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대학생활 - 6부
그의 대학생활 - 6부
#10. 여름방학, 시작!
철하는 한동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눈물이 많았던 자신이었다. 슬픈영화만 봐도 눈물이 나는 감성적인 성격이었으니…. 몇 달 동안 정도 많이 들고, 좋아하는 마음도 싹트기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못 본다고 생각하니 계속해서 눈물이 나왔다.
철하는 다시 편지를 들어 바라보았다.
[…예쁜 나 보고 싶다고 울지 말아라. 울리는 없겠지만. 히히^^…]
‘쳇…. 울지 말라는데 울지 말아야지….’
철하는 그 자리에 벌러덩 누우며 다시 잠을 청했다.
결국 그날, 철하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
*
짜라라라라라라라
철하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시험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핸드폰을 들어 바라보자 -이슬이♡-라고 찍혀있었다. 이슬이가 자기 멋대로 저장해 놓은 이름이었다.
“응. 안녕?”
[안녕이라니! 너 왜 오늘 학교 안 나왔어? 오늘 시험 마지막날인거 몰랐어?]
이슬이는 화가 났는지 꽤 격앙된 목소리였다.
“미안…. 몸이 조금 아파서 못 나갔다.”
[뭐? 학교 못 나올 정도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아픈거 아냐? 괜찮아? 너네 집에 갈까?]
“이제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흥…. 그래 알았다. 아 우리 여름방학 때 바닷가 놀러가기로 했으니까. 너도 알아서 돈 모으고, 시간 비워놔. 날짜는 나중에 알려줄게. 방학 때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자.]
“응. 알았다. 방학 잘 보내고 있어.”
[그래. 너도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전화를 끊고 난 뒤 철하는 다시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왠지 오늘 하루는 너무나도 움직이기 귀찮았다. 철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이슬이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바닷가라…. 친구들이랑 가면 재밌겠네. 음…. 그럼 돈이 필요할텐데…. 아르바이트…. 아!’
철하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있는 민아의 편지를 다시 읽었다. 마지막 부분에 분명히 점장님께 추천해준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철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으로 갈 준비를 하였다. 내일부터라도 당장 일을 할 생각이었다.
*
대충 준비를 마친 철하는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편의점을 바라보니 처음 서울에 올라와 민아를 만난 날부터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철하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빨리 적응해야지. 언제까지 슬퍼할 순 없잖아….’
마음을 가다듬은 철하는 편의점 안을 들여다보았다. 평소에 민아가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서 있던 자리에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 있었다. 철하는 아마 저 사람이 점장일거라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저씨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오세요.”
철하는 슬그머니 카운터로 다가가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철하의 인사에 아저씨가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철하는 민아의 이름을 꺼냈다. 그러자 아저씨는 굉장히 반가운 표정을 하였다.
철하는 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민아는 굉장히 일을 열심히 하고 성격도 밝은데다 얼굴까지 이뻐서 손님들도 모두 좋아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알바시간을 특정시간대가 아닌 한 파트 간격으로 쉬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또한 민아가 자신을 아주 착하고 성실한 애라고 적극 추천해줬으니 내일 등본만 띄어오면 바로 일을 시작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점장은 철하에게 오전타임, 오후타임, 야간타임의 셋 중, 하고 싶은 타임을 고르라고 했다. 철하는 여름방학에도 일찍 일어나기는 싫었기에 오후타임을 한다고 하였다. 오후타임은 15시부터 23시까지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날이었다.
점장은 한동안 민아의 얘기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더니, 문득 철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해봤니?”
“아니요….”
“흐음…. 그래 그러면 이틀정도 나와 함께 일하면서 일을 배우도록 하자.”
철하의 여름방학은 그렇게 생애 첫 아르바이트와 함께 시작하였다.
*
다음 날부터 철하는 편의점에 나가 점장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편의점 알바인 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다. 다만 시급이 최저시급보다도 적은 편이었다. 그래도 철하는 일을 배우며 마냥 즐거웠다. 처음 돈을 벌기 위한 일이라 설레기도 했고, 한여름에 펑펑 쐬는 에어컨도 시원했다. 게다가 이곳저곳에 민아와의 추억이 묻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점장은 철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를 팔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저번에도 어떤 알바생이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았다가 걸려서 그 알바생이 고스란히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어리다고 의심이 되기만 하면 무조건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라고 했다. 특히, 고등학생의 방학시즌이 되면 옷차림과 염색으로 분간하기가 힘드니 더욱 주의하라고 강조하였다.
*
금요일…. 이틀 동안 일을 배우고 적응하자 어느새 주말이 다가왔다. 점장은 철하에게 주말동안 배운 것들을 잊어먹지 말고 월요일날 나오라고 했다. 월요일부터는 철하 혼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편의점에서 나오자 초여름밤의 시원함이 철하를 맞이했다. 철하는 자취방으로 걸어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자기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이 이렇게 설레고 재미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편의점에서 일하다보면 왠지 신나는 일도 많을 것 같았다.
