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패러디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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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패러디 1편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레홀 안에서 작업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모텔 안에(거기도 모텔밖은 아니지만)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에게 오선생을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하여 행여나 건수가 있을까 하고 게시판에서 어정어정하며 글쓰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말투로 이빨을 털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여자회원이 동광모텔(東光Motel)에서 주기로 되었다.
첫 번에 삼십 분, 둘째 번에 오십 분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여자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개인 연락처와 카톡, 또는 훗날을 기약하는 대화가 오고갈 제 거의 좆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분이라는 시간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게시판에 가서 후기를 쓸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불감이던 섹파에게 연마한 테크닉 자랑을 할 수 있음이다.
그의 섹파가 불감으로 수절한지에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좆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최음제 한 첩 써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삽입을 하는 놈에게 사정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빨리 싼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섹파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반듯이 세워 가지고 일어나기는커녕 새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불감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오랄을 하다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콘돔 한 박스와 십 전 짜리 러브젤 한 통을 사다 주었더니 김첨지의 말에 의하면, 오라질년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딜도에 씌우고 쑤셨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닿지 않아 채 서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년이 핸드잡은 고만두고 입으로 움켜쥐고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볼이 홀쪽해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빨아대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 하고 눈을 홉뜨고 지랄을 하였다. 그때 김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년,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 못 해서 병, 먹어서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불감인 섹파의 다리 사이를 한 번 핥아내렸다. 홉뜬 구멍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첨지의 아랫도리도 뜨끈뜨끈하였다.
섹파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정액이 마시고 싶다고 김첨지를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좆밥도 못 먹는 년이 좆물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싸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입사를 해 줄 수도 있다. 앓는 섹파 다리 사이에 붙어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그곳의 애칭)에게 오선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팔십 분을 손에 쥔 김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타액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정성스럽게 포장된 모텔 수건으로 닦으며, 그 모텔 문을 돌아 나올 때였다. 폰에서 "김첨지!"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레홀의 여자 회원인 줄 김첨지는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회원은 다짜고짜로,
"남대문 모텔에서 얼마나 할래요?"
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근처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주말을 이용하여 원나잇을 하려 함이로다. 오늘 하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욕구도 쌓이고 해서 어찌 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첨지를 보고 말을 걸었음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왜 인증샷을 보내며, 비록 '사진빨' 일망정 알몸 프로필 사진으로 유혹하며 김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남대문 모텔에서 말씀입니까?"
하고, 김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산도 없이 그 모텔에서 칠벅거리고 있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섹파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섹파는 그 뼈만 남은 가슴에 유월의 샘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에다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 있어요. 내가 이렇게 하고픈데……."
하고 모기 소리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래도 김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느끼게 할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섹파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찍이 들어와요."
하고 아쉬운 소리가 뒤를 따랐다.
모텔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섹파의 얼굴이 김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대문 모텔에서 얼마나 할 거란 말이요?"
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전희할 곳이 열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한 시간 오십분 정도만 합시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시간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시간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떡 칠 용기가 섹파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안으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한 시간 오십분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샤워시간까지 치면 애무부터 삽입까지 삼십 분이 넘는답니다.또 이런 진날에는 좀더 해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작업남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해달라는 대로 해줄 터이니 빨리 해요."
관대한 어린 회원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기숙사로 갔다
그 학생과 방에 들어온 김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피스톤 운동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허리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박는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가는 듯하였다. 습기찬 공기에 축축하게 젖어 미끄럽기도 하였다.
이윽고 박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섹파 생각에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하고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섹파의 움쑥 들어간 가슴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려보는 듯하였다. 그러자 축축하게 젖어드는 개똥이의 찔걱거리는 소리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
"왜 이러우? 오선생 놓치겠구먼."
하고, 박힌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려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첨지는 가슴을 쥔 채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엉거주춤 멈춰 있지 않은가.
"예, 예"
하고 김첨지는 또다시 박음질하였다. 사정이 차차 멀어갈수록 김첨지의 허리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겨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오르가즘까지 끌어다 주고 그 깜짝 놀란 한 시간 오십 분을 정말 제 손으로 연마함에 말마따나 십분이나 되는 시간을 비를 맞아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 먹은 듯이 고마웠다. 카사노바나 된 듯이 기뻤다. 제 조카뻘밖에 안 되는 어린 회원에게 몇번 허리를 굽히며,
"안녕히 다녀갑시요."
라고, 깎듯이 재우쳤다.
그러나 정액을 다 싸버려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 밖이었다. 섹스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한 시간 오십 분이란 시간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실히 느끼었다. 모텔방을 떠나는 그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이 비를 맞으며 빈 부랄을 털털거리고 돌아를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비가 왜 남의 상판을 딱딱 때려!"
그는 몹시 홧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돌며 쪽지 오기를 기다리면 또 떡을 치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 한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지만 다른 레홀 작업꾼의 등살이 무서워 단톡 앞에 섰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단톡을 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섹파 구하는 다니는 사람과 익게 틈에 작업글 세워 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얼마만에 떡밥을 물고 수십 명이나 되는 회원이 답글을 달았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던 김첨지의 눈에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직업여성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사진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에게 쪽지로 다가들었다.
"아씨, 섹스 아니 하시랍시요?"
그 여학생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때깔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김첨지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김첨지는 구경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호빠 애들보담 아주 싸게 해 드리겠습니다. 댁이 어디신가요?"
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틱톡아이디를 물어보려고 쪽지를 보냈다.
"왜 이래? 남 귀찮게."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첨지는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쪽지가 왔다. 김첨지는 원망스럽게 쪽지 보낸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감을 틀리지 않았다. 쪽지가 빡빡하게 밀려오기 시작하였을 제 타고 남은 쪽지 하나가 있었다. 굉장하게 큰 가슴을 들고 있는 걸 보면 아마 가슴이 너무 크다 하여 남친에게 단물만 빨린 눈치였다. 김첨지는 대어 섰다.
"섹스를 하시랍시요."
한동안 모텔비로 실랑이를 하다가 더치페이로 인사동에서 섹스해 주기로 하였다. 자지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고 그리고 또 허리가 가벼워져서 자지는 다시금 무거워졌는데, 이번에는 마음조차 초조해온다. 섹파의 광경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어 이젠 사정을 바랄 여유도 없었다. 나무 등걸이나 무엇만 같고 제 것 같지도 않은 자지를 연해 꾸짖으며 갈팡질팡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저놈의 작업꾼이 저렇게 하체가 부실해 가지고 이 진 구멍에 어찌 좆질을 하고, 후기를 보는 레홀 사람이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삽입은 황급하였다. 흐리고 비오는 하늘은 어둠침침한 게 벌써 황혼에 가까운 듯하다. 오르가즘 앞까지 다다라서야 그는 턱에 닿는 숨을 돌리고 걸음도 늦추잡았다. 한 삽입 두 삽입 사정이 가까워올수록 그의 마음은 괴상하게 누그러졌다. 그런데 이 누그러짐은 안심에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이 박두한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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