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간 자리
머물다간 자리
98년 여름
그녀는 특이하다. 사람들은 안면기간이란 것이 있다. 요즘 말로하며 메모리기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마다, 인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기억하는 시간 특히, 사람에 대해 기억하는 시간이 6개월 정도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한사람에 대한 기억이 6개월이 지나면 기억의 저 뒤편으로 살아져 추억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일년에 두 번씩은 꼭 가족친지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하나가 설과 다른 하나가 추석으로 이 두 명절만은 다른 명절과는 달리 온 가족이 한곳에 모여 신명나는 한판을 벌리는 것이다. 그래야 가족 친지간의 유대감이 유지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꼭 6개월에 한번씩 전화가 왔다. 나와 이별 아닌 이별을 하고 나서,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6개월 한번씩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어오는 전화를 했다. 그렇다고 특별한 대화가 오고간 것이 아니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할 수 있는 그냥 평범한 대화를 하기위해 나에게 전화를 한다.
아픈 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매일 친구들과 술로 세월을 탕진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의 전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랜 세월 같이 했던 떠나간 연인의 기억만으로도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어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임.수.경!
잠시 내 가슴속에 사랑의 불꽃을 만들고 떠나간 여인이다. 친구의 애인이라 감히 나의 사랑을 받아 들이 수 없다며 차갑게 돌아선 여인이다.
그녀의 가슴 속에 난 무슨 의미로 남아 있을까? 내 가슴속에 그녀는 단지 잠시 방황하게 만들었던 한 여인의 영상만으로 가슴에 남아있었다.
이미 나의 연인도 아픈 기억만을 간직할 체 내 곁을 떠난 지금, 그녀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면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영상으로 남는다.
어느 날, 빛바랜 수첩을 정리하던 중 이름도 적히지 않는 삐삐번호가 눈에 들어온다. 수첩을 꼼꼼하게 정리하는 성격도 아니지만 이름도 없이 번호만 당랑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리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내 수첩에 번화가 있다면 내가 아는 누군가였지 안을까?
궁금증에 무심코 전호번호를 놀려본다.
“호출은 1번, 문자메시지를 남기시려면 2번, 음성메시지를 남기시려면 3번을 놀려주세요.”
전화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에 1번을 선택하고 전화번호를 남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문자나 음성을 남길 수는 없지 않는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내 수첩에 적힌 사람이라면 날 알고 내 번호를 기억할 것이다.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된 수첩이기에 상대방은 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삐리리리~”
호출을 하고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울린다. 내가 호출한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일상적인 전화일까? 일단 전화를 받아 본다.
“여보세요.”
“호출하신 분 있어요. 제 삐삐에 전화번호가 있어서요.”
기억의 저편으로 살아져 버린 줄 알았던 한 여인의 목소리. 좀 특이한 톤의 목소리라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더구나 가끔 안부전화로 통화하던 목소리다.
“수경이니.”
“어. 수혼씨. 맞구나! 수혼씨 전화번호 구나”
“이 번호가 네 호출번호였니.”
“그럼 내 호출번호 줄 모르고 호출하신 게예요.”
“그때가 언젠데 그 삐삐 참 오래도 가지고 다닌다.”
“호호호. 오래가지고 다닌 덕분에 이렇게 수혼씨 열락도 받은 거 아니 예요.”
“잘 지내.”
“예. 수혼씨도 잘 지내죠.”
“향상 똑같지 머.”
“그래요.”
“잘 지내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통화하자.”
“........예, 다음에”
그녀와의 통화는 향상 했던 것처럼 서로의 안부만 물어보고 짧게 끝나고 말았다. 수첩에 마지막까지 남아 확인이 되지 않던 번호를 확인하고 휴지통에 수첩을 집어넣으려 하는데 불연 듯 가슴속에 작은 울림 이었다.
서로 사랑할 수 없었기에 헤어졌던 그녀에 대한 아련함이 올라오는 것이다. 가끔 전화를 받았던 때와는 달리 내가 직접 호출을 하고 받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의 번호가 적힌 부분을 찢어 한쪽에 두고 나머지는 휴지통에 버렸다.
며칠 동안 한쪽에 있던 그녀의 번호가 적힌 종이를 방치했다. 그 종이를 볼 때마다 그녀에게 호출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불숙불숙 올라온다. 참자. 그녀에게 난 이미 끝난 사람이며 내 마음속에도 그녀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지 않는가. 어쩌며 그때처럼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다시 이별의 고통을 맛볼지도 모르지 않는가? 근데 왜 난 저 쪽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무슨 미련이 남아 이러는 것일까?
하지만 한번 가슴속을 할퀴고 지나간 생각은 쉽게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 이였다.
일주일간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에 끝내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호출을 하고 만다.
(그래 한번만 만나는 거야. 그녀의 변한 모습을 한번만 보는 거야.)
“여보세요.”
“수혼씨. 별일이내. 이렇게 호출도 하고 말이야.”
“우리 한번 만나자.”
“예(?)”