대문을 지나 자신의 자취방으로 들어가려던 철하는 주위가 평소와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의 옆방에 누군가 새로 들어온 것 같았다. 자신이 방을 얻을 때부터 굳게 닫혀있던 창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누가 새로 들어왔지…?’
자신의 옆방인데다 방으로 가려면 반드시 앞을 지나가게 되는 곳이기에 철하는 새로 들어온 사람이 궁금해졌다. 슬쩍 다가가 방충망에 얼굴을 바짝 갖다 붙이며 들여다보자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대충 보니 여자의 옷가지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조금 더 안쪽을 바라보니 여자팬티도 보였다.
‘여자가 이사 왔나….’
한참을 살펴보던 중, 철하의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예요?”
철하는 엄청난 죄를 지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 곳엔 한 여자가 네모 낳고 검은색의 작은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철하가 너무 놀라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있자 그 여자는 다시 물었다.
“여기서 뭐 하시는거냐구요.”
약간 날카로운 느낌이 드는 하이톤의 목소리였다. 철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예…. 아…. 저는 옆방 사는 사람인데요…. 아…. 그냥…. 누가 새로 들어왔나 궁금해서…. 아…. 죄송합니다.”
심문하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철하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대학생활을 하며 여자 앞에 서면 벌벌 떨던 자신의 성격이 거의 고쳐지긴 했지만, 훔쳐보던 상황을 들키자 옛날의 버릇이 더욱 심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옆방에 산다는 말에 여자는 그제서야 굳었던 얼굴을 풀었다. 그리고는 생긋 미소를 지으며 꾸벅 인사했다.
“옆방 사시는 분이었군요. 안녕하세요. 강은진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철하라고 합니다….”
갑작스레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이었다. 철하는 조금 진정이 되자 자신을 강은진이라고 소개한 그녀를 살펴보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살짝 웨이브진 검은 머리에,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한 화장에 비해 귀여운 느낌을 주는 얼굴이었다. 옷차림은 하얀색 반팔셔츠, 검은색 롤업팬츠를 입고 있었다. 하얀색의 반팔셔츠는 단추를 두 개나 풀어서인지 무척 섹시한 느낌을 주었다.
키는 이슬이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았지만, 몸매는 약간 통통한 편이었다. 하지만 보기 싫은 느낌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색의 팬츠 밑으로 드러난, 약간 살이 붙은 허벅지가 더욱더 육감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하얀색의 반팔셔츠로 얼핏 비치는 가슴의 윤곽은 그 크기가 꽤 큼을 짐작케 할 수 있었다.
철하가 가만히 있자 은진은 다시 미소로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문으로 들어갔다. 철하는 잠시간서서 그녀가 들어간 방문을 바라보았다.
‘귀엽다…. 내 옆방이라니….’
짙은 화장을 한 얼굴이었지만, 자신보다 어리면 어렸지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혼자 살 정도니까 아마 자신과 같은 나이일 것 같았다. 철하는 자신의 옆방에 귀여운 여자가 들어왔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일요일 밤…. 철하는 내일부터 본격적인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20년 동안 같은 지역에 있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온 철하에게는 유치원때부터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친구였다. 좁은 지역에 사는 시골 사람들은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더욱 친밀해지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20년동안 그런 생활을 해온 철하에게 서울에서의 생활은 설렘의 연속이었다. 매일매일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때마다 느껴지는 떨림과 설렘. 내일 아르바이트는 바로 그 새로운 생활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후후후….”
철하는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혼자 웃었다. 그때였다. 옆방에서 쾅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방에 들어온 것 같았다.
주말동안 생활하면서 철하는 옆방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자, 그동안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여기 자취방은 방음이 잘 되질 않는 다는 것이었다. 옆방 화장실에서 씻고,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등이 또렷이 들려왔다.
덕분에 주말동안 심심했던 철하는 재미난 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화장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 철하는 재빨리 화장실 쪽이 있는 벽에다 귀를 갔다 댔다. 그럼 쪼르르하는 오줌 싸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철하는 금요일 밤 보았던 귀여운 은진이란 여자의 하루생활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기도 하였지만, 자신이 너무 변태가 된 것 같아 금세 그만 두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 같더니 오늘은 늦은 시간에 들어오네…. 에라. 잠이나 자자.’
은진에 대한 신경을 끄고 잠을 청하려던 철하는 갑자기 너무 놀라 상체를 일으켰다. 자신의 귀가 순간 환청을 들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철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조용한 정적속에 시계의 초침 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아흑!”
