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공식적인 ㅊ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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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공식적인 ㅊ경험
어떠한 행위를 표현하는 말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ㅇㅇ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이다. 그렇다. 섹스야말로 이 문장에 가장 적합하지 않겠는가?
당신은 첫 경험으로 만족했는가?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지금부터 이어질 글은 필자의 두 번째 경험 이야기이다. 읽다가 이불을 박차며 손발을 오글거릴 준비가 되어있다면 좋겠다.
때는 2006년 여름. 스무 살 대학교 새내기였을 때다. 나에게 20살이란 참으로 중요한 시기였다. 억눌려있던 10대와 작별하고 ‘성인’이라는 자유를 당당히 누렸지만, 기대하던 환상적인 ‘성인’으로서의 생활은 어디에도 없음에 좌절했던… 나는 그 당시 나름대로 ‘쓰레기’였다. 왜냐고? 스무 살 주제에 만나던 여자가 3명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같은 학교 안에서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독자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나의 두 번째 경험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이 3명 중에 한 명이었다. 입학 후 같은 과 내에서 CC 1호를 달성한 나는 ㅡ사실 그것이 첫 연애였고 딱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ㅡ 지고지순한 사랑과는 본능적으로 거리가 멀었고, 오는 여자 마다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 그런 전형적인 바람둥이였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여자가 더 꼬일 것이라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첫 연애를 한 달 만에 강제 종료 당하고 난 뒤에, 몇 번의 소개팅과 과팅, 그리고 헌팅을 통해서 알게 된 같은 학교 학생 3명과 소위 말하는 ‘썸’을 타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비밀은 그 3명의 여자에게는 모두 남자친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나와의 만남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말이다. 이 정도면 대학 시절에 여자친구와 남자 문제로 헤어진 경험이 있는 남자들의 욕지거리가 나올 것도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은 결혼 전 평균 6명의 이성을 만난다는데 사실 그 말의 속 뜻은… 나 같은 남자가 결혼 전 30명씩 마구 만나고 대부분은 못 만난다는 뜻이거든.
아무튼 나는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던 3명을 상대로 항상 쿨한 척, 관심 없는 척하며, 조금씩 조금씩 진도를 나가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지만 키스 이상의 스킨십은 결코 얻어낼 수가 없었다. 그녀들과 내가 다니던 학교가 소위 ‘양아치’ 혹은 ‘노는 애들’이 올 수 없던 나름대로 4년제 대학이었고, 불과 6개월 전까지 수능에 목매달던 그녀들에게, ‘키스’는 로망이지만 ‘섹스’는 딴 세상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ㅡ드디어 본론이다ㅡ 첫 경험이라고는 성인이 된 후에 친구와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안마방을 한번 다녀온 것이 다였던 나로서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이 터졌다. 그녀들과 이어지던 8개월간의 만남에도 열지 못했던 '섹스' 라는 자물쇠를 풀어낸 것이었다.
1학년 2학기, 슬슬 군대의 압박이 다가오던 때, 나는 당당하게 휴학원을 내버리고 ‘빠른 입영’을 신청했고 갑작스레 한 달 반 뒤인 11월 초에 입대가 확정되었다. 그때부터 남자 동기들과의 술자리가 하루에도 서너번씩 이어졌고 자연스레 그녀들과의 연락이 뜸해지게 되었다. 나로서도 군대 가면 다 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군대는 이제 와서 하는 변명이고,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가던 그녀들에게 질렸기 때문이라고 기억한다. 그렇게 그녀들과는 뜸하게 안부만 물으며 하루하루 입대 일이 다가왔다. 밤바람이 차가워지던 10월 말 새벽 2시. 나는 대학로의 술집에서 어김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돌연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3명 중에 그나마 나를 가장 좋아했던 한 명이었다.
-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단답으로 알았다고 문자를 보내놓고는 또 이어지는 술자리. 너무나 어리석었던 나는 그때까지도 이 여자가 나를 정.말.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또 문자가 왔다.
- 집엔 언제 갈 거야?