“보고 싶어.”
“자…….잠시만 대답할 시간을 주세요.”
“그럼 수경씨가 결정되면 전화 해죠.”
“알았어요. 끊어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쉽게 네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다. 그녀도 힘들 것이다. 친구의 연인을 만나 갑자기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어찌하지 못하고 사랑보다는 친구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떠나야만 했던 사람이다. 비록 지금은 친구와 헤어져 홀로된 사람이지만 만나자는 말에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기다리는 마음은 언제나 가슴 졸리는 아픔을 수반한다.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며 그녀에 대한 영상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본다.
그녀는 우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생각하고 떠나갔다. 나 또한 그녀를 잡지 않았다. 마지막 만남에서 우린 서로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기 보다는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 남기고 헤어졌다.
그녀는 그때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난 불타는 질투심에 만취가 되어 행패를 부리고 말았다. 그것이 그녀와 이었던 인연의 끝 이였다.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무심코 받은 전화에서는 그녀의 독특한 목소리가 흘려 나온다.
“제예요.”
“기다렸어.”
“만나요 우리”
“어디서 보지”
“술 한 잔 사주 세요.”
“그럼 옛날에 자주 가던 그 호프집에서 저녁 7시에 기다릴 께”
“알았어요.”
서두려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어머니께는 친구 만난다는 전화를 하고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녀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한다.
이 감정은 무슨 감정인가. 내가 긴장하고 있나. 설래 이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호프집에 도착하니 6시 40분, 조금은 서두려 빨리 도착했다.
오백 한잔과 간단한 안주를 주문하고 그녀를 기다린다. 감장되고 설래 이는 감정에 입술이 말라 맥주로 입술을 젖 신다. 기다림의 시간은 안타까움을 수반한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 속에 온 몸의 세포들이 바짝 긴장한다.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선다. 몇 년 만에 보았지만 한눈에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통통한 볼 살 때문에 복어아가씨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다. 그 별명은 내 친구들이 그녀를 보고 지어준 별명이다. 그녀는 날 확인하고 앞에 앉는다.
통통한 볼 살만큼 통통한 몸매를 가진 여인이다. 그녀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다소곳이 앉아 난 본다. 그 눈빛에서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다.
“변한 게 없네”
“수혼씨도 그대로 인데요.”
“근데 좀 어색하다. 수경씨도 편하게 이야기해.”
“그래도. 좀”
“친구처럼 생각해. 수경씨가 존댓말을 하니 내가 불편해서 그래”
“그럼...........알았어. 나도 편하게 대할 께.”
“밥 안 먹었지. 밥 먹으로 갈까?”
“배 안고파, 그냥 술 먹고 싶어. 수혼씨가 배고프면 나가고”
“아니 나도 밥 생각은 없어”
난 술과 안주를 추가로 주문하고 그녀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 그녀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다. 내 먹을 양을 생각해서 간단하게 삼천을 주문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학교 졸업하고 직장 다니지 머”
“너 전자과 나왔지. 그쪽 계통은 여자가 취업하기 힘들지 않아.”
“그쪽으로는 포기했어. 지금 학습지 교사하고 있어.”
“그래. 하긴 전자 쪽으로 여자가 취업하기 힘들지.”
“수혼씨는 뭐해.”
“그때 그일 계속하고 있지.”
“그래.”
“저..................물어보면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저 그때 그 남자 말이야.”
“학과 동기(?).......................헤어졌어.”
“그럼 그때 그 남자랑 사귀고 있었던 거.........내가 착각한 거 아니지.”
“맞아. 막 사귀기 시작한 때지. 학교에서 씨씨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지만 졸업하고 헤어졌어.”
“그럼 지금은 혼자야.”
“혼자라기보다 독신을 즐기고 있지. 이젠 애인 같은 거 만들지 않으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옛날에 느끼던 그녀에 대한 애정이 가슴속에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때도 가련한 어린양 같이 남자로 하여금 감싸주고 싶은 충동으로 시작하여 사랑하게 된 여인이다. 잊고 있던 그때의 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다.
“참. 수혼씨도 헤어졌다며.”
“내가 불민하여 헤어졌지.”
“가족들의 반대로 헤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거지,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해.”
“수혼씨도 그만 잊어.”
“그래야지. 근데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야.”
“수혼씨 보니 술 고파”
“내 얼굴이 안주니 날 보고 술 고프게”
“호호호. 농담이야. 오늘 술 잘 받내. 그래서 마시는 거야.”
“적당히 마셔.”