‘또 들렸어! 이건 실제상황이다!’
여자의 높은 신음소리가 울려퍼진 것이었다. 철하는 아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방으로 이어진 벽에 귀를 바짝 붙였다.
“아흑! 아! 아응!”
“씨…이거…전…레…이네.”
여자의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소리와 잘 들리진 않았지만, 남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철하는 갑자기 너무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옆방이면 금요일 밤 본 그 귀여운 은진이란 여자가 아닌가? 비록 화장이 짙었지만 외모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귀여운 소녀 같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듣던 철하는 재빨리 귀를 뗐다. 머릿속에 점점 이상한 상상이 펼쳐지며 자신의 자지가 미친듯이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옆방의 그 귀여운 여자가 그럴거라는 상상을 하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아! 젠장 뭐야…. 진짜 옆방 여자가 하고 있는건가?’
철하는 자신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조금씩 문지르기 시작했다.
‘안돼!’
철하는 커질대로 커진 자지를 문지르던 손을 재빨리 뺐다. 이런 소리를 들으며 혼자 상상하며 자위하고 싶진 않았다.
철하는 자신의 시디플레이어의 이어폰을 꽂고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자기로 했다. 그러나 철하는 결국 그날 옆집 여자와 섹스하는 꿈을 꾸고 말았다.
*
철하는 자취방으로 들어오는 여름의 햇살을 느끼며 느지막한 시간에 눈을 떴다. 철하의 귀에는 여전히 시디플레이어의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젯밤 자기 직전의 일이 떠올랐다. 한밤중에 옆방에서 들려오던 여자의 신음소리….
‘한번 볼까….’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철하는 자신의 방에서 나와 옆방으로 슬그머니 다가갔다. 여전히 방충망만 제외하고는 유리창문은 열려있었다. 철하는 혹시라도 들킬까하는 마음에 벽에 바짝 붙어서는 슬그머니 안을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옷가지만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또 나갔나 보네…. 그나저나 방 정리는 안하고 사나.’
철하는 어지러이 널려져 있는 옷가지와 속옷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철하는 자신의 전 타임 남학생과 교대하며 녹색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혹시 민아가 입었을지도 모르는 유니폼…. 정말 편의점 곳곳에는 민아와의 추억이 묻어있었다.
철하는 약간 긴장한 마음에 카운터에 꼿꼿이 서서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삼십분, 한시간, 두시간…. 두시간 동안 받은 손님은 담배사러 온 동네 아저씨 한명 뿐이었다. 철하는 괜히 긴장한 자신이 우스워졌다. 동네에 있는 작은 편의점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저녁시간이 될 때쯤, 편의점의 문이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어서오세요.”
몇시간 동안 손님을 받으며 꽤 익숙해진 철하였다. 음료수 코너에서 콜라 한캔을 사서 들고오는 손님을 바라보니 옆방에 사는 강은진이었다. 오늘도 역시 짧은 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철하도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은진은 반가운 듯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기서 일하세요?”
“예….”
“아! 그렇구나. 반가워요. 앞으로 더 자주 뵙겠네요.”
계산을 마치자 그녀는 살짝 인사를 하고는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 안에서 바라보니 집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이제 들어가나보네…. 그나저나 진짜 어제는 그녀가 한건가? 아무리봐도 외모랑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철하는 어제 일을 생각하자 다시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
6월도 이제 중순을 넘기고 있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연락해보니 모두들 바쁘게 사는 것 같았다. 진원이와 지희는 같이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하였다. 이슬이는 동네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힘들어 죽겠다고 철하에게 하소연을 해댔다. 그러면서 보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철하는 뜬금없이 설레며 자신도 보고 싶다고 답해주었다.
옆방에 사는 강은진이란 여자애는 그때 일요일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다. 철하는 역시 그 여자애가 아닐꺼라 생각했다.
철하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순탄했다. 다만 술이나 담배를 사러오는 약간 어려보이는 외모의 손님이 들어오면 꽤 곤란했다. 철하는 점장의 말대로 의심이가면 모두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 손님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어려보이냐며 좋아하며 꺼내드는 손님, 약간 불만을 가진듯하며 조용히 꺼내놓는 손님, 안가지고 왔다며 순순히 물러나는 손님. 그리고 철하가 가장 어려워하는 손님은 마구잡이로 화를 내면서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손님이었다. 하지만 이 손님도 결국엔 포기하고는 돌아서곤 했다. 철하가 보기에는 후자의 두 경우는 십중팔구 미성년자였다.
금요일 밤…. 시계를 바라보니 10시. 1시간 있으면 자신의 파트가 끝날 시간이었다. 철하는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민아처럼 근무시간에 잡지책을 꺼내 여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어김없이 잡지책을 꺼내 읽고 있는데 딸랑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손님 한명이 들어왔다.
