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너머로 17부
기억너머로 17부
작은엄마 경숙이 원색적으로 뱉어내는 소리를 들은 민정의 두눈에는
어느새 맺혀있었는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어젯밤에는 경숙이 먼저 유혹 했으려니 했다.
어젯밤에는 어두운 밤이라는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애써
자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밝은 대낮에 그것도 자신과 철썩같이 이제 다시는 다른 여자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고 약속한지 20분이나 지났을까 하는데...
애써 정신을 차린 민정이 일어서려고 힘을 주자 잡고있던 하우스 문이
스르르 열린다.
경숙이 기태의 위에 올라탄채로 허리를 밑으로 돌려대고 있었고,
막 사정을 했는지 기태가 몸을 벌떡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민정과 기태의 두눈이 마주쳤다.
민정은 그저 처연하게 기태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민정의 두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친동생을 사랑하게 된 이후로 잠 못이루면서 고민한 적이 어디 한 두번
이었던가?
어쩔 수 없이 기태에게 흐르는 마음을 다잡지 못해서 방황했던 나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병욱과 명백에게 얻어 맞아가면서 자신을 지키던 기태에게서
동생이기 보다는 남성을 느꼈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 온몸을 던지던 기태였기 때문에...
운명이려니... 하늘도 용서 해 주려니.. 싶어서 기태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민정이었다.
또 어쩔 수 없는 소문 때문에 천안으로 전학을 간 이후에
혼자 얼마나 많은 밤을 기태를 그리워서 밤을 지샜던가?
어젯밤 모닥불 옆에서 기태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어가면서...
자신의 온몸 구석구석을 애무해 주던 기태도 물론 좋았지만, 살며시
자신한테 바치는 노래라면서 노래 부르는 기태에게서 말 할 수 없는 감사와
사랑을 느꼈던 민정이었다.
아마 짚더미속에서 기태가 몸을 요구해 왔다면 주저하지 않고 19년동안 고이 고이
간직해 왔던 순결을 기태에게 바쳤을 지도 모른다.
아니 기쁜 마음으로 기태에게 처녀를 받쳤으리라...
기태가 밉다는 생각도...
아니 어젯밤에 그렇게 원망스럽던 경숙이 밉다는 생각도 못한채
민정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집앞에 와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민정은 애써 태연한 듯 어머니를 도와
저녁반찬을 만들면서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감췄다.
"이제 누굴 믿고 살아가나?"
엄마 혜경이 넋놓고 있는 민정을 몇번이나 나무랬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렇게 민정이 거의 넋이 나간채로 부엌일을 하고 있는데...
"호호호 형님 이 감 제가 다 가져가도 돼요?"
경숙이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감을 한 바구니 따가지고는 집으로 들어온다.
"호호호 가져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가져갈꺼야?"
혜경도 농담으로 말을 건네다가 묻는다.
"기태는???"
"친구네 집에 들렸다 온다나봐요"
"근데 형님 기태 무슨 운동시키셨어요?"
"왜?"
"아니 무슨 중3짜리가 그렇게 힘이 좋대요?"
"버섯 할려고 잘라놓은 큰 참나무를 번쩍 번쩍 들던대요"
"호호호 그애가 그렇게 힘이 좋아졌어? 요즘 권투 시키거든"
경숙의 기태가 힘이 좋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혜경은 흐믓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는다.
민정은 가증스러운 작은엄마의 행동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속에서 구토가 치솟는것은 둘째치고라도, 쫒아가서 따귀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고 이빨을 앙다물고 있었다
민정은 차마 경숙의 얼굴을 더이상 보지 못하고 피곤하다는 말로 혜경에게
얼버무리고는 방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엄마 나 내일 방송반 모임 있는걸 깜빡했네."
"내일 가지 그러니? 모래까지 노는날인데 무슨모임?"
민정은 밖에서 들려오는 경숙의 웃음소리에 더이상 참지못하고 책가방을
싸가지고 방에서 나오고 말았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으면서, 하루 더자고 내일 가라는 혜경의 만류를
다음주에 한번 더 들린다고 변명하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돌아오지 않으리라. 어디든 가버리리라..."
민정의 마음속에는 지금 한시바삐 집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흑..흑...엉..엉...."
읍내에 도착한 민정은 천안가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여태껏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야속한 기태에 대한 미움,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그리움, 앞으로의 일의 막막함
그렇게 천안까지 오는 40분 동안 민정은 차안에서 내내 소리죽여 울었다.