“내가 알아서 마실 께”
자기가 알아서 먹겠다는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술이 점점 늘어난다. 둘이서 벌써 육천을 먹고 있다. 나야 이거 먹고 취하지 않는다지만 그녀가 슬슬 걱정된다. 맥주를 먹고 나면 다 좋은데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녀가 소파에 쓰려져 있다. 황당함에 그녀를 흔들어 깨워보지만 일어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있으면 깨어나겠지 라는 생각으로 혼자서 자작을 한다. 그녀의 쓰려져 자는 모습을 보며 한잔씩 들어가는 맥주를 음미한다. 쓰다. 맥주가 쓰다고 생각되는 날은 그만 먹어야 한다. 오백 한잔을 추가 주문하고 천천히 기다려 보지만 그녀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내 앞에서 마음 편하게 자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 늑대들이 득실거리는데 날 믿어 주는 것인가?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가계도 천천히 문 닦을 시간이다. 그녀를 흔들어 보지만 역시나 깨어나지 않는다.
한숨을 쉬고 그녀를 잡아 일으킨다. 힘을 주어 억지로 일으키자 그녀가 내 품에 안긴다. 연한 화장품 냄새와 여인의 육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중간에 힘이 몰리며 욕정이 올라온다. (내가 무슨 생각을) 그녀를 부축하며 힘들어 가계를 나온다.
언제나 밀리는 도로에 차가 한적하다. 생각해 보니 난 그녀의 집도 모른다. 그녀는 인사불성이라 물어도 대답이 없다. 할 수없이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영업시간 제한이 있었다. 술집이나 그 밖의 업소도 12시 까지만 영업하도록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어 12시가 넘으면 마당이 갈만한 곳이 없었다.
중간에 약국에 들려 술 깨는 약을 사고 그녀를 공원 벤치에 앉게 한다. 그녀는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대에 잠들었다. 잠든 그녀를 보면 한까치 담배를 베어 문다. 담배연기 사이로 이런저런 상념이 스치고 지나간다.
시간이 지나니 그녀의 뒤적임이 느껴진다. 조금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그녀를 벤치에 앉게 만든 다음 아직은 인사불성이 그녀에게 억제로 약을 먹인다.
“음~~~ 여기가 어디야.”
“공원. 네가 술 먹고 취해서 이곳으로 왔어.”
“지금 몇 시야.”
“한시 삼십분”
“시간이 늦었네. 수혼씨 집에 가야지.”
“네 걱정이나 해. 집 어디야.”
“저~~기 보이는 아파트”
“어. 생각보다 가깝네.”
“몰랐어. 나도 수혼씨 옆에 사는 거”
“내가 언제 너희 집에 간적 있니. 일어나자. 집에 들어가야지.”
“늦었는데 그냥 가. 나 갈 수 있어.”
“돼내 이 사람아. 어서 일어나기나 하게.”
난 그녀를 부축해서 일어났다. 혼자 갈수 있다는 말은 거짓 이였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도 가누지 못한다. 천천히 그녀의 집으로 가서 엘리베이터 탔다.
“몇 층이야.”
“5층. 오른쪽 집”
5층에 올라가 그녀의 집 앞에서 망설인다. 늦은 시간에 딸이 모르는 남자랑 같이 있는 걸 보면 좋아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딸이 취해서 말이다.
“들어가 나 간다.”
“벨 눌러죠. 힘이 없어서 그래”
할 수 없이 그녀 집 벨을 누른다. “달캉”하고 문이 바로 열린다. 그녀의 어머니 듯한 중년의 여인이 고개를 내밀어 나와 그녀를 바라본다. 죄진 것도 없는데 기가 죽는다.
“빨리 들어와”
“수혼씨 잘 가”
중년의 여인은 날 본 척도 하지 않고 그녀만 불려 드리고 문을 닦아 버린다. 뭐 환대를 바란 것도 아니지만 좀 기분이 상한다.
그녀를 보내고 집에 가는 길에 삐삐가 울린다. 내가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다니던 삐삐다. 내 번호를 아는 사람들도 얼마 없어 평소 조용하기만 한 삐삐가 울려 보니 수경에게 온 문자메시지다. 그녀는 아직도 내 삐삐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만나서 반가웠어. 다음에 내가 한잔 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며칠 후 그녀에게 삐삐가 왔다. 처음 보는 번호라 전화를 하니 익숙한 음성이 반긴다. 임수경 그녀였다.
“오늘 시간 있어.”
“응. 근데 무슨 전화번호야.”
“회사야. 이따 끝나고 만나. 저번에 약속대로 내가 한잔 살게”
“그러지”
“그럼 7시까지 그때 그 장소로 갈게”
“알았어.”
저녁에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역시나 내가 조금 빨리 온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6시 40분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차를 주차하고 이곳에 오면 이 시간이 된다.
이번에는 먼저 술을 주문하지 않고 기다린다. 저번에는 혹시나 그녀가 나타나지 않음 그냥 돌아갈 생각 이였기 때문에 먼저 술을 주문했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은 없었다.
그녀는 7시에 술집에 들어선다. 청바지에 몸에 착 붙는 스웨터를 입고 손에는 책을 들고 들어온다.
“그 책은 뭐야.”
“아이들 교제. 막 한명 가르치고 오는 길이야.”
“일은 힘들지 않아.”
“조금은...........많이 걸어 다녀야 하는 직업이라 좀 힘들어. 그래도 할 만해.”