“어? 일하던 언니 바뀌었네. 디쁠 네 갑 주세요.”
한 여자가 들어오며 그렇게 말하고는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 놓았다. 말투를 보니 전에 민아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 단골이었던 손님 같았다. 철하가 만원권을 꺼내 놓은 여자를 바라보자 굉장히 낯익은 느낌이 드는 얼굴이었다.
여자는 등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에, 꽉 끼는 아이보리색의 나시티를 입고 있었다. 가슴이 꽤 큼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가늘고 배에 전혀 군살이 없었다. 게다가 아래에는 하얀색의 초미니스커트를 입었는데 계단을 올라갈 때 바로 뒤에서도 팬티가 보일 것만 같았다.
얼굴은 짙은 화장을 한, 이슬이를 약간 닮은 여우 같은 눈….
순간 철하의 머릿속에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주일전 자신을 변태와 원조교제하는 사람으로 취급했던….
번쩍 생각이 든 철하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때 그 얼굴이다….
‘이름이 효린이었던가….’
효린은 철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자신도 조용히 마주 보고 있었다. 여우같은 눈이 고등학생답지 않은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다. 아마도 철하를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이잖아…. 아는체 하면 그때 그 변태라고 떠올릴테니 그냥 모른체 하자.’
“저기…. 죄송하지만 주민등록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철하의 말에 효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작은 핸드백을 슬쩍 뒤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 이런. 안가지고 왔네요. 그냥 주세요. 저 83년생이예요.”
‘내가 83년생이다 임마! 그리고 83년생이 민아한테 언니라고 하냐!’
표정하나 변화 없이 거짓말을 하는 효린을 보며 철하는 속으로 욕을 해댔다. 그러나 겉으로는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아…. 죄송하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팔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살짝 허리까지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철하를 보며 효린은 순간 당황해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효린은 이내 본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오고는, 계속해서 자기는 83년생이라고 우기며 담배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철하는 그때마다 공손히 답해주었다.
효린은 점점 화가 났지만, 철하의 태도가 워낙 공손해서 세게 밀어 붙일 수가 없었다. 평소 효린은 이런 상황에서 알바생들과 대판 싸우고 나오곤 했다. 자신이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하면 모든 알바생들은 싸가지 없는 말투로 돌변하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우기던 중, 효린도 포기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예. 진짜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85년생이거든요. 근데, 여기 전에 알바하던 언니는 알면서도 담배 줬어요. 너네 다 이해한다면서….”
효린의 말에 철하는 순간 당황했다. 자신의 나이를 순순히 밝히면서까지 담배를 사려하다니…. 게다가 지금 말하는 언니란 사람은 민아 같았다.
“혹시 민아 말하는 거예요?”
“와! 민아 언니 알아요? 그럼 됐네요. 얼른 줘요!”
철하가 민아의 이름을 말하자 효린은 굉장히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카운터에 올려놓은 만원을 철하쪽으로 밀었다.
철하는 순간적으로 고민되었다. 민아의 이름을 알고 서슴없이 언니라고 부르는걸 보니, 민아가 꽤 잘해준 것 같았다. 담배를 줄까도 생각하였지만 왠지 무서웠다. 나중에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자신이 다 물어야 하지 않는가…. 게다가 저번에 효린에게 변태 취급 당했던 일을 떠올리니 결국 주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죄송합니다…. 이거 걸리면 제가 다 벌금 물어야 되요. 죄송해요.”
철하는 자신의 사정을 순순히 밝히고는 양해를 구했다. 민아는 다시 몇 번이나 떼를 써보았지만 철하는 계속해서 공손하게 거부하였다.
결국 효린은 포기한 듯 만원짜리를 지갑에 집어넣었다.
“아씨, 짜증나! 요즘에 뚫은 곳 여기 밖에 없는데! 어디서 사!”
효린은 지갑에 돈을 넣으면서 투덜거렸다. 그녀의 예쁘게 다듬은 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리고는 철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음….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오빠 되게 착하네요? 다른 곳 알바생들은 존나 싸가지 없게 구는데…. 오빠는 역시 민아언니 친구라 다른 것 같아요. 겁은 좀 많은 것 같지만. 히히.”
효린이 계속해서 민아를 아는체하자, 문득 민아의 얘기가 궁금해졌다.
“민아 잘 알아요?”
철하는 계속해서 존댓말을 했다. 아무리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걸 알아도 오늘 처음보는 사람에게 말을 놓기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철하의 순박하고 착한 성품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효린은 그것을 보고는 깔깔 웃었다.
“오빠 진짜 센스 없다…. 그냥 말 놔요. 민아언니랑 동갑인데 왠 존댓말?”
“응….”