처음에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를 써봤으나 나중에는 그냥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민정은 학교를 그만두려 생각했다.
"그래 공부는 해서 무엇하나? 이제 희망도 없어졌는데..."
"어차피 이렇게 된거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혼자 살꺼야. "
"두고봐 나중에 복수 하고야 만다. 꼭 복수 할꺼야"
"기태야........흑...."
누구를 향한 복수인지, 누구를 향한 원망인지, 그렇게 원망을 하다가도
이제는 기태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가 없다.
"아니야. 보란듯이 잘 살거야. 보란듯이 성공해서 나타나는거야."
"그래 김민정 너는 할 수 있어. 보란듯이 보란듯이..."
시외버스가 천안에 다가오자, 실컷 울어서 인지 마음이 어느정도 진정된
민정은 굳게 다짐을 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민정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버스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으나, 하늘도 속상한 민정의 마음을 이해
했는지 가을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있었다.
민정이 자취하고 있는 학교옆 자취방까지는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지만 민정은 무턱대고 걷기 시작하였다.
거의 30분을 넘게 걸어서 학교로 온 민정은 교정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은 학교
이제는 다시는 못온다고 생각이 들은 민정은 은주와 자주 앉았던 벤치에
멍하니 한동안 앉아 있었다.
그사이 빗발은 굵어져서 가을비 답지않게 거의 소낙비가 되버렸다.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온몸에 비를 맞고있는 민정은 차라리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더 쏟아져라... 다 쓸어가버려라. "
"기태에 대한 나의 사랑도 씻어 가버리고, 이제 까지의 모든 나의 기억도
다 씻어가 버려라."
어떻게 생각해보면 모든것이 꿈만같고 모든것이 다 허망하기만 한 민정은
그렇게 빗속에서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면서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는 민정을 어둠이 감싸기 시작했다.
너무 오랫동안 비를 맞은 민정은 그제서야 으시시 한기가 도는 것을 느끼고는
벤치에서 일어나 자취방으로 향했다.
집앞 구멍가게로 들어간 민정의 손에 잡히는대로 소주다섯방과 새우깡을 집어
들었다.
"학생이 마실것은 아니지?"
가게 아주머니는??평소에도 자주보던 민정이 비에 홀딱 젖은채로 소주를
사자 의심스러운 눈초리지만 평소의 민정의 행실을 믿고는 그냥 내어준다.
집으로 돌아와 젖은 옷을 잠옷으로 갈아입은 민정은 주섬 주섬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한다.
옷가지를 챙기다가 비키니 옷장 속 깊이 숨겨둔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 민정은
또다시 슬픔이 차오르는것을 느꼈다.
같은방을 쓰는 은주에게 조차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일기장
기태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는 일기장
많은 밤을 기태생각에 잠 못 이루면서 한자 한자 써 내려간 가슴아픈 그리움들
이제 이 그리움들과도 작별이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그렇게 옷가지를 챙기다 말고 가만히 일기장을 쳐다보고 있던 민정은 큰잔으로
소주 한잔을 따라 마셨다.
오랫동안 맞은 비로 으스스했던 민정의 몸에 알콜끼가 들어가자 온 몸이 더워지
면서 훈훈함을 느꼈다.
비록 너무 쓴 소주에 인상을 찡그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한잔 한잔을 비워가는 민정의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민정은 눈물을 흘리면서 일기장을 펼쳐들었다.
19**년 6월 18일 하늘에서 물떨어짐
오늘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은주네 집에 놀러 집에 갔다오다가 안방 문앞에 있는 기태를 보았다.
아마 부모님의 사랑행위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나보다.
괘씸하기도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이해 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기태도 다 컸구나 하는 생각에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사랑을 나눌 시간을 드리려고 당마루에 있는 논으로 물고를
보러가는 길에 따라나섰다가 차마 못 볼것을 봤다.
기숙언니와 현수당숙이 그럴수가...
어쩌면 그럴수가 있을까?
당숙과 조카간에 몸을 주고 받는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하지만 아까 그 행위를 보면서 나도 뭔가 이상한것을 느낀것같아.
기태가 그걸 보면서 흥분하는것을 보면서 뭔가 야릇한 느낌이 든것도 사실이야.
아! 이런 내가 과연 정상일까?
혐오스러운 광경을 봤는데도 전혀 잊혀지지가 않는다.