“후후후. 내가 선생님하게 데이트하는 거내.”
“선생님은 무슨..........그냥 학습지 교사지. 오늘은 내가 한잔 산다.”
“됐어. 술 먹고 쓰려지지나 마.”
“잉~~ 내가 산다니까?”
“알았어. 일단 먹자. 배고프지 밥부터 먹을 까?”
“밥 생각 없어. 그냥 술 먹자.”
“그럼 오늘은 밥되는 안주를 먹자. 저번처럼 또 쓰려질라.”
난 골뱅이 무침과 통닭을 주문했다. 혹시나 저번처럼 술 먹고 쓰려져 버리면 나만 힘들기 때문에 배를 체우고 먹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안주에는 관심이 없는지 술만 연신 마신다. 중간에 말려 보지만 소용이 없다.
“걱정하지 마 저번처럼 먹고 쓰려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럼 안심이고..........적당히 먹어”
“알았어.”
하지만 내가 다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보니 역시나 쓰려져 있다.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갑자기 화가 난다. 그렇게 조심하라고 주위를 주었건만 또 이런 경우란 말인가. 그녀를 흔들어 보아도 역시나 인사불성이다.
이 여자는 내가 성인군자로 보이나. 나도 혈기왕성한 이십대 남자로 늑대의 본성을 가진 남자데..........이 여자, 너무 태평하지 않는가? 한숨이 나온다. 다시 혼자서 자작하기 시작한다. 저번처럼 3천 이상을 먹었으니 한동안 정신 못 차릴 것이다.
본래가 단골술집이라 다른 자리에 앉아 주인아저씨와 술을 마신다.
“아저씨 저 여자 심하지 않아요.”
“뭐가.”
“아니 남자 앞에서 술 먹고 쓰려져 버리면 어쩌라는 거죠. 한번은 실수라고 치고 넘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주위를 주었는데도 저 모양이니..........참내 원.”
“널 믿기 때문이겠지. 아니면 편하던가?”
“믿을 사람이 따로 있지. 저건 남자에게 날 잡아 잡수 하고 있는 거지, 이거야 원”
“그래서 어떻게 하려구. 잡아먹게.”
“제가 짐승이여요. 사람을 잡아먹게.”
“그럼 여관이라도 끌고 가려구.”
“고민 중이예요. 사고를 쳐 말아.”
“해봐.”
“예”
“이런 기회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줄때 먹어야지.”
“하하하하! 정말 해 볼까요.”
“아서라! 내가 본 바로 그런 짓 할 놈도 못 되면서 말만 잘해요”
“참 아저씨도. 저도 남자인데 그런 마음 없겠어요.”
“그치 대부분 남자들은 그런 마음 가지고 있지. 그래도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하지 마라.”
“저도 그게 고민이라 이러고 있지요.”
아저씨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그녀를 부축한다. 역시나 은은한 화장품 냄새와 여인 특유의 육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힘이 가운데로 몰린다. (십팔 이게 무슨 고생이야.)
그녀를 부축하고 다시 공원으로 갔다. 집에 바로갈 수 있지만 인사불성인 그녀를 집에 데리고 갔다가 저번에 보았던 그녀의 쌀쌀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다시 공원 벤츠에 앉게 만들어주니 역시나 내 무릎에 쓰려져 잠든다. 잠든 그녀를 보니 편안하게 보인다. 정말 대책 없는 아가씨다. 어떻게 외간 남자의 무릎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녀의 단발머리를 쓸어주니 몸을 조금 뒤척인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날 유혹한다.(연병 고역이군.)
가운데 힘이 솔리며 부풀어 오른다. 혹시나 부풀어 오른 내 물건이 그녀를 건드릴까봐 조마조마 하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무릎 아래로 내린다. 아무리 여름이지만 아직은 밤기운이 쌀쌀한데 이마에 땀이 흐른다.(아휴 이걸 그냥)
야한 생각을 잊기 위해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일부러 그녀를 보지 않고 멀리 레온사인의 불빛을 보며 담배를 피우니 조금은 참을 만 하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가 살며시 일어난다. 부축해 주자 힘들게 벤치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몇 시야.”
“한시 넘었어.”
“내가 또 쓰려 진거야.”
“안 그럼 이러고 있니.”
“힘들었겠다. 미안해.”
“알면 좀 적당히 마시지.”
“내가 한잔 산다고 했는데........역시나 약속도 못 지키고 쓰려져 버린 건가?”
“요즘 괴로운 일 있어”
“조금..............시간이 늦었는데 나와 좀 이야기해도 돼”
“해봐. 비밀 같은 거 가슴속에만 품고 있으면 병 된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
(연병을 해라. 어찌 내가 만나는 여자들은 하나 같이 집에 웬수를 졌나. 왜 다들 안 들어가려고 하는 거야. 하이고 내 팔자야.)