효린의 말에 철하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철하를 보며 효린은 웃으며 민아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민아언니 최고 좋아해요! 얼마나 착한데요. 제가 민증 없었는데도 너네 다 이해한다면서 순순히 담배도 주고, 술도 주고. 히히. 진짜 좋았는데…. 얼짱이지, 몸매도 환상이지….”
“얼짱…?”
“민아언니 친구라면서 그것도 몰라요? 민아언니 이 근방에서 짱 유명하잖아요. 남자애들한테 인기 존나 많은데…. 근데 언니는 어디 갔어요? 그만뒀어요?”
“아…. 민아 이사갔어.”
민아가 이사 갔다는 말에 효린은 눈썹을 찡그리며 볼을 부풀렸다. 섹시한 눈매도 비슷했지만 버릇도 이슬이와 비슷했다.
“아씨…. 민아언니 짱 좋았는데….”
철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굉장히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욕 잘하고, 짙은 화장에 야한 옷, 게다가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싸가지 없는 것 같았지만 이제 보니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본성은 꽤 착한 것 같았다. 겉으로 아무리 어른티를 내려 해도 역시 여고생은 여고생이었던 것이다.
철하가 아무 말이 없자 효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
“응? 나? 난 김철하….”
“아. 전 김효린이라고 해요. 저쪽에 있는 청의여상 다녀요.”
철하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를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 오빠 진짜 착하다. 앞으로 종종 놀러와도 되죠?”
“그, 그래….”
철하의 말에 효린은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럼 다음에 봐요!”
효린이 나가자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편의점안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음악소리만이 들렸다. 철하는 소란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이 다 없었다. 처음에 버스에서 봤던 나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예쁘네….’
철하는 효린의 모델같이 늘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을 떠올리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렸다. 그러다가 아까 효린과 나눴던 민아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얼짱이라고….’
분명히 이 근방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남자애들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했다. 하긴 민아처럼 예쁘고, 환상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애가 유명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 그냥 들어왔다 나가는 남자 고등학생들이 꽤 있었다. 처음에는 살 물건이 없어서 그냥 나가나보다 생각했는데, 효린의 말을 들어보니 민아가 없어서 그냥 나가는 거였다.
철하는 괜스레 기분이 울적해졌다. 민아에 대한 흔적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묻어 있었다.
#11. 옆 집 여자, 그리고 당돌한 여고생
철하는 다음날도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자취방문을 나섰다. 생각대로 크게 힘들지도 않고 즐거웠다.
즐겁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문을 지나려 할 때, 옆방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단속도 안하고 다니나….’
철하는 그냥 슬쩍보고 지나치려 했지만, 왕성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다. 방충망에 얼굴을 바짝 갖다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자 변함없이 지저분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한가지가 있었다. 바로 속옷차림으로 잠을 자고 있는 은진이었다.
“헉….”
철하는 자신도 모르게 방충망에서 눈을 뗐다. 심장박동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오늘은 안 나갔네?’
철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성이 호기심과 욕구를 이기지 못했다. 은진은 팬티와 브래지어만 입은 채,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두 팔은 머리위로 들어 올려져서 겨드랑이가 다 보이고, 두 다리는 살짝 벌어진 상태였다. 흰색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팬티가 꽤 야했다. 여름이라 그런지 몰라도 보지부분을 간신히 가리는 작은 천조각을 제외하고는 모두 망사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거뭇거뭇한 털들도 얼핏 눈에 들어왔다.
철하는 정말 만화책에서 보던 대로 코피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훔쳐보기의 재미와 자극이 이렇게 강렬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시계를 보니 이제 가야할 시간이었다. 철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편의점으로 향했다. 철하는 편의점 일을 하는 내내 머릿속엔 은진의 하얀 살결과 거뭇거뭇한 보지털들이 뇌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3시간 정도 있으면 자신의 파트가 끝나는 시간이었다. 그때 편의점 문이 짤랑거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길고 검은 머리를 뒤로 넘겨 질끈 묶은, 효린이었다. 효린을 처음 봤던 날 본 섹시한 교복차림이었다. 물론 질질끌고 다니는 슬리퍼는 빼고 말이다.
효린은 다짜고짜 카운터로 다가오며 말했다.
“디쁠 주세요!”
철하는 잠시 당황한 듯 효린을 바라보았다.
“…안 판다니까.”
“헤헤. 장난이예요. 오늘 다른데 뚫었어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효린을 바라보며, 철하는 뭔 소린지 몰랐지만 그냥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앞머리를 다 올려서 뒤로 질끈 묶은 효린은 이마가 굉장히 예쁘게 생겼다. 사복 입을 때는 긴머리를 풀어 내려서 어른스럽게 보이려는 모양이었다.
철하는 효린에게 딱히 할 말이 없자 교복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아직 방학 안했니?”
