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공기
썩은공기
" 이런 염병할... 아주 썩내 썩어.."
" 사람잡네.. 사람 잡어..."
"............................................"
닫혀 있던 창문까지 열며 방바닥에 놓여있던 신문지를 찾아 연신 전후 좌후 위 아래로 흔들어대며
난리법석을 피는 남편을 바라보며 미안한듯 순자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 아니 간만에 서방이 사랑좀 해 준다고 뒤로 돌아 스랬더니 물건이 드러가기도 전에 끼부리네..."
" 아니 이 고귀한 서방 물건 드러가놓코 끼부렸으면 내 물건 어찌 할뻔 했노 ..질식사라도 시킬려 그
랬나..."
" 내 그리 꼴보기 실트나..."
한참 법석을 떨면서도 일장 연설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미안했던지 순자가 한마디 던진다..
" 미안했구만유.. 참을려구 했는디.."
" 낮에 일 갔다와서 고구마 먹은게 얹혔나 봐유 .."
" 잘못 했구먼유 .."
" 아무리 그라카노 매나도 없이 경고 방송도 없이 퍼 내질르는 여편네가 세상에 또 어딨노.."
분을 삭이지 못한듯 남편 만석이 방 안에 불까지 키고 있었다..
" 얼쑤 ! 저 여편네 하고 있는 꼴 좀 보게..."
" 주사위는 던져지고 물은 엎질러 지고 버스는 떠났는데 뭘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고 그 큰 궁뎅이
를 까 뒤집어 놓코 있나..."
그러고 보니 만석이 하도 우황을 떠는 판에 만석이 가장 좋아하는 후배위로 순자가 엉덩이를 한껏
세운채 순자의 적나라한 부근이 만석이 얼굴쪽을 향해 다 보이게끔 엉거주춤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
상황이었다.
" 됐다 .됐다 집버치라.."
" 꼴도 보기 싫타..."
뺏겨논 옷가지를 주섬 주섬 입으면서 오늘도 거하게 한잔 하고 들어온 만석이 씨뻘건 얼굴을 보면서
순자가 연이어 눈치를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 물 드실래유.."
"................."
아무말 없이 씩씩대고 있는 남편 만석을 쳐다보며 순자가 일어나 부엌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부엌이라고 해 봤자 조그만 단칸방에 문 열면 바로 붙어 있는 조그만 세간살이지만 그래도 십수년
손 때 묻은 그릇이며 아직도 십년은 너끈할것 같은 잘 닦인 가스렌지, 찬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반
찬통들 그리고시집올때 친정엄마가 해 주신 180리터짜리 조그만 냉장고가 부엌 한켠을 조용히 지키
고 있었다.
죄지은것 마냥 쟁반에 물그릇을 담아오는 순자를 보면서 만석도 화가 풀렸는지 아까와는 다르게
별 말없이 조용히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 꿀꺽꿀꺽꿀걱..."
어지간히 목이 말랐었는지 만석이 한가득 담아온 물을 숨도 안쉬고 한숨에 들이키고 있었다.
" 자 자 빨리 불 끄고 자자..."
독촉하는 만석이 소리에 물그릇도 못 내놓코 구석진 곳에 치워 놓코 불을 끄자 이내 다시 언제
그렇케 화 냈는냐 쉽게 만석의 순자의 풍만한 허리를 감싸오고 있었다.
"방귀 낄땐 다른사람 생명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수 있으므로 ..군대 말로 깨스, 깨스 이러는 기다..."
" 이번에 또 방귀끼면 안된데이... 알것나 모르것나..."
어지간히 급했는지 입고 있던 치마를 바로 땡겨내리며 말하는 만석이 말에 방귀는 알겠는데..
깨... 뭐라고 한것 같은데 ...
" 아나 모르나 ..."
다시 물어오는 만석이 말에 순자는 일단, " 네 알것군만유..." 하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만석이 술을 많이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다른 어는때보다는 순자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에는 등에서 바람이 일 정도로 휭하니 돌아누워 자버리는 만석이 술을 많이 먹고 들어
오는 날이면 행동은 약간 거칠어 지지만 그래도 다음날까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할 정도로
밤새 한 두번은 괴롭혀 주는게 순자로써는 싫치 않았던 것이다.
" 자 자 좀 더 높이 들그래이.."
" 이렇케유.."
남편인 만석에게 더욱더 예뻐보이기 위해 순자는 엉덩이 깊숙한 곳이 더 잘 보이도록 한껏 치켜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 정말이데이.."