“왜”
“아빠는 그전부터 지방에서 사업하시다고 한달에 한번이나 집에 오셔, 근데 잘 보면 꼭 사업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아마 다른 여자가 있는 느낌이야. 여자라는 동물, 직감이 발달한 동물이라 아마 맞을 거야. 엄마도 어느 정도 눈치체고 있는 거 같아.”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집에 들어가면 혼자가 되는 거야. 오빠는 장가가서 분가하고 엄마는 아버지가 바람피우며 들어오지 않으시니 밖으로만 돌아. 그래서 향상 집에 나 혼자야.”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거야.”
“또 있어. 아무래도 엄마도 다른 남자 만나고 있는 모양이야. 맞바람이지. 집안이 콩가루 집안도 아니고 정말 싫어.”
“나만 잘하면 되지. 인생이란 각자 자신의 선택에 각자가 책임지며 살아가는 거야. 부모님들이야 자신들의 선택이 옳든 옳지 아니하던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겠지.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너무 괴로워하지 마.”
“알아 하지만 집안에 있으면 답답하고 숨이 막혀. 그래서 들어가기 싫어”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씩의 고민을 가슴에 품고 살아. 그 고민이 크던 작던 자신에게는 모두 고통과 빈민을 주는 고민들이지. 나도 그렇고 너도 그래. 그 고민을 얼마나 삭히고 참느냐의 문제지. 내가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잊어버려는 것이 최선이지.”
“쉽게 되지 않아. 눈앞에 보이는 걸”
“보지 마. 생각하지도 마. 다른 일에 매달려.”
“쉽게 말한다. 너도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야. 지금도 옛 사랑을 그리워하며 잊지 못해 빈민하고 있는 거 아니야.”
“맞아. 부인하지 않아. 나도 힘들어.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해. 그냥 세월이 가서 가슴속에 추억으로 남을 때까지 그냥 그렇게 지내려 해. 이제 조금씩 잊어가고 있어.”
“그래. 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
“자자. 그만하고 집에 가야지. 벌써 시간이 2시가 다돼 가고 있다.”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돼.”
“늦었어. 너도 네일 출근해야지.”
“알았어.”
둘을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그녀는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아 제대로 걷지 못한다. 그녀를 부축하여 그녀의 집으로 간다. 내 어깨에 기대어 가는 그녀를 느끼며 조금씩 그녀에 대한 사랑이 가슴속에 잔잔히 울린다. 그래 이 여인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군나. 내가 그녀에게 작은 힘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사랑이 머물다 간 가슴에 다시 사랑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없이 간안바 보이는 그녀를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녀의 집 앞, 그녀는 날 보며 돌아선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에 뭐가 갈구하는 듯한 빛이 보이고 나또한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합쳐진 입술은 떨어질 줄 모르고 그녀는 정열적인 반응을 보인다. 입술이 닫자 자연스럽게 치아가 벌어지며 내 입술을 비집고 그녀의 혀가 들어온다. 너무나 적극적인 그녀의 반응에 조금은 당황하여 망설이지만 본능적인 욕구에 내입도 벌어지며 그녀의 혀를 받아들인다.
입술을 오물이여 그녀의 혀를 강하게 빨아주니 그녀의 팔이 내목을 감아온다.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고개를 숙여 깊이 그녀의 입술을 빨며 내 혀도 그녀의 입속에 들어가니 그녀도 내 혀를 받아 감아주며 장난을 치다 강하게 빨아준다.
내 몸도 이미 여자라는 동물에 익숙해 져서 자연스럽게 한손이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기니 처음부터 부풀어 틴트를 치고 있던 내 물건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닦아 짜릿하다.
손은 거기서 멈추어야 하는데 머릿속에 온통 그녀를 원하는 감정만 가득하여 나도 모르게 그녀의 스웨터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가슴을 주무른다. 손에 닦는 그녀의 가슴은 탄탄하고 탈력 적이다. 그녀의 부라자 틈을 벌리고 손이 들어가니 그녀는 조금 흥분되는지 입술을 때고 가슴에 고개를 뭇는다.
“하이....하이.....하...하.....하이..하이”
거칠어진 그녀의 숨이 귀를 간지럽게 하고 가슴에 들어간 손을 놀려 그녀의 딱딱한 젖꼭지가 만지고 다른 손은 그녀의 바지 단추에 간다.
“하이.....하이....수혼씨”
달짝지근한 그녀의 부름에 퍼 듯 정신을 차린다. 이건 아니다. 그녀를 위한 다면 이런 행동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녀를 보니 그녀도 무척이나 흥분해 있는 상태다. 그녀가 부끄럽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에 있던 손을 빼고 그 손을 들어 그녀의 고개를 살짝 든다. 다시 이어지는 입맞춤, 이번에는 그녀의 입술 빨아주기만 할 뿐 혀를 집어넣지는 않는다. 그리고 살며시 그녀와 떨어진다.
“미안~”
“하이........하이.........나 들어간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뒤돌아 달려간다. 행여나 내가 볼까 겁나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 버린다. 아직도 내 입술에 그녀의 달콤한 입술의 자취가 남아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립스틱을 더 많이 먹는다고 하던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 돌아선다.
