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부부 초대
멋진 부부 초대철수는 무료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 묘안을 찾는다.
“여보! 우리 재미 있는 놀이 할래?”
아내 영희는
“날 또 뭐 어떻게 하려고? 아직도 안 해본 게 있나요?”
철수는 본디지 도그플 메니아이고 그기에 아내 영희 또한 부창부수라고 안 응해 준 것이 없었다. 영희도 이젠 남편의 똑 같은 레퍼토리에 식상해 했고 또 남편이 장난으로 하고 영희 또한 응해 줘도 장난이고 두려움, 공포, 치욕 등등의 이상한 감정의 몰입이 잘 안되고 그것이 잘 안되니 쾌감의 정도도 반감하고 있었다.
철수와 영희는 결혼한지는 5년이 다 되어간다. 그렇게 섹스를 밤마다 하는데도 기다리는 임신은 안되어 고민도 크지만 애가 없으니 둘이 놀기는 우선 좋다.
결혼하고 첨엔 아내에게 약한 것 하나 요구해도 응해주지 않았고 설득하며 애간장 조리는 재미, 집요하게 꼬시는 재미가 그만이었다. 응해 주는 영희도 이상한 남자 만나 꼬래 섹스하는 대상인 남편인데 안 응해 줄 수도 없고 뭐 사람 죽이는 일도 아니라 생각하고 응해 주면서도 살결이 떨릴 정도로 치욕스러웠다.
그 치욕스러움이 온 몸을 할퀴지만 누가 보는 사람도 없고 늘 발가벗고 섹스하는 자기집 깊숙한 침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참고 응하면서도 서서히 일종의 쾌감에 빠져 들었다. 이젠 너무 많이 하고 나니 쾌감보다 귀찮아졌다. 아내의 반응이 그러하니 철수도 재미 없고 그게 누구 탓이랴.
다 자기가 저질러 놓은 것이었으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요? 또 노팬티로 시내 나갈까요? 지하철 탈까요? 아니면 내 또 묶을래요? 지금 벗을까요?”
철수는 선뜻 말을 못한다.
“그럼 또 주인님! 주인님! 하면서 거실을 개처럼 기어 다닐까?”
“그게 아니라니까. 말 하기가 좀 뭣해서.”
“당신이 말 하기 거북해 하는 것도 있었어요? 아파트 계단에 또 발가벗고 10분간 서 있을까요?”
“당신이 순순히 해 버리니 이젠 그것도 재미 없어.”
“봐요. 내가 거절할 때 좀 안 했으면, 그리고 슬슬 했으면 아직도 좋을 텐데 그렇게 시켜대고 할 것 다 해 버리니 지금 이 꼴이 되잖아요.”
영희는 도대체 남편이 시킬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철수 또한 생각해 놓은 것이 있지만 말하기 거북하여 망설였다. 말은 꺼내놓고 속 시원히 남편이 말하지 않으니 답답했다.
“도우미 남자 불러 나와 시키고 당신은 또 그것 구경할래요? 전에 한 번 해 보니 난 별로 내키지 않던데 당신이 원하면 하죠. 뭐. 인터넷 들어가서 아무나 하나 지금 불러요.”
“그것이 아니라니까.”
“어이구. 속 터져. 속 시원히 말해 봐요.”
“당하는 것 보다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밋어.”
“그? 뭐 뜬금없이 뚱딴지 같은 소리를요?”
“당신은 재미 없고 다른 여자하고 하는 거지.”
“에게. 미쳤어? 어느 여자가 할거라고? 나 같이 맘이 넓으니 해 주는 게지요.”
“난 맘 넓은 여자 재미없어.”
“호호호 당신 웃긴다. 어느 여자가?”
“하하하 우습긴 하다만 꼭 안 된다 만은 할 수 없어.”
“호호호 그럼 해 봐요. 난 구경하지 뭐.”
“구경하면 재밋어.”
영희는 혼자 생각하는 듯 하다가는
“그것 재미 있겠네. 어디 내 보는 앞에서 함 해 봐요.”
