겠습니다. 이제 그냥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나의 말에 소은은 한동안 말이 없다.
그녀의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기쁜 마음과 주저함이 교차하는듯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힘들게 말을 꺼냈다.
"우리가 연희 지우고 살 수 없어요...."
예상했던 대답이다. 하지만 그 뒤의 말이 나오기 전에 난 내 마음을 더 확실히 말해야 했다.
"나도 소은 씨 지우고 살 수 없어요."
"우리...왜 이렇게 만났을까요?"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을 해줄 수는 없는 질문이었기에 그저 가슴 안으로 삼킬 뿐이다.
복잡한 질문들은 무시한 채 내 앞에 찾아온 사랑에 충실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우린 마침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얼마 후, 내 생일이 되었다.
퇴근 후 집에 오니 소은이 우리 집으로 와있었다.
그리고 저녁상에 미역국을 끓여줬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후우~"
-짝짝짝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이거....선물"
케이크에 촛불을 끄자 소은이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그 속엔 깔끔하고도 세련된 넥타이가 있었다.
"우와...너무 맘에 드네요. 깔끔한 거 좋아하는데, 너무 마음에 드네요."
너의 미소에 소은은 덩달아 미소를 내비친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혹시나 맘에 안 들어 하면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소은은 내 목에 걸러져 있던 넥타이를 풀고 남편 출근 시키는 아내처럼 자신이 사 온 넥타이를 매었다.
흐뭇하게 선물을 바라보다 소은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슬며시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난 케이크를 옆으로 밀어 넣고 소은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맛~!"
그녀는 옆으로 피하는 척 하면서 나를 받아들인다.
까르르 웃는 소은의 모습에 장난을 치며 새하얀 블라우스를 벗겨내고 그녀의 단아한 스커트 지퍼도 내렸다.
스르륵 떨어지는 스커트 속으로 살색 스타킹과 그녀의 브래지어와 팬티 세트가 눈에 들어온다.
검은색 속옷 세트.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눈을 흘기며 싫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는 나에게서 도망을 친다.
"어? 어디 가요? 거기 서요. 애끓게 만들어 놓고 이러기에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소은에게 달려들었다. 까르르 웃는 그녀를 뒤에서 안으며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을 때, 그녀가 돌아보며 나의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나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 온다.
언제나 그녀의 키스는 향긋하다.
그렇게 그녀와 키스를 나누며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팬티를 슬쩍 내린다.
그녀의 손이 과감하게 나의 셔츠를 벗기고 거침없이 나의 바지를 벗겨 내린다.
팬티 속에서 이미 부풀 대로 부풀어진 나의 물건이 팬티의 속박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다.
그렇게 키스하던 소은은 나의 목덜미를 지나 나의 젖꼭지를 애무한다.
"아...하......."
나의 신음소리에 용기를 얻은 소은은 서서히 아래로 입술이 내려간다.
늘 내가 주도했고 이끄는 데로 따라오던 소은이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가 리드를 하고 난 익숙지 않게 그녀가 이끄는 데로 이끌려야 했다.
그녀가 멈춘 곳은 팬티에 갇혀 있는 내 물건 앞......
슬며시 두 손으로 천천히 내 팬티를 벗겨 내린다.
팬티의 탄력에서 해방된 나의 물건이 탁하고 단전을 때린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듯 빳빳이 고개를 든 내 물건을 소은은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아. 소. 소은 씨...."
인생에 가장 소중한 물건을 대하듯 천천히 소은의 입술이 나의 물건에 닿았을 때 온몸이 감전된 듯 짜릿한 느낌이 뇌를 강타한다.
천천히 다칠세라 조심스럽게 입술과 혀로 나의 물건을 애무하는 소은을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쓰걱...쓰걱."
그녀는 오로지 내 물건을 애무하는 데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고, 난 그런 소은을 보며 한 손은 그녀의 머리칼을 나머지 한 손은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애무했다. 한동안 정성스럽게 애무하던 그녀가 서서히 일어난다.
"소은 씨. 사랑해요."
나의 말에 소은은 얼굴이 붉어진다.
"음란하다 욕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뇨.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오히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사랑스러운 표정의 소은을 번쩍 안아 들고 침대로 갔다.
슬며시 그녀를 뉘고 그녀의 입술과 귓불을 혀로 간지럽혔다.
"하....아악. 아...."
오늘따라 과감한 그녀다. 오럴섹스도 그렇고 신음도 수동적인 모습을 벗어나 적극성을 띄었다.