집에 오는 길에 다시 그녀에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오늘 고마워. 조심해서 들어가. 그리고 열락해”
참........웃기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만나 딱 두 번째 만남에서 키스를 하고, 그녀를 향하는 마음이 이렇게 깊었나 싶다. 아니면 아늑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일지 모른다. 아직은 내 마음을 모르겠다.
다음날 그녀의 회사에 전화를 하니 외근 중이란다. 삐삐로 호출을 하니 조금 후에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어제 잘 들어갔어.”
“잘 들어갔지.”
“무슨 일이야.”
“오늘 토요일인데 빨리 끝나지 않아.”
“응. 조금 있으면 끝나.”
“그럼 우리 월미도 갈래”
“월미도(?)”
“답답한데 바다 바람이나 맞으려고”
“알았어. 그럼 이때 영등포역에서 만나면 되겠다.”
“차 끌고 갈 건데”
“수혼씨 힘드니까 차 버리고 가자. 차 끌고 가면 술도 못 마시지 않아.”
“알았어. 그럼 2시쯤에 영등포역에서 만나자.”
토요일 오후 영등포역은 사람들이 많다. 많은 인파 속에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에게 삐삐를 치고 이런저런 노력으로 힘들게 그녀를 찾아낸다. 인천행 전철에 오르자 역시나 사람들이 많다.
그녀를 앞에 세우고 뒤에서 그녀를 보호해 준다. 인파 속에서 그녀의 몸이 내 몸에 기대여 온다. 여름이라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땀 냄새, 에어컨에서 불어오는 기분 나쁜 냄새 속에서도 그녀의 연한 화장품 냄새와 머리에서 은은한 과일향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열차가 인천과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얼마 없어 둘은 마주보고 섰다.
“자가용만 이용하다가 사람 많은 전철을 타니 좀 답답하지.”
“아니 오랜만에 사람들에 치이니 사람 사는 것 같다.”
“웃긴다. 그럼 지금까지 혼자 살아 왔어.”
“내가 좀 고독을 즐기는 편이라.”
“고독이 뭐가 좋다고 즐기니.”
“후후후. 그냥 복잡한 게 싫어서.”
“하여튼 별종이야.”
그 말은 헤어진 옛 연인이 나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순간 그녀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힘들게 잊어버린 기억들이 다시 고개를 들자 얼굴이 어두워진다. 앞에 있는 수경도 내가 기억을 더듬고 있자 내 팔을 꼬집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아니야”
그녀의 질책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 헤어진 그녀가 아니고 수경과 함께 있지 않는가. 수경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해 줄까?”
“무슨 이야기”
“만리장성에 대한 이야기”
“만리장성(?)”
“응! 만리장성이 중국에 있고 진시황제가 만들었다고 알고 있지.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따져보면 진시황제 때 공사를 시작한 거지 진시황제가 완성한 것은 아니지. 또한 진시황제가 만리장성을 만든 이유는 흉노족의 침입을 무서워하여 만든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숨겨진 사실이 있어. 그건 국민 통합을 위해서야. 중국이란 나라를 보면 역사적으로 한족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가 얼마 되지 않아. 특히나 진시황제가 통일했을 때는 많은 제후들의 나라를 치고 진나라를 만들어서 패망한 나라의 민족들이 독립하려는 의지가 왕성하던 시기지. 당시까지만 해도 고구려, 백제의 후속들이 중국에 많이 살고 있었지. 심지어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자까지도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하여튼 당시 중국에 살고 있던 다른 나라 민족들도 한족과 더불어 살아도 당당히 자기 민족임을 밝히며 살았어. 이런 저런 이유로 진시황제는 한족이 아닌 자를 무조건 잡아다 만리장성 축조에 동원한 거지. 한족, 다시 말해 진나라 백성이라고 밝힌 사람은 가만히 두고 한족이 아닌 자만 골라 강제 노역에 동원한 것이지.”
“..........”
“덕분에 중국에 한족만 남고 다른 민족은 없어지기 시작했어. 다른 민족들도 감히 떳떳하게 자신의 민족을 밝히지 못하고 모두 어둠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한족 행세를 한 거지. 만리장성은 이렇게 국민 통합의 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지.”
“또 있어.”
“진시황제의 폭정에 대해서 말하면...........................”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 아니니 여기서 길게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아직도 이놈의 역사 이야기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역사에서 시작한 말은 미술사까지 거치며 그녀는 서서히 질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듣기 좋은 말은 아닐 것이다. 어느덧 인천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월미도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토요일 오후의 월미도는 많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긴다. 우리도 다른 연인들처럼 다정하게 거리를 거닐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찻집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니 우리들이 연인사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그걸 바라고 이 곳에 온 것은 아닐까? 그녀를 다시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한없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녀는 밥을 먹고 그 무시무시한 월미도 바이킹을 타자고 한다. 그런 놀이기구는 딱 질색인데 그녀가 아양을 떨며 조르니 대책이 없다. 억지로 바이킹에 올라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난 숨을 멈춘다. 정말 싫다. 왜 이런 놀이 기구를 타는 것일까?