“좋아. 당신 허락했지?”
“그래요. 허락했어요. 어디 될 법한 말을 해야지.”
“그럼, 우리 할 것이 정해 졌으니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자.”
“호호호 뭐 사업 시작해요?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우게? 우리 신랑 어쩌나?”
영희는 꼭 철수를 장난 삼아 지껄이는 개구쟁이 아니 살짝 간 사람 취급한다.
“하기사, 나에게도 다 저렇게 첨엔 시작했지만.”
철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다고 긴 시간은 아니다. 시계를 쳐다 보니 저녁 8시다.
“아~ 아직 시간 많다.”
‘호호호 시간이야 많지만, 오늘만 시간이에요?”
“아니, 오늘 후딱 해 치울 거야.”
“호호호 점점 궁금해 지네요?”
“당신은 부를 친구 하나 물색해 놔.”
“누구를요? 부르긴 왜요? 뭐 하려고?”
“궁금한 건 이따 해결 될 테니, 우선은 묻지 말고 부르면 지금 올 수 있는 친구로.”
“모 하려는 데요?”
“너무 알려 하지 말고. 다 알면 재미 없어.”
“친구 불러서 묶고 보지 꼽고 그 작당하려고요? 안 들어도 비디오여요.”
“보지에는 안 꼽는다. 내가 어찌 당신 보는 앞에서 당신 친구와 그 짓 하겠어?”
“안 꼽는 것 맞지요?”
“그래. 내 자지는 안 꼽는다. 당신 것인데. 꼽아 달라 사정해도 안 꼽아준다.
“그럼 딴 건 친구 보지에 꼽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던 내 자지는 당신이 허락 안 했으니 안 꼽는다. 이따 되어 당신이 꼽으라 사정하면 몰라도 나도 꼽고 싶지는 않아. 난 당신의 것인데.”
“참~ 말은 이쁘게 하셔.”
철수는 아내를 꼬실 때 그냥 이렇게 시작한다. 예전에도 그렇게 했듯이. 조리 있게 남을 설득시키는 별난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아내가 응해 주니 되는 것이었다.
철수는 아내의 호응에 감동 감화 받으며 뭐 큰일이라도
이루어낸 듯 하늘을 쳐다보며-쳐다 봐야 천정 벽지와 형광등 밖에 보이는 게 없지만-자신의 플랜에 스스로 대견해 했다.
“천정만 할 일 없이 쳐다 볼게 아니라 내가 부를 친구 정했으면 담은 어떻게 하는데요? 구체적 실행 계획이라니? 호호호 그래서요? 담은?”
“잠시만 머리를 정리하고.”
“이 남자 돈키호테 아냐?”
“돈키호테든 우키오테든 잠시만.”
철수는 생각에 잠긴다. 담 자신이 실행해야 할 행동에 스스로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요?”
“일단 내가 여자 하나를 사냥해 온다. 그 여자를 농락하고 우리 놀이에 세뇌시켜 동참시키고 그 이후에 당신 친구를 부른다.”
“참. 어려운 숙제 받았네. 어느 여자가 지금 따라 오겠어요? 당신 계획대로라면 나 친구 부를 일도 없네. 괜히 누구 부를까 고민했네.”
“내 지금 나가면 당장 여자 하나 잡아온다. 그 여자를 어떻게 다루고, 그 여자가 어떻게 허물어져 가며 수치와 죽음의 공포에 떠는지 당신은 구경만 하면 돼.”
“에그. 따라 올 여자도 없지만 그렇게 하다 당신 학교 가고 나 생과부 만들 거에요?”
“당신은 나를 너무 과소평가 하구먼.”
“과소고 과대고간에 빨랑 나가 하나 잡아와요.”
“그전에 당신이 할 일이 있어.”
영희는 궁금하여 묻는다. 그냥 재미로 궁금해 한다.
“뭔데?”