기숙언니의 그 은밀한 사이로 드나들던 현수당숙의 **가 왜 자꾸 생각이
나는걸까.
아마 난 천벌을 받을꺼야...
자고 일어나면 잊혀지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
그래 아마 이날이 기태와의 관계의 시작이었는지도 몰라.
벌써 몇개월이 흘렀지만 민정의 기억속에 선명하게 다가오는 그날의 일
기태와 육체적으로 뭔가 야릇한 일이 생긴 첫날이다.
생각해 보면 당숙과 사촌언니 기숙과의 충격적인 장면을 본것이 남매사이인
기태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준것 같기도 하다.
당숙과 사촌 언니도 서로 육체관계를 갖는데...뭐....하면서 애써 죄의식을
떨쳐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당숙과 사촌언니 조차도 미워진다.
그렇게 일기장 한 장 한 장을 넘겨가면서 민정은 기태와의 은밀하고도 즐거운
시간들을 회상했다.
공부를 가르쳐 주다가 얼결에 갖은 기태와의 처음 입맞춤,
폭행을 당하고 기태의 품에 안겨 울던 일들,
맞아서 파랗게 멍든 눈을 맛사지 해주던 기태와의 야릇했던 순간들
자신 때문에 폭행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을 한 기태를 평생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써놓았던 일,
그런 지나간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일기장을 한장 한장 들춰가면서 민정은
소주병을 한병씩 비워나갔다.
그렇게 술병을 비워나가던 민정이 쓴 마지막으로 썼던 일기
19**년 9월 27일 날씨도 기분도 쾌청
내일이면 집에간다.
기태는 얼마나 의젓해졌을까?
그 시원스러운 이마는 여전하겠지?
우뚝 솟은 코는 여전히 뽀뽀해 주고 싶을 정도로 이쁠꺼야.
아~ 기태의 입술에 입맞추고 싶다.
이제는 나의 그리운 님이 되어버린 내동생 기태야.
누나는 오늘밤 설레여서 도저히 잠을 잘 수 가 없단다.
너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너의 눈빛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래서는 안되는 남매사이이지만 이번에 가면 내 마음을 모두 담아서
너에게 줄꺼야.
그리고 다짐도 받을꺼야...
기태 너도 이 누나를 영원히 사랑한다는 다짐을 말이야.
정말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이밤이 지나면... 이밤이 지나면 난 기태를 만나러간다.
이 소중한 마음을 가슴 가득히 간직해서 다 너에게 줄게 내사랑하는 동생
기태야...
잘자고 내 꿈 꾸렴.......
바로 엊그제 써놓았던 일기다...
이제 이 일기장을 빛바랜 사진처럼 과거의 일이 되버리고 말았다.
부푼 가슴을 안고 일기장에 마음을 담으면서 다짐하던 일이 이틀전인데
이런 상황이 오다니, 민정은 생각하면 할 수록 기가 막히고 서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당숙 현수 사춘언니 기숙 , 자신을 폭행했던 명백과 병욱, 기태를 유혹한 작은엄마 경숙...
너무나 미운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화가난 민정은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이제 너무 취해서 쓴 소주가 마치 물처럼 술 술 넘어간다.
"흑............"
취한 눈에도 책상 앞에 세워돈 기태의 사진을 보자 기태에 대한 그리움에
민정이 울음을 터트린다.
"흑.....흑.....기태야.........."
민정은 기태의 조그만 사진을 소중한 보물인양 가슴에 안고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흐느끼던 민정은 오랫동안 비를 맞은데다 빈속에 마신 술,
그리고 복받치는 감정으로 인해 까마득히 까마득히 정신을 놓아가고 있었다.
아련히 떠오르는 작은엄마 경숙의 밑에서 허리를 일으키던 기태의 그 눈을
떠올려 가면서...
.............
충남 천안시 안서동 300-14 15통 3반
누나 민정의 편지 겉봉에 써있는 주소를 들고 버스를 탄 기태의 손은 마구
떨리고 있었다.
"어쩌면 좋지?'
"누나가 화가 많이 났을텐데..."
"어떻게 용서를 빌까?..."
"내가 죽일놈이야... "
수많번 마음속으로 민정에게 죄를빌고 수많번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을 쳐다보던 민정의 슬픈 두눈은 기태의 생각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그 처연한 민정의 표정이 기태를 밤새 쳐다봐서 한숨도 못잤다.