" 이번에 또 끼면..알제이.."
말을 하고나서도 순자는 내심 걱정이 되고 있었다. 혹여 몰라 아까 부엌에 나가서 안나오는 방귀
낀다고 힘까지 주며 용쓰고 들어왓는데. 방귀가 또 나오면 어떡해 하나 하고...
" 자 들어간데이..."
이윽고 만석이 자지가 순자의 은밀한 곳으로 들어오며 연신 펌프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 순간 순자는 다른때랑 다르게 격정에 땀을 흘리는게 아니라 다시 나올려는 방귀 때문에
등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어찌 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 아까 뭐라고 하라고 한것 같은데...깨...)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단어와 그런 순자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만석인 연신
궁둥이를 흔들어대며 자기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안돼... 안~~돼..)
이젠 참을대로 참아 얼굴까지 씨벌개진 순자가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참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생리현상을 순자는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결국...
" 깨..."
"깻 잎~~~ 깻 ~~~잎! "
" 뭐..뭐 라 카노..."
순자의 말과 동시에 만석도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윽코 만석이 몸에서부터 모든것이 순자의 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듯한 착각을 느끼면서 만석이
이내 순자의 몸에서 고목나무 쓰러지듯 옆으로 쓰러지며 거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만석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순자의 그 곳에선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부유물들이 방 이곳 저곳으로
흩 뿌려지고 있었다.
" 뻐~~~~~~~~~~~~~~어~~~엉.."
요란한 소리가 지축을 흔들듯 순자의 귀에는 너무나 크게 들리어 왔지만 옆으로 떨어져 나간 만석인
자기 일에 만족했던지 별반 개의치 않는듯 이내 코 까지 골며 잠 들어 가고 있었다.
" 휴~~~"
긴 한숨까지 내시며 달빛을 불빛삼아 순자는 흩날려간 부유물들을 열심히 닦고 있는 중이었다.
" 일어나세유 .. "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순자의 소리를 들으며 만석이 귀찬타라는듯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단촐하지만 항상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순자의 시원한 북어국이 상위에 오르곤 한다.
밥을 먹고 있는 만석의 모습을 보면서 혹 어제 마지막에 자기가 낀 방구 예기가 안나오나 노심초사
하며 만석일 바라보던 순자의 입에서 어렵게 말이 나오고 있었다.
"저.. 여..보."
" 오늘 말일이라 공과금도 내야하고 장 도 봐야될것 같아유..."
순간 순자를 쳐다보던 만석이 눈이 한층 커지는것 같더니...
" 아니 이 여편네가 돈을 갔다주면 다 어디다 써버리노 딴 살림이라도 차렸나..."
" 잔말 말고 등이나 긁으래이.."
말없이 일어나 만석이 등뒤로 가는 순자를 보며 만석이도 내심 가슴이 찔리어 오고 있었다.
요새 하도 불경기라 공사장 일거리도 없던 판국이라 가뜩이나 쥐꼬리만큼 주던 생활비도
저번달엔 더 조금밖에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밥에 모래를 섞으것마냥 우거적 우거적 입안에 쑤셔놓코 옷을 주섬 주섬 입고 별말없이 나가는 만석
이 등뒤로 순자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다녀오시구유 조심하시구유..."
잠시 발걸음이 멎느것 같던 만석이 입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 12시 현장 앞 알지 ....늦지 말그래이 같이 밥 먹을테니...."
" 네 알것구만유 알것구만유..."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가 승낙을 받아낸것처럼 기뻐서 큰 소리로 대답하는 순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만석도 현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여간 가벼운게 아니었다.
( 하는수 없군 현장소장한테 가불좀 해 달라는 수 밖에...)
" 자 자 식사하고 합시다..."
같이 식사하러 가자는 이씨 김씨 손을 뿌리치며 작업복을 갈아입고 순자가 기다리는 현장앞을 두리
번 거리고 있었다.
건너편에서 연신 손을 흔들며 만석일 쳐다보는 순자의 모습이 보이자 꼭 첨 만난 사람이 데이트 하
는것 마냥 신이 났는지 결혼식참석이나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안 입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한참 철 지
난 치마에다 족히 7센치는 되 보이는 구두까지 신고 나온걸 보니 좋키는좋았는가 보다, 하기사 시집
와서 애 못낳는다고 시어머니한테 구박만 엄청받고 10 여년 살아오면서 외식이라고 한번도 데리고
다닌적도 없으니...
"언제 부터 나왔썼나.."
" 11시유..."