영희는 그냥 남편이 지금처럼 이렇게 부품하게 말로만 설치다가 ‘헤헤’하며 ‘내 얘기 재밋었어? 당신은 꼭 할 줄 알았지? 농담이야.’ 하고 마는 경우가 전에도 있었다.
“내가 밖에 나가 여자 하나를 잡으면 전화 한번 걸게. 그 전화 당신이 받을 필요는 없고.”
“그래서?”
“그 전화 받자마자 안방에서 발가벗고 부엌칼 안방에 두고 그 칼에 캐찹 바르고 바닥에 좀 흘리고 당신 알몸 가슴 복부 등등에 바르고 죽은 듯이 펴져 있어. 알았지?”
‘호호호 당신 영화 찍냐? 알았어. 여자 하나 데려 오기나 해 봐.”
철수는 쉽게 아내의 협조를 받았다.
“그리고 당신은 죽은 듯 누워 있으면서 부르면 반드시 올 친구 하나를 생각하고 있어.”
“알았어. 알았어. 나가 빨리. 하나 찝어 와. 우리 남편 여자 꼬시는 실력 함 보자.”
철수는 아내의 협조 아래 집을 나선다. 밖은 이미 어둡다. 여자 하나 못 낚으면 ‘헤헤’ 하고 다시 집에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다. 사방을 살피며 거리를 나선다.
철수는 이리저리 살피며 거리를 돌아다녀 봐도 당장 여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았다. 아내에게 큰소리치고 나왔고 또 하나 낚기만 하면 오늘 밤이 즐거울 테고 또 아내에게도 이색적 놀이를 보여줄 텐데. 말없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여자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나이트나 술집에 들어갈 수도 없다. 지금 당장 구해 들어가야 되는데 나이트 가서 언제 데려 올 것이며 술집 가시나 돈 주고 사오고 싶은 생각은 더구나 없다.
잔뜩 기대하고 있을 것 같은 아내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생각했으나 날을 두고 여유 있게 꼬시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1시간 내에 꼬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를 가지고 슬슬 다니며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여자를 획 낚아 채올 수도 있겠지만, 철수는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았고 그냥 집 근처만 뱅뱅 돌고 있었으며 설사 차를 가지고 나갔더라도 그렇게 하다가는 쇠고랑 차기 99% 순도를 자랑할 것이다. 강제로 끌고는 못 온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철수는 휴대폰 액정 화면의 시간을 본다. 집에서 나올 땐 8시 조금 넘었는데 벌써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한 번 만 더 돌아 보고 안되면 그냥 들어가지 뭐.”
철수가 아까 갔다 온 지하철 한 코스 앞 저쪽 xx사거리로 다시 걸어간다.
“저기 쇼윈도를 들여다 보며 두 여자가 서서 서로 얘기 나누며 서성거리네?”
“좋아 함 해 보는 거야. 아냐, 될 턱이 없지. 안돼. 그래도 함 해 보는 거야!”
철수는 슬금슬금 그 두 여자 옆으로 가서는 뭔 말인가 하려는데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누라니까 해 주는 거지. 어디 세상에 여자가 많다 하나 그렇게 해 줄 여자가 어딨어?”
철수는 거의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 걸으며 주머니를 살피니 담배가 없어 다시 밖으로 나간다. 다시 아파트 정문을 나와 골목으로 들어서니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는 틈의 담배 포를 찾아 한 갑 샀다. 한 개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여 빨아들이며 길거리에 그냥 서 있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쳐야 하는데. 난 이게 뭐고?”
그렇게 자신을 나무라다가는 다시 연기를 빨아들인다.
“밑져봐야 본전이다. 한 번만 더 큰길 지하철역 입구까지만 가보자.”
한편, 아내 영희는 9시 뉴스를 보고 있지만 그 시간엔 그것을 하니 보는 것이지 뭐 연속극도 아니고 별 재미를 못 느끼며
“이 사람 안되면 들어오는 거지. 뭐 하는지 모르겠어.”