그녀는 옆에서 소리를 지르고 날 리가 아니다. 더욱이 내 굳은 얼굴을 보더니 더욱 즐거워한다. 미치겠다.
바이킹을 타고 내려오자 속이 미식 거린다. 그녀가 재미다면 킥킥대고 다시 타자고 한다. (차라리 날 죽여)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오기가 생겨 다시 탄다. 이번에는 정말 죽겠다. (내가 미쳤지 왜 다시 탄다고 해서) 그녀는 희게 질린 내 얼굴을 보고 재미다고 날 리가 아니다. (나쁜 년. 뭐가 좋다고.)
집에 오는 길에 그녀와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그녀의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다시 동네에 도착하자 그녀는 다시 술을 먹자고 한다. 오늘도 밥도 먹고 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어 단골 호프집에 들어갔다.
술을 주문하고 안주가 나오자 역시나 그녀는 술을 급하게 먹는다.
“천천히 먹어 술하고 원수 졌어.”
“먹고 싶어서.”
“적당히 먹어. 또 쓰려지면 여관으로 끌고 가는 수가 있어”
“수혼씨가.................해봐”
“정말”
“자신 있으면 해.”
“미치겠군.”
“치~~ 용기도 없으면서”
“하여튼 적당히 마셔.”
“알았어.”
화장실을 가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싶어 그녀를 보니 아직은 생생하다.
“화장실 간 사이에 쓰려지지 마”
“걱정하지~ 마~”
약간은 혀가 꼬인 것 같지만 쓰려질 것 같지는 않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근데 역시나 그녀는 쓰려져 자고 있다.(아이고 이걸 죽여 살려)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는다. 정말 뭐 이런 가시내가 다 있어.
다시 술을 주문하고 자작을 한다. 잠든 그녀를 앞에 두고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결론은 그녀를 책임질 자신도 없고, 한순간에 늑대로 돌변하고 싶지도 않았다. 잠든 그녀를 다시 공원으로 끌고 간다. 찬바람을 맞으면 정신을 차리겠지.
공원벤치에 앉자 그녀는 편안하게 내 무릎을 베고 누워버린다. 조금 뻔뻔해 진 건가. 무릎에 베고 누운 그녀의 잠든 얼굴을 보자 참기 힘든 욕정이 올라온다. 가만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는다. 내 입술을 닦자 잠결에도 그녀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그녀의 치아를 벌리고 혀가 들어가자 그녀의 혀가 내 혀를 맞아 착착 감아 온다. 잠든 게 아닌가. 혀와 혀가 엉키고 달콤한 키스가 이어지고 내손은 그녀의 상의를 헤치고 들어간다.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이 느껴지고 봉긋한 그녀의 유방이 만져진다.
“음.....음.....하......음.......쪽오옥”
탄탄한 그녀의 젖가슴은 내손에서 뭉개지고 손가락 사이에서 유두를 끼워 살짝 돌려주니 그녀의 허리가 약간 들린다.
“하으흑.......음......하...하.....음”
그녀는 내 입술에 막혀 신음소리가 조금씩만 흘려 나온다. 가슴을 애무하던 손을 내려 그녀의 약간 들린 바지 속으로 들어가니 까실 한 느낌이 전해온다. 조금 더 들어가니 한번에 팬티까지 들어간 건지 그녀의 촉촉이 젖은 보지살이 만져진다. 손의 느낌으로 그녀는 엄청 물이 많은 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간단한 애무에도 보지물이 줄줄 흘려 팬티가 모두 젖어 있었다. 더욱이 손가락 끝으로 살짝 보지살을 가르고 들어가자 보지물을 손에 가득하다. 질 벽이 손가락을 조금씩 물어주는 게 많이 길들어진 보지 같다. 그것이 아니면 천성적인 옥녀든가 말이다.
그때 저 멀리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공원이란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우린 하던 짓을 그만 두었고 그녀도 일어나 자리에 반듯하게 앉아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다. 곧이어 몇 명의 아이들이 공원에 들어오자 우린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아무래도 쑥스럽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있기 뭐했다. 그녀를 부축하고 그녀의 집 앞에서 다시 진한 키스가 이여지고 아파트 한쪽 음침한 곳으로 이동한 우리는 다시 정열적인 키스를 한다.
다시 혀와 혀가 엉키고 내손은 그녀의 바지 속에 들어가 젖어 있는 보지살을 가르고 손가락이 들어간다.
“하이......하이.....음......헉......하이......하이”
“음~~~ 쪽오옥”
보지속에 들어간 손가락은 그녀의 질벽의 주름에 따라 움직여 주니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그녀의 두 팔이 목을 감아 더욱 밀착하니 흥분이 점점 밀려온다.
그녀와 진한 키스로 만족하기 힘들지만 이런 곳에서 일을 벌일 수도 없고 하여 적당한 선에서 그녀를 진정시킨다.