“우리 학교는 7월 중순에 한데요. 아씨! 빨리 했으면 좋겠는데….”
효린은 천천히 편의점을 돌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철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왜 아직 집에 안가고 교복 차림이야?”
“아 친구들이랑 놀다가 이제 집에 가던 길이예요…. 잠깐 들렸어요. 오빠 얼굴 보려고! 히히.”
효린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허리를 숙이고는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철하는 그녀의 짧은치마가 딸려 올라가며 하얀 허벅지가 드러나자 깜짝 놀랐다.
잠시 말문이 막힌 철하는 효린의 길고 가느다란 다리를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그때 효린이 무언가를 들고 철하에게 가지고 왔다.
“이거 얼마예요?”
효린이 가져온 물건을 보니 조그만 검은색 상자였다. 녹색의 동그란 원이 그려져 있었고 일본어로 뭐라뭐라 써있었다.
‘이게 뭐지?’
철하는 사람들이 한번도 사가지 않은 물건인지라 바코드에 찍어보았다. 삑소리와 함께 기계를 바라보니 [야광콘돔 - 8500원] 이라고 적혀있었다.
‘코, 콘돔?’
그러고 보니 철하는 지금껏 두 번의 섹스를 했지만 한번도 콘돔을 사용해 본적이 없었다. 지하철화장실에서 파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철하는 너무 놀라 콘돔과 효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철하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들어나 있었다.
효린은 그런 철하를 보며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다시 질문했다.
“얼마냐구요?”
효린의 짓궂은 질문에 철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으, 응?. 8500원….”
효린은 상자를 바라보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와! 존나 비싸다! 지하철에선 하나에 500원밖에 안하던데….”
효린은 콘돔상자를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놓았다. 철하는 간신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왠지 예쁜 여고생과 이런 대화를 나누니 꽤나 흥분이 되었다.
편의점을 한 바퀴 둘러본 효린은 다시 카운터로 돌아왔다.
“오빠는 어디 살아요?”
“나? 난 여기 앞에서 자취해….”
자취라는 말에 효린은 카운터에 두 손을 올려놓으며 바짝 다가왔다.
“와! 짱 부럽다. 저 다음에 놀러가도 되죠?”
“뭐? 너가 왜 놀러와!”
철하는 너무나도 당돌한 효린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러나 효린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애교까지 떨며 우겨댔다. 결국 철하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효린은 펄쩍 펄쩍 뛰며 좋아했고 철하의 핸드폰번호를 알아갔다.
“히히! 요번 주 토요일날 밤에 놀러갈게요!”
효린은 신나게 떠들며 철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갔다.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효린이 나가자 편의점에는 다시한번 조용한 음악소리만이 흘렀다. 철하는 효린과 한번 대화하고 나면 정신이 다 없어졌다. 효린의 목소리는 하이톤에 사람을 정신없게 만드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후우…. 이번 주 토요일이라….’
철하는 당돌한 효린을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
철하는 오랜만에 자신의 방을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청소를 하면서도 철하는 자신에 대해 꽤나 어이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 밤에 효린이 놀러온다는 생각에 열심히 방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자신도 속으로 꽤나 기대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자 효린에게 문자가 왔다. 이따 밤 9시에 편의점 앞으로 올 테니 데리러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철하는 효린의 문자를 받자 왠지 심장이 두근거리며 밤 9시가 오기를 기대했다.
편의점이 바로 앞이었기에, 철하는 9시 정각에 자취방을 나섰다. 옆방을 얼핏 보니 불이 안켜진게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다. 토요일 밤이라 어디선가 신나게 놀고 있는 것 같았다.
편의점 앞에 도착하자 여자 3명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한명은 효린이었고, 나머지는 약간 낯익은 얼굴인걸로 보아 저번에 버스에서 만났던 여고생 같았다. 셋 다 진한 화장에 노출이 심한 사복차림이었는데, 다들 늘씬하고 예뻐서 남자애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을 것 같은 무리였다.
철하는 효린이 혼자가 아니라 친구 두명과 함께 오자 약간 실망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미친놈…. 넌 뭘 기대하고 있었던 거냐….’
철하가 나타나자 여고생 3명은 난리가 났다. 철하는 앞장서서 자신의 자취방으로 여고생 3명을 끌어들였다. 자취방으로 가면서도 자신의 꼴이 꽤나 우스웠다. 남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3명이나 되는 여고생을 줄줄이 데리고 들어가다니…. 남들이 보면 미친놈, 또는 부러운 놈 소리 듣기 딱 좋았다.
자취방에 들어가자 여고생 3명은 마음대로 자리를 잡으며 앉았다. 그리고는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와. 씨발. 존나 부럽다! 나도 졸업하면 혼자 살게 해달라고 해야지!”