입대를 일주일 남겨둔 나에겐 취해있는 시간조차 아까웠지만, 동기들은 이미 술이 떡이 되어가는 차였고 나는 때마침 연락 온 그녀에게 지금 나올 수 있느냐는 문자를 보냈다. 나와의 데이트 때마다 매번 통금이 있다며 밤 열두 시도 되기 전에 신데렐라처럼 헤어졌던 그녀지만 웬걸, 그녀가 쉽게 오케이하며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떠나는 나를 향해 소주 냄새 풀풀 풍기며 욕하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나는 택시를 탔고,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묘한 이질감과 기분 좋은 예감에 가슴이 두근대고 있었다. 약속장소는 그녀의 집 근처 술집이었고, 그녀는 먼저 나와서 나를 기다리다가 내가 도착하자, 약간은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고 나는 갑작스레 취기가 올랐다. 원래 술이 약했던 그녀는 금새 얼굴이 발그레해져서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취하면 그만 좀 마셔 바보야.”
그래 그만 마셔야지, 오늘 ‘거사’를 치르려면. 그날만은 정말로 그녀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기가 너무나 싫었다. 하지만 나에겐 용기가 없었고 집에 바래다준다고 말하며 술집을 빠져 나왔다. 머릿속에 정말로 수많은 생각이 소용돌이쳤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그녀를 집에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의 집을 향해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마음을 굳혔다. 생각은 많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짧았다.
"좀 더 같이 있고 싶다."
그녀가 내 말뜻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들려오는 대답.
"나도…"
평소와 다르게, 깊고 진한 여운이 남는 대답이었다. 나는 이 애매모호한 대답이 그녀가 나에게 몸을 허락한 것이라고 믿었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정답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여자와 모텔을 가본 적도 없었고 그녀와 손잡고 모텔 안으로 들어갈 자신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던 DVD방ㅡ이전에도 그녀와 두 번 가서 두 번 다 영화만 보고 나왔던ㅡ 으로 향했다.
이미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이 그녀와의 섹스뿐이라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서 괜스레 보지도 않을 영화를 고르는데 부단히 애를 썼다. 술에 취한 두 남녀가 어둡고 좁은 방안에서 소파 몇 개를 이어 붙인 허름한 침대 위에서 한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고 영화가 시작된 지 삼십 분쯤 지났을까. 심호흡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남자답게 확 덮쳐버릴까, 키스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내려볼까, 아니지 거부하면 어떡하지, 아니면 좀 더 가까이 가서 끌어안고 영화를 좀 더 보다가…’ 하지만 그런 내 생각들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나에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영화만 보던 그녀가 어느새 나를 끌어안고는 고개를 치켜들고서 내 눈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눈이 감김과 동시에 키스가 시작되었고 나는 수많은 야동에서 섭렵한 지식이 실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으며 그녀의 옷을 힘겹게 벗겨나갔다. 처음으로 만져보는 그녀의 살결, 내 손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곳에 닿은 손끝에 느껴오는 그녀의 떨림. 나보다도 더 어설퍼 보이는 그녀의 몸짓이 내 마음 한편을 아프게 했지만, 그녀의 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고 고통에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그녀의 신음소리는 내 혼을 빼놓기 충분했다.
고작 10 분 정도 흘렀던가. 정사의 끝은 너무나 빨리 찾아왔고, 아무것도 모르는 두 청춘은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ㅡ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ㅡ ‘해냈다’ 였고,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군을 처치한 장군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녀와 안고 있는 중에도 벌써부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스무 살에 공식적인 첫 섹스를ㅡ안마방은 비공식ㅡ 이뤄낸 것이었다.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후회할만한 짓을 했더라도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황량했던 내 삶에 뿌려놓은 경험의 씨앗들은 현재의 나를 울창한 숲으로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섹스에 대한 환상을 깨트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젊은 날의 경험들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바로 ‘사랑 없는 섹스는 마약과 같다’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외부의 유혹을 견뎌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서 달콤한 섹스를 (자주) 즐기며 바람직하게 도덕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움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남자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다음 글을 또 연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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