그녀의 반응에 난 더욱 용기백배해진다.
그녀의 가슴 언저리, 그녀의 젖꼭지, 그리고 그녀의 검은 숲. 모두 다 하나도 남김없이 말끔히 핥아주고 싶다.
나의 정성스러운 애무에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그녀가 어서 넣어 달라는 듯 나를 끌어 올린다.
"지. 지금요. 철수 씨 사랑해요."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나를 부르는 그녀에게 대답 대신 내 물건으로 화답한다.
나의 침과 그녀의 애액으로 범벅이 된 그녀의 동굴 입구에 내 물건을 가져다 대는 순간.
-띵동~
현관 벨 소리가 들린다. 순간 나와 소은은 멈칫했다.
"누구지?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소은은 침대 시트를 끌어 올려 몸을 가리고 난 대충 서둘러 아랫도리를 가린 후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짜잔. 철수 씨. 생일 축하해~"
현관문이 열리자 불쑥 뛰어든 사람은 연희였다.
"여. 연희야. 너 여긴 어떻게? 미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당황한 내 말에 연희가 재잘거리며 거실로 들어온다.
"어떻게 오긴. 방학 때 못 들어온 것도 있고, 또 철수 씨 생일이니까 축하도 해줄 겸 들렀지~"
그렇게 연희는 신발을 벗고 들어오다 침대에 누워있는 소은을 발견한다.
순간 우리 모두 얼어버렸다. 나도, 소은도, 그리고...연희도...
동그랗게 눈을 뜨고 한동안 방안을 멍하니 바라보던 연희가 더듬거리며 말을 한다.
"처. 철수 씨. 이거 뭐야? 소은아. 너 이거 뭐니?"
"저. 연희야.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소은 씨 잘못 없어. 다 내가."
"그만!"
연희는 내 말에 거칠게 반응하며 말을 잘랐다.
소은은 아무 말 없이 푹 고개를 숙이고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연희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그리고 소은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분노와 역겨움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소은을 내보내야 했다. 모든 잘못은 내게 있으니 비난은 당연히 내 몫이다.
내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귀국했던 연희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또 한참을 펑펑 울었다.
그리고 또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
서둘러 옷을 입은 소은은 연희을 뒤쫓아 뛰어나갔다.
연희에게는 미안했다. 하지만 소은에게는 미안하지 않았다.
왜냐면 내 마음은 소은에게 모두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세 사람에겐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우우웅...우우웅....
소은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그동안 참았을까 싶어질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도 듣고 싶고, 또 보고 싶었다.
너무나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서둘러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소은 씨.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어요. 괜찮아요?"
수화기 너머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괜찮아요."
다행이에요. 언제든 한번은 겪을 일이었잖아요. 연희에 겐 제가 다 잘 말할게요."
"아니에요. 그러지 마세요. 나. 이제 철수 씨 안 볼 거예요."
"소은 씨. 그 무슨?"
"잠깐 잊고 있었어요. 연희를 버린 당신이라면, 나 역시 버림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소은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아니요. 연희가 선물했던 넥타이 풀어버리고 제가 사준 넥타이 웃으며 매는 당신이라면,
언젠가 내가 사준 넥타이도 그렇게 풀어버릴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소은 씨. 제발..."
"저. 부탁 하나만 할게요. 혹시 제가 미쳐서 전화하거나 찾아가거나 해도 절대 받아주지 마세요...."
그렇게 말을 하고, 소은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몇 번을 찾아가도 소은은 나를 만나주지 않았다.
소은이 나에게 당부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전화해도, 찾아가도 소은은 절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연희는 그날 이후 바로 유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건 연희다.
연희는 소은에 대해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고 소은의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린 살아가고 있다.
내 목엔 소은이 선물한 넥타이가 매어져 있고 또 내 마음속은 소은의 향기가 가득하다.
시간이 지나가면 내 사랑도 지나갈까? 계절이 바뀌듯 사랑도 바뀔까? 또다시 겨울이 찾아오면 애써 묻어두었던 내 사랑이 다시 피어날까?......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저 어렴풋한 작은 희망 하나로 살아갈 뿐이다.
소은을 바라보는 나와 그런 나를 버릴 수 없는 연희. 그리고 연희에게 평생 죄책감을 가질 소은....
뫼뷔우스의 띠처럼 헤어 나오고 싶어도 헤어 나올 수 없고,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가 없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 우리 셋.
그 누구 하나 버릴 수도 없는 사랑. 지옥과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