남편이 호기 있게 나가니 영희는 좋은 구경 하냐 싶어
기대도 첨엔 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니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간다.
“당장 따라올 여자가 어디 있다고?”
“혹시 데려오면? 데려오면? 나 몰래 그전부터 알고 있던 여자?”
“아냐 못 데려올 거야. 아잉~ 그래도 하나 데려 왔으면 좋겠어.”
사실 영희는 자신이 한 것을 다른 여자가 하고 자기는 관람객이 되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여자를 묶을 때 동참하고 늘 치욕과 능멸을 당하는 측에서의 쾌감이 아닌, 남편처럼 그런 치욕과 모멸감을 주는 입장에서의 쾌감이 어떠한지 맛보고 싶었다.
영희는 반신반의하지만 그래도 혹여 남편이 여자를 데리고 올 것에 대비하여 준비를 해둔다. TV 보다 말고 소파에서 일어나 무엇인가 분주히 찾는다.
“추적자에 보니 여자를 묶어놓고 머리에 정을 박고 망치로 때리던데?”
영희는 공구 통에서 망치와 제일 큰 드라이브를 꺼내 안방으로 들고 들어간다. 다시 주방으로 나와 부엌칼과 냉장고에서 캐챱을 꺼내 다시 안방에 갖다 놓고 장롱 서랍을 열어 평소 남편이 자기에게 사용하던 밧줄 꾸러미를 모두 내 놓았다. 그리고 밧줄 세 개를 현관입구에 떨어뜨려 놓았다.
“에이~ 캐챱을 바르면 피 난 것처럼 보일까? 아까징기 있었으면 좋으련만.”
영희는 망치, 부엌칼, 드라이브, 밧줄을 안방에 적절히 펼쳐놓고는
“이래 놓고 내가 죽어 자빠져 있으면 그 어느 여잔들 혼비백산 하지 않겠나? 후후후~ 우리 남편 제발 하나 잡아와 내가 준비 다해 놨는데…….”
철수는 큰 도로까지 다시 나가 봤으나 허탕하고 되돌아오면서
“와이프하고 술이나 한잔 하자.”
생각하며 다시 골목길로 접어들어 서서 걷다가 저 앞에 슈퍼에 들어갈 요량으로 바쁘지도 않는 걸음 이리저리 먼산 보며 걸어 거의 슈퍼에 다 왔는데 슈퍼 밖에 널부러지게 쌓아놓은 상품들 사이에 지나가는 인도 사람들에게 걸 거치지 않게 쪼그리고 앉아 꼭 숨어 있는 듯이 담배를 피워대고 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
철수는 슈퍼에 들어가려다가는 멈칫 서서는 슬금 두 발을 뒤로 걸으며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 여자 앞에 와서 빤히 내려다 봤다. 옷은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무릎 사이에 꼭 끼워 접고 앉아 있으니 더 이상 보이는 것은 없었고, 철수가 아래로 내려보니 블라우스 사이로 큰 유방이 보이는 듯 했다. 그냥 보이는 듯 했지 보이지는 않았다. 그 여자가 앉아 있는 곳이 불빛의 사각지대라 약간은 어두웠고 숨어 담배 피우기도 딱 맞은 곳이었다.
요새 여자들 보면 길거리 활보하며 대 놓고 담배 물고 다니는데 이 여자는 그래도 그것이 여자로서 할 짓이 아니다 생각했는지 약간은 숨은 듯 피우는 것을 보니 막 까진 년은 아닌 듯 했다.
철수가 말 없이 내려다 보니 그 여자도 고개를 들어 힐끗 위로 쳐다보고는 다시 자기 앞을 주시하면서도 ‘가던 길 가지. 뭐 쳐다보냐? 하지는 않았다.
철수는 순간 ‘됐어. 구세주는 여기 있었구먼.’ 하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은 태연히.
“아가씨? 여기 불편하지 않아요?”
‘불편하건 말건 뭐 상관이냐? 니가? 난 아가씨 아냐.’