천안 터미널에 내린 기태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민정의 집을 찾았다.
"여보세요..실례합니다."
"거 누구쇼?"
이른 아침인지라 기태가 대문앞에서 몇번을 부르자 그제서야 대답을 하고 나온이는 주인집 할아버지였다.
기태는 누나 민정의 이름을 대고 방을 물어본다.
"누나~~~"
기태는 민정의 방 앞에서 조심 스럽게 민정을 부렀다.
"누나~~~"
몇번을 그렇게 민정을 부르던 기태는 방안에서 아무 기척도 없자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헉...누....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던 기태는 깜짝 놀랐다.
방안에 뒹글고 있는 소주병들, 그리고 방안 가득히 배어있는 술 냄새.
민정은 맨바닥에 허리를 꼰채로 그렇게 쓰러져있었다.
"누나...정신좀 차려봐..누나..."
기태가 민정을 흔들어 깨워 봤지만, 민정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기태는 민정의 가슴에 귀를 대고는 숨소리를 들어 봤으나, 아무 기척도 없자
더럭 겁이 들고 말았다.
"혹시....누나..누나..."
겁이난 기태가 민정을 흔들어 깨워 봤지만 그래도 기척이 없자 기태는 민정을
들쳐 없고는 뛰기 시작했다.
"누나..내가 잘못했어...제..발..누나.."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은 기태는 민정을 업은채로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병원을 찾은 기태는 병원문을 두드렸다.
"사람 살려주세요...여보세요...."
병원은 조그만 개인병원이였는지라, 추석 연휴기간에 문을 닫은 듯 하지만,
민정을 조금이라도 빨리 의사에게 보이고 싶은 기태는 병원문을 부서져라
두드리고 있었다.
"아니 이사람아 . 저기 순천향 병원으로 데리고 가봐"
그렇게 병원문을 두드려 대자 웬 사람이 나와서는 기태에게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제발 선생님 우리 누나 좀 잠깐만 봐주세요. 예. 제발 선생님"
기태는 의사로 보이는 사람의 바짓가랑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정을 했다.
그렇게 사정하는 기태가 안스러워 보였던지, 의사는 기태에게 안으로 들어
오라고 한다.
침대에 민정을 누이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기태는 의사가 가운을 입고 와서는
밖으로 나가 있으라는 말에 밖으로 나왔다.
진찰실 밖에서의 몇분이 그렇게 길 수가 없는 기태였다.
"아니......학생.."
밖으로 나온 의사는 기가 찬듯한 표정으로 기태를 쳐다본다.
"아직 어린 학생 같은데,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마신거야?"
"저희 누나 괜찮아요?"
기태는 민정이 걱정되는지라 의사의 꾸중섞인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묻는다.
"나.....참....술 마니 마셔서 지금 자고 있는거야, 쯧.....쯧...쯧..."
"그리고 감기 기운이 좀 있으니, 약을 지어주마, 침대에 눕혀 놨다가
깨어 나거든 집으로 가렴......원...연휴인데 쉬지도 못하고 원...."
의사는 민정이 어린 나이 인데도 불구하고 술을 많이 마셔서 업혀온게
못마땅 했지만, 기태가 눈물로 호소하자 뭔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조치를 취하고는 안채로 들어가 버린다.
기태와 민정을 덩그라니 병원 진찰실에 놓아둔채로...
그제서야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기태가 침대에 누워있는 민정의 옆으로 가서
앉는다.
자세히 보자 민정의 얼굴은 온통 눈물자국으로 얼룩이 져있다.
울기도 많이 울었나보다.
민정은 아까와 달리 숨을 쎄근쎄근 몰아 쉬면서 잠을 자고 있다.
"안돼.......안돼 기태야......하지마......제발..."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민정이 손을 허우적 거려가면서 잠꼬대를 한다.
기태는 민정의 꿈 내용이 짐작이 가자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흑..........."
자신에게 배신 당해서 누나가 술을 먹고는 거의 인사불성인 채로 잠꼬대를
하는것을 보자 자신이 한없이 한심 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기태다.
기태는 민정의 머리를 쓰다듬어 가지런히 해 주며서 나직히 솎삭인다.
"미안해... 누나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기태는 몇번이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그러던 기태는 민정이 땀을 흘리자 물수건을 찾아서는 조심스럽게 민정의 땀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아주 조심 조심........ 건들면 부서지는 모래성을 어루 만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