" 뭐 하러 12시까지 나오라니까 그렇케 일찍 나와 있나,,,"
" 아니유 전 당신 기다리는 한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디유 ..."
정말로 큰 미소까지 띄며 말하는 순자의 모습을 만석도 오래간만에 보는듯 했다.
" 뭐 먹꼬 싶나..?
" 말해보그래이..."
".................."
잠시 생각하는듯 싶던 순자의 입에 웃음이 한가득 도는것 같더니...
" 순대 국밥이유..."
" 뭐라코..순대 국밥..."
" 아니 맛나는것 사줄라켔더니 순대 국밥이 뭐꼬 순대 국밥이..."
" 생각안나세유 저랑 당신이랑 처음 만나서 순대 국밥 먹었잔아유 ..얼마나 맛있었던지..."
그러고 보니 처음 순자를 만나 데이트라고 데려가서 처음 먹었던 순대 국밥이 만석도 생각
나고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나면서 힘들었을때를 생각하니 밑에서부터 복 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추스리던 만석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 그..그래 맞다 순대 국밥 그게 최곤기라..."
"저기 시장통 잘하는데 있다 절로 가자 "
머릿고기까지 더 시켜 국물하나 남김없이 싹 비우는 순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만석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게 그 동안 잘 해준것 하나 없는 자신을 믿고 따라준 순자가 오늘 따라
너무 예뻐 보일수가 없었다.
( 그래 마 지금부터 잘 해주면 되지 ...)
"자 앳다 아껴쓰그래이..."
" 네 고마워유 .."
식사를 하고 나니 아직도 30여분의 시간이 남아 있어 순자랑 만석인 시장안을 돌아다니며
찬거리를 사고 있었다.
이 순간 순자는 어는 잘사는 부자 아니 공주 부럽지 않을정도로 너무나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 이것도 좀 주세유.."
" 아니 그거 고구마 아이가..."
이내 두 사람이 어저께 일이 생각났는지 시장안이 떠나갈듯 크게 크게 웃고 있었다.
"됐어유..."
" 여기선 부터 제가 들고 가면 되유..."
시장통을 빠져나오면서 집까지 가는데는 공사 현장을 지나가야 하기땜에 순자는 남편 만석의
체면을 생각해서 손을 뻗고 있었다.
( 괘 안타 오르막 길이니 내가 현장 앞까지는 드러다 줄께 ...)
라는 말이 목 구멍까지 나왔지만 ....
양손 가득히 낑낑거리며 오륵막길을 오르는 순자의 몸은 땀에 젖어 있었지만 순자는 웃고 있었다
한철 내내 고생하고 풍성한 수확을 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양손 가득이 든것도 힘들지 않은듯......
현장 앞이 가까워 질수록 그런 순자의 모습을 보면서...( 잘 해준다고 맘 먹꼬 이게 뭐꼬..그
깟 체면 땜에...)
지금이라도 들어주고 싶었지만 순자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만석인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 나중에 잘해 주면 되지 ....)
" 오늘 일찍 들어오세유.. "
"알았다..."
" 정말이유 맛있게 저녁 차려놓코 있을게유.."
" 알았다 카이..."
순간 위에서 급히 뛰어 내려오는 학생이랑 약간 스친것 같은데,,,,
왼쪽손에 잡고 있던 봉지를 놓치면서 오늘 시장본 물건들이 인도에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 에그머니나..."
정신없이 쏟아지는 물건들을 추스리던 순자가 갑자기 차도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어....어 ... 여..순.. 자야....."
용케 다른것은 다 추스렸는데 고구마 하나가 내리막길을 굴러 차도쪽으로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빠아아아앙~~~~~~~~~~~~~~~~~~~~
" 어..어 .....안...............................................................돼!!!!!!!!!!!!!!!!!!!!! "
고구마를 집어들던 순자가 만석일 쳐다보며 가장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고구마 많이 먹어도 된다 말이다 ~~~~~방귀 많이 껴도 된다 말이다 ~~~~~~
한 남자의 공허한 목소리만이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 살아가면서 주변에 있는 너무나 소중한것 그것을 우리는 잊고 사는것 같습니다.
당연히 옆에 있기에 나중에 잘해주면 되지 나중에 효도하면 되지 나중에 뭐 하면 되지.........
너무나 당연히 있는거라 생각하기에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것처럼 혹 나중이라는 단어는 빼십시요
늦을수도 있습니다.지금 사랑하십시요, 그렇케 실천하는 당신의 모습이 가장 멋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