“저어~”
‘말 해 봐. 나도 지금 혼자 이렇게 계속 있긴 싫어.’
“아~ 저도 담배 하나 피울게요.”
‘그래? 그래라. 피던 말던. 근데 말하기 그래 어렵니?’
‘아~ 가시나. 내가 말 걸어도 일어나 가버리지 않네?’
‘내 오늘밤 한 번 줄까? 니가 말을 잘하는가 보고.’
그녀는 홧김에 서방질 한다는 말도 있듯이, 남편과 사소한 문제로 말싸움 하다가 기선 제압해야 하는 신혼인지라 신랑에게 쌔게 공격하고는 제 분에 못 이겨 집을 뛰쳐나왔다. 또 몇 시간 있으면 화도 풀릴 것이고 다시 들어가겠지만.
“보아 하니 집도 근처인 것 같은데, 우리 생맥주 한잔 할래요?”
그녀는 말 없이 일어났다. 적어도 몇 시간 후에 들어가야
되는데 혼자 어디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일단 담배 한대 피며 생각하던 중 한 놈이 접근하여 무료한 시간을 메워 주겠다는데 그 생맥주 집 못 따라 갈 일 없었다. 바로 슈퍼 맞은편에 생맥주 집 그기로 둘은 들어갔다. 테이블 잡아 마주 앉고는
“여기! 500 둘!”
철수는 그 여자의 의향도 물어보지 않고 그냥 시켰다. 잠시 후 맥주잔 두 개와 마른 안주 접시 잔을 받고
“자~ 우리 서로 초면이지만 한잔 합시다.”
철수는 그녀에게 권하고 그녀도 잔을 들어 서로 약간씩 마셨다.
“댁이 어디시죠? 아마 근처인가 본데요. 전 바로 여기 xx아파트 x동입니다.
“어머! 그래요? 저도 그 동인데요.”
“하하~ 우리 서로 이웃간이네요. 아직 미혼? 아니 아가씨?”
철수는 딱 보니 미혼은 아닌 것 같이 보였으나 그래도 그렇게 말을 걸었다.
“아뇨! 호호 아가씨로 보이니 좋네요. 결혼하고 집에 있는지 2년 되어가요.”
“요새는 결혼했어도 남자들 눈엔 다 아가씨로 보여요. 구분하기 힘들어요.”
둘은 다시 잔을 들어 비우니 그깟 500CC짜리가 얼마나 된다고? 반 컵 밑으로 쑥 내려간다. 철수는 마른 안주에 손이 가며
“뭐라 부르는지요? 전 김철수 입니다.”
그녀는 몇 시간 갈 곳 없는 자기의 말벗이 되어주고, 보니 맘도 괜찮은 것 같고, 무엇보다 안심되는 것은 한 아파트 한 동에 산다니 그냥 친해 지는 기분을 느꼈다.
“전 김순희에요.”
“순희 씨? 저와 종씨군요. 근데 집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아뇨. 호호 그렇진 않아요. 잠시 바람 쐬러 밖에 나왔어요.”
두 사람이 다시 마시니 잔이 비워진다.
“이웃인데, 우리 집사람과 인사도 할 겸 알고 지내요. 맥주 몇 병 사서 저희 집에 갈래요?”
“집에요?”
“예! 한 동에 사는데 만나보면 저희 집사람과 안면이 있을지도 모르죠. 맥주 사러 나왔다가 순희씨 만났는데 아마 우리 집 사람 지금 많이 기다릴 텐데.”
순희는 가만 보니 제 아내와 같이 마시려고 슈퍼에 잠시 맥주 사러 온 것 같아 자기와 오래 앉아 있어줄 것 같지도 않았고, 이 사람 보내 버리면 또 어디 가서 혼자 쭈그리고 있어야 할지 몰라 잠시 생각한다.
“따라 가서 한잔 하다 시간되면 집에 들어갈까? 아님 여기 그냥 앉아 있다 들어갈까?”