내가 조금 떨어지자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집안으로 달려간다.
“쩝” 입맛이 씁쓸하지만 참고 돌아서서 집으로 향한다.
다시금 그녀에게 삐삐가 온다.
“즐거운 하루였어. 수혼씨 조심해서 들어가”
나의 적극적인 애무가 기분 나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녀는 날 다시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나만의 착각은 아닐까? 그때의 사랑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인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그녀를 만나며 그녀의 술 먹고 쓰려지는 버릇을 한번쯤은 고쳐주고 싶었다. 세상에 나 같은 남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늑대들이 득실대는 세상에 그런 버릇은 좋은 것이 아니다.
그녀와의 만남이 계속되자 차츰 친구들에게도 그녀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그녀를 보여 달라고 성화가 대단했다.
날을 잡아 친구들을 호프집에 소집하고 밖에서 그녀와 만났다.
“친구들이 수경씨 보여 달라고 성화가 대단해.”
“그.......그래.”
“오늘 수경씨 보여 주려고, 친구들은 호프집에 있어.”
“꼭 만나야 돼”
“수경씨가 부담되며 그만두고”
“그.........그래”
그녀의 얼굴에 고민하는 표정이 역역하다. 그녀가 부담되고 싫다면 친구들과 약속을 파기할 용의도 있다. 굳이 싫다는 사람 억지로 만나게 하고픈 생각은 없다.
“들어가.”
“응. 같이 들어가”
“같이 가. 친구 만나지 머”
그녀와 함께 호프집에 들어가자 친구들이 환호성이 지른다. 한동안 한 여인의 기억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놈이 다른 여자와 함께 오니 환호성이 터지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한 친구 녀석이 그년을 알아보고 얼굴을 찌푸린다. 그 녀석은 나와 수경이가 몇 년 전에 만난 것을 알고 있는 놈이다. 더욱이 그 일로 인하여 나와 옛 연인이 심하게 다투었고 그 와중에 자신도 그 소용돌이에 휘슬러 힘들었던 녀석이다.
그녀석의 기억에 수경은 남의 연인을 중간에 가로채려 했던 뻔뻔한 여인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난 술집에 들어가자 그녀의 술 먹고 쓰려져 버리는 버릇이 얼마나 나쁜 버릇인지 각인시켜 주기로 했다. 친구들이 권하는 술잔을 모두 받아 마시고, 중간에 소주를 한 병 주문했다. 아무래도 맥주 먹고 쓰려질 자신도 없고 해서 소주를 글라스에 담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녀는 내가 이렇게 술을 무식하게 먹자 자신까지 취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인지 아니면 친구들 앞에서 점잔을 빼기위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술을 자재하며 먹고 있었다. 아니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소주 한 병을 단숨에 마셔버리니 쓰려지는 건 당연했다. 그동안 마신 맥주와 소주가 융합하며 몸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럴 걸 예상하고 먹은 거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쓰려져 버리자 친구들은 자기들 끼리 먹고 마시고 놀더니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친구 한 놈과 그녀 그리고 쓰려진 나만 남아 있었다.
비록 쓰려져 있지만 잠들지 않고 눈만 감고 있는데 친구와 그녀의 대화가 들린다.
“임수경씨 맞죠.”
“예”
“몇 년 전 이 자리에서 저 녀석이 행패 부릴 때 그분 맞죠.”
“예.”
“저놈.........사랑하세요.”
“모르겠어요. 그냥 만나고 싶었어요. 한번만 보고 싶었는데, 한번 만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어요.”
“수경씨도 보면 알지만 저 녀석 아직도 옛 연인의 기억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전 수경씨가 저 녀석 만나는 거 좋게 보이지 않아요. 수경씨를 보며 저놈은 옛 여인의 기억을 더듬고 있을 지도 몰라요.”
“...........”
“수경씨가 저놈을 책임지고 허무의 늪에서 건져올 릴 자신이 없으면 조금 그만 두세요.”
“휴~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수혼씨를 보고 있으면 즐겁고 편안해요. 또 수혼씨의 따뜻한 가슴에 안기고 싶어요. 하지만 그게 저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이지 수혼씨를 위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어요. 아마 내가 진정 수혼씨를 위한다면 떠나야 겠죠.”
“그럼 지금 그만 두세요. 까 막게 타버린 저놈 가슴에 수경씨까지 상처를 남기지 말고 지금 그만 두세요.”
쓰려져 있지만 정신은 차리고 있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친구 놈의 말, 그리고 그녀의 대답............친구 놈 말대로 난 옛 여인의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고 있는 건가? 지정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의 허전함을 체우기 위해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무슨 생각인가? 날 사랑한다는 것인가? 그냥 편안 사람으로 만나는 것인가? 어쩜 그녀도 옛 여인의 상처를 날 이용하며 달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사 참 복잡하다.
“조금만 더 만나고 싶어요. 수혼씨에 대한 제 마음을 제가 확실히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