“미친년. 니가 혼자 살아봤자 맨날 남자만 끌어들이지….”
“아. 욕 좀 하지 마! 미친것들아!”
효린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는 여고생 두명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철하는 정신이 다 없었다. 어색하게 구석에 서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를 크게 부풀린 여고생 한명이 냉장고를 열었다. 물론 제대로 된 게 있을리 없었다.
“에이…. 뭐야. 아무것도 없네.”
그때 효린이 철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효린은 오늘 역시 긴 검은 머리를 풀어 내렸고, 배꼽이 드러나는 검은색의 끈나시와,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었다. 효린은 철하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오빠! 우리 술 사줘요!”
효린의 말에 나머지 여고생 둘이 소리를 질러댔다.
“꺅! 술 사줘요!”
“술! 술!”
철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려 했으나, 여고생 세 명을 바라보니 자기가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여고생 세명에게 떠밀려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편의점 가서 술을 사오라는 것이었다.
‘으…. 뭐 저런 것들이…. 후우…. 뭐 나도 고등학교 때 술은 많이 마셨으니까….’
철하는 할 수없이 편의점에 가서 소주 4병과 안주를 사왔다. 그러나 다시한번 편의점에 갔다 와야만 했다. 소주가 적다는 이유였다. 결국 철하는 6병을 더 사와야 했다.
다시 소주 6병이 든 봉지를 들고 자신의 자취방문을 열려는 순간, 자신의 방안에서 여자의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철하는 깜짝 놀라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 곳에서는 여고생 3명이 컴퓨터 주위에 둘러 앉아 AV를 감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볼륨도 엄청 키워놓고 말이다.
“야! 이것들이!”
철하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마우스를 뺏어 AV를 껐다. 그러나 여고생들은 예상외로 별 난리를 치지 않고는 다시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철하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난리치면서 놀려대야 정상이 아닌가? 그러나 여고생들은 당연한 걸 봤다는 듯 자리에 앉으며 철하가 사온 안주를 세팅하고 있었다.
철하는 도저히 자신이 여고생들에게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
여고생들은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잘도 마셔댔다. 게다가 담배도 꺼내 피려고 했다. 깜짝놀란 철하는 야단치기도 뭐하고 해서, 담배는 나가서 피우라며 부탁했다. 여고생들은 투덜대긴 했지만 순순히 나가서 피우고 왔다. 효린도 담배를 들고 두번이나 나갔다 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철하는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예쁘고 늘씬한 여고생 3명에게 둘러 쌓여 술을 마시는데다가 셋의 옷차림이 너무 노출이 심했기 때문이다. 셋 다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다리를 모으고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팬티가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효린은 철하의 옆에 바짝 붙어 신나게 웃어대며 술을 마셨다. 이를 본 여고생중 한명이 효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김효린. 완전 뻑갔네….”
“그러게. 그 수많은 잘생긴 남자애들 마다하고 왜 이 오빠에게 들러 붙는건지….”
면전에서 무시를 당하는 철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참기로 했다. 그러나 슬며시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효린이 남자친구 없어?”
철하가 묻자 여자애들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철하는 그녀들의 표정에서 너 같은 놈이 효린에게 관심을 보이는게 짜증난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우와…. 진짜 이 오빠도 관심 있나보네?”
“얘 인기 존나 많은데 남자애들을 쳐다도 안 봐요. 사귀는 남자는 없어요. 노는 남자는 많아도…. 킥킥.”
여고생들이 지들끼리 말하며 킥킥 웃어댔다. 그러자 효린이 화를 버럭냈다.
“이년들이 조용히 안해?”
효린이 화를 내자 잠깐 조용해졌다. 철하는 저번에 분명히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여고생들이 그냥 떠들어댄 것임을 알리가 없었다.
그때 한 여고생이 철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오빠…. 혹시 저 몰라요? 어디서 본거 같은데….”
그러자 옆에 있던 여고생도 거들었다.
“그치? 그치?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 어디서 본거 같아….”
철하는 속으로 뜨끔했다. 저번에 버스에서 본 얼굴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때 효린이 소리를 질렀다.
“야 이년들아. 우리 오빠한테 관심보이면 다 죽을 줄 알어!”
“미친년…. 줘도 안가져!”
철하는 자신의 끓는 속을 진정시키느라 꽤나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
여고생들의 주량은 엄청났다. 편의점에 가서 소주와 안주를 더 사오고 난 뒤에야 술자리가 끝날 수 있었다.
철하는 자신의 방에 널려있는 쓰레기와 소주병을 구석으로 치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철하에게는 쓰레기보다도 세 명의 여고생이 문제였다. 세 명의 여고생은 완전히 만취였다. 정말 방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쓰러져 뒹굴고 있었다. 다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는데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했다.