철수는 놓치는 한이 있어도 같이 가자 사정하는 낌새를 보여선 안 된다 생각하며
“어쩌죠? 일어나야 해서.”
하며 일어나는데 순희도 무심코 몸을 일으킨다.
순희는 자기의 자세가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건 완전히 따라 가겠다는 표시 아냐?’ 하며 속으로 생각하더니
“그렇게 하죠.”
하며 일어난다.
철수는 일어나 카운터 가서 계산하고는 뒤따라 와 서 있는 순희에게
“순희 씨! 잠시만요. 화장실 좀.”
철수는 화장실로 들어가자 마자 아내에게 전화 건다.
“10분 후에 집에 도착한다. 잘 준비하고 있어.”
“알았어요.”
철수는 순희를 데리고 생맥주 집을 나와 다시 길 건너 그 슈퍼로 갔다. 그냥 폼으로 맥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따 진짜 맥주 파티 열어야 하니 말이다. 철수는 속으로 생각한다.
“몇 명이지? 보자~ 내, 와이프, 이 여자, 와이프 친구, 이 여자에게도 친구 하나 불러 라면? 보자 아~ 다섯 명이네.”
옆에 있던 순희가
“맥주 담다 말고 뭐 생각하셔요?”
“아~ 예. 몇 병 살까 생각하느라.”
대답하며 15병을 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두고 잡수실 것인가 봐요?
“맞아요.”
비닐 봉투 두 곳에 나누어 담고 양 손에 쥐고 슈퍼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특히 집이 같은 동이니 순희는 금새 철수에게 호의적이 되고 조금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한다.
“무겁겠어요. 철수 씨! 이 쪽은 같이 들어요.”
하며 순희는 철수 왼편에 서서 비닐 봉투를 같이 잡고 걷는다. 남녀 관계란 것이 묘하다. 금방 친해져 버리니 말이다.
영희는 바쁘다. 남편과 통화가 끝나자 마자 부랴부랴 발가벗는다. 옷가지며 팬티 브래지어를 안방 아무 곳에나 너절하게 벗어 던져 놓고 큰 젖가슴을 출렁거리며 주방으로 급하게 쫓아간다. 머리카락에 물을 좀 묻히고 머리를 귀신처럼 산발하게 헝클어 놓고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온다.
캐챱을 부엌칼, 드라이브, 망치 등등에 묻히고 방바닥에 쭉 짜서는 발로 쓱 길게 문지른다. 그리고는 입, 코, 목, 젖가슴, 복부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지 주변에 한 껏 짜서 바르고는 캐챱통은 방 저쪽 옷걸이 뒤쪽으로 보이지 않게 던져 버린다.
“캐챱으로 속이겠나? 아이~ 몰라. 시간 없어.”
영희는 안방 문을 닫고 방 모서리 귀퉁이에 자리 잡고 밖에서 안방 문을 열면 난장판 같은 방에 보지를 벌린 채 죽어 있는 모습으로 누웠다. 그리곤 남편이 올 때 다 되어간다 싶어 꼼짝을 안하고 있는데 현관문 따는 소리가 들렸다.
영희는 그 여자의 반응이 정말 궁금했다.
순희는 철수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며
“우리는 저쪽 입구여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 앞에 도착하여 들고 있던 비닐봉투를 놓고 주머니에서 키 뭉치를 꺼내 문을 딴다. 순희는 약간 이상했다. 집안에 아내가 있다 했는데 그럼 벨을 누를 것이지 왜 문을 키로 스스로 딸까?
잠시 미심쩍어 하는데 문은 열리고 철수가 안으로 들어오니 좀 낯 설은 곳이나 그래도 아파트 구조가 자기집과 틀릴 것이 없으니 금방 안심이 되는 듯 따라 들어와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온다. 먼저 거실로 올라온 철수가 아까 와이프가 떨어뜨려놓은 밧줄을 못 봤을 리 없었다.
철수는 순희가 다 올라 온 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현관문을 이것저것 다 잠근다. 순희는 철수의 행동이 좀 이상하나 낯선 집 둘러보는데 정신을 두니 그 철수의 행동은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고 거실 바닥에 있던 밧줄을 순희도 보았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철수는 밧줄을 세 개 들고는 아직 소파에 앉을 겨를도 없이 엉거주춤 서 있는 순희 뒤로 가서는 순식간에 순희의 입을 밧줄로 말에게 제갈을 채우듯 입 속으로 집어넣어 머리통 뒤로 묶어버린다. 순희는 순식간에 당하는 일이라 아무 말도 못하고
“왝, 왝, 으읍 응~”
거리는 순희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가슴을 앉는 듯 하다가는 두 발을 거둬 거실에 자빠지게 만든다. 두 손을 등 뒤로 묶고는 두 발목도 묶어 버렸다.
아무 방비 없이 순식간에 당하는 일이라 순희는 그냥 묶여서는 말 한마디 못했다. 그냥 버둥거려 보지만 하사이다. 두 눈과 귀는 멀쩡하니 보고 듣는 대는 문제가 없었다.
‘왜 이래? 왜? 살려줘! 살려!’
철수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로 몸부림치며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본다.
“너는 오늘 죽는다.”
약하고도 차분한 그러나 악마의 소리로 순희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온다.
‘살려줘! 살려줘!’
순희는 몸부림치지만 되는 것이 없었다.
안방에 죽은 척 하고 있는 아내 영희는 도통 불만이다. 거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데도 구경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여자를 끌고 안방에 들어와서 내 죽은 것 보고 기절하고 또 깨고 그 담엔 살려고 시키는 것 다 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절규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영희는 죽은 척 움직이지 않고 잘 참고 기다린다. 곧 안방 문을 열고 들어올 테니 말이다.
“너 추적자 보았지? 넌 오늘 그 여자처럼 죽을 것이다.”
철수는 순희의 묶인 두 발목을 잡고 쭉 끌고 와서는 소파 앞에 놓고는 자신은 소파에 앉았다. 다리를 잡고 끌고 왔으니 눕혀져 있는 자세가 얼굴이 저쪽에 있었다. 철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순희의 입을 돌려 묶은 밧줄을 잡아 당겨 얼굴이 잘 보이도록 했다. 밧줄이 입 속을 파고들어 묶여 있으니 그 밧줄을 잡아 당기면 입술 양쪽이 째질 듯이 아팠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몇 시간 더 살다 죽을 수도 있고, 말 안 들으면 지금 당장 죽인다.”
순희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떨어졌고 자기를 구출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 내가 내가? 이게 이게 현실이냐?’
‘아냐. 아냐!!!! 이건 꿈이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 바닥을 적신다.
철수는 다시 순희의 발 목을 잡고 질질 거실 바닥을 끌면서 안방 문을 연다. 영흰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며 진짜 죽은 듯 꼼짝을 안 한다.
“봐라! 너 보다 먼저 끌려 왔는데 말을 잘 안 들어 죽였어.”
“그래서 너를 다시 잡아온 거야!”
순희는 묶여 자빠진 채 안방 상황을 봤다. 온 방에 피고 칼 망치 드라이브 밧줄 등등 그리고 유혈이 낭자하게 알몸으로
한 여자가 온 몸에 난도질 당하여 죽어 있는 모습을 보며 기겁을 한다.
‘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사람 살려!”
순희는 목청 터져라 고함치만 들리는 거라곤
“웩웍 읍흡 버버버 버벅 바.”
순희는 죽음 앞에서 오줌을 싼다. 눕혀져 있는 엉덩이 부분에 물기가 흥건해지고 있었다.
“내 시키는 대로 하면 이 가시나 처럼 허무하게 죽지는 않을 텐데.”
철수가 혼자 말처럼 했는데도 순희는 고개를 심하게 끄덕인다. 말로 대답할 수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방에서 죽이니 방 청소하기 곤란해. 넌 이따 화장실에서 죽인다. 칼, 망치, 정, 아~ 여기 면도날 어딧지? 모두 화장실에 갖다 놓자!”