철하는 효린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의 끈나시를 입고 배꼽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게다가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살짝 벌리고 자니 그녀의 팬티가 훤히 보였다. 호피무늬 팬티….
이제 여고생들의 팬티를 보는데에는 꽤 익숙해져있는 철하였지만 그녀의 팬티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고생이 저런 야한 팬티를 입다니….
방안의 풍경은 정말 어떤 남자가 서 있더라도 덮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철하는 슬슬 자신의 자지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옆방에서 쾅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정적속에 갑자기 울린 소리라 철하는 나쁜 짓이라도 한 것처럼 크게 놀랐다.
‘이제 들어왔나 보네….’
철하는 이불을 가지고 여고생들을 덮어주려다가 이불이 하나밖에 없음을 깨닫고는 고민했다. 여고생들을 한 곳으로 눕히면 될 것 같기도 하였지만 어딜 만져도 맨살이 잡힐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흥분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를 것 같았다.
‘쳇…. 할 수 없지….’
철하는 앙증맞게 생긴 하얀 배꼽을 드러내며 정신없이 자고 있는 효린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나머지 여고생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얘들아. 너희들은 나 싫어하니까 어쩔 수 없지. 킥킥”
철하는 혼자 조용히 웃고는 자신도 구석에서 자려고 누웠다.
“아!”
순간적으로 들려온 소리에 철하는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시 들려오는 신음소리….
“아! 아! 아앙!”
여자의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소리…. 결코 컴퓨터에서 나오는 사운드 따위가 아니었다. 분명히 옆방에서 들려오는 실제 신음소리였다.
‘또 시작했어!’
벽 너머로 여성의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두근두근…. 철하의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확인해봐야겠어…. 정말 강은진, 그 여자인지….’
철하는 자신의 자취방문을 조심스레 나섰다. 혹시나 소리가 날까 문 여닫는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옆방으로 다가가자 신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창문을 열어 놓고 하는 것 같았다.
철하는 벽에 바짝 붙어 살며시 안을 들여다보았다. 밝은 형광등 불빛 아래 드러난 방안에는 매트리스에 올라 뒹굴고 있는 두 남녀가 보였다. 남자는 당연히 모르는 남자였다. 그리고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팔과 다리로 사내를 매달리다시피 꼭 끌어안고 미친 듯이 하얀 엉덩이를 들썩 거리는 그녀…. 얼핏 보이는 얼굴형태와 머리스타일로보아 은진이 분명했다.
철하는 너무 놀라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귀여운 얼굴로 순진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남자를 끌어들여 뒹굴고 있다니….
“아흑…! 아! 아! 더 세게 박아줘! 아흑! 좋아!”
“헉, 헉. 내가 오늘 여자는 잘 골랐지…. 이 씨발년 완전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 하고 앉아있더니 완전 걸레였잖아? 어흑. 씨발. 허리 존나 잘 돌리네. 지 자취방으로 끌어들일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남자는 미친듯이 은진의 보지에 박아대고 있었다. 은진의 보지에서 질퍽거리며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은진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자지러지는 듯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엄청나게 야한 신음소리였다. 한참을 거칠게 박아대던 남자가 자신의 자지를 은진의 보지에서 뽑았다. 벌어진 은진의 보지에서 물이 튀었다.
남자는 자신의 자지를 은진의 입으로 가져갔다.
“나올 것 같으니까 빨리 빨아!”
은진은 자신의 보지물로 범벅이 된 남자의 자지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입으로 빨아대기 시작했다.
“하아, 아흑…. 하아.”
은진은 거친 신음소리를 내며 남자의 자지를 빨면서도 한손으로는 자신의 보지를 미친듯이 문질렀다. 야한 소리를 내며 한참을 빨던 은진의 입과 손놀림이 멈췄다. 동시에 남자도 약간의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은진의 입에 사정하는 것 같았다. 은진의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무언가가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곧 남자의 몸이 은진에게서 떨어졌다. 철하는 재빨리 벽 뒤로 몸을 숨겼다.
“헉, 헉…. 야 너 진짜 죽인다.”
남자가 부스럭대며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렸다. 철하는 더 이상 여기 있다가는 들킬 것 같아서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철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이미 자지는 커질대로 커져서 축축해져 있었다.
자신이 평소에 본 은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엄청나게 야한 섹스를 즐기는 여자애였다. 게다가 대화를 들어보니 남자친구도 아니고 나이트 같은 곳에서 만나서 데리고 온 남자 같았다. 그럼 저번 남자와는 다른 남자란 이야기가 된다….
철하는 방금 전 남자의 자지를 빨면서도 자신의 보지를 문지르던 은진의 손이 떠올랐다. 벌어질대로 벌어져 축축한 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시커먼 보지를 거칠게 문지르던 은진의 하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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