철수의 혼자 지껄이듯 일부러 여러 말을 하고 그 소리를 듣는 순희는 정신을 놓는 듯 차리는 듯 사력을 다해 버둥거린다.
‘시키는 대로,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사람 살려!!’
철수는 이따 뭐든 시키려면 손 발을 풀어줘야 하는데 바닥에 있는 연출품인 칼이나 망치를 들고 갑자기 달려들면 큰일 난다 싶어 화장실에서 죽인다 겁주며 연장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그럼, 시키는 대로 다 하겠어?”
순희는 살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급히 고개를 흔든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이 년같이 바로 죽인다. 이년은 둔한 년이야. 내 경고를 아까 이년에게도 했는데 무시했어. 무시의 대가는 죽음이야,”
순희는 온몸으로 버둥거리며 시키는 대로 하겠다 표시한다.
“그럼 됐어.”
하며 순희의 발목을 잡아 끌고 안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 앞에 다시 갖다 놓는다.
안방에 오래 있다간 캐챱이라고 눈치 채면 만사 헛일이다. 순희는 장졸간에 당하니 사리분별이 없어 모르지, 철수 코에서는 케찹 냄새가 진동을 한다. 철수는 속으로
‘아~ 수성 빨간색 물감으로 했으면 되는데 너무 갑자기 생각하고 실행하자니 준비를 못했어. 아쉽지만 아직 눈치 못 채니 천만 다행이야.’
“일어나! 똑 바로 섯!”
손은 등뒤로 같이 묶고 양 발목을 묶어 놨는데 일어날 수가 없다. 그래도 일어나라니 순희는 두려움에 미칠 듯이 떨며 온 몸을 버둥거렸다. 시킨 대로 안 하면 죽인다 했는데, 일어나라 시켰는데 못 일어 나면 죽이는 것이 아닌가 그기에 생각이 미친다.
“내가 일어나라 시켰는데 일어나지 않구먼. 내 말 안 듣네. 이제 죽여 주마.”
철수는 순희를 끌고는 화장실로 간다. 순희는 질질 끌려 가면서도 끌려가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해 바둥거리며
버틴다. 철수는 못 이기는 채
“한번만 이게 마지막이야 딱 한번! 기회 준다.”
순희를 다시 끌고 소파 앞으로 와서는 묶인 발목을 풀어주며
“일어나!”
순희는 다리가 풀려 자유롭다. 철수는 마지막 기로에 선다. 다리를 풀어주면 바로 자기 앞에서 두 눈 부릅뜨고 떨면서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데 비록 손은 뒤로 묶여 있으나 현관문 쪽으로 달려가는 행동을 취하면 아주 난감해 진다.
순간 철수의 초조함은 기우가 된다. 발이 풀리자 순희는 오뚜기 처럼 일어나 철수 앞에 꼼짝 않고 섰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최소한 니 목숨을 건지려면 말이다.”
“서 있어!”
하며 철수는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간다. 순희는 서서 두려움에 떨며 철수가 움직이는 쪽으로 시선이 따라 간다. 검은 천을 하나 갖고 와서는 서 있는 순희의 눈을 가려 머리 뒤로 단단히 묶는다. 그리고는 손을 풀어준다. 이젠 입에 제갈과 눈만 가려졌지 손 발을 자유로워졌다. 철수는 이때까지 순희에게 한번도 욕하지 않았고 아직 한대도 때리지 않았다. 안면 터고 나면 나중에 간간히 봐야 할 진짜 이웃이니 말이다.
철수는 안방으로 가서는 조용히
‘여보! 수고 했어. 일어나! 조용히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구경하자.”
“응! 좋아. 자기 능력 있어요.”
귀속말로 속삭이며 영희는 발가벗은 채 소파에 앉고 철수는 수건 몇 개를 가지고 와서 영희에게 준다. 온 몸에 발린 케찹을 닦으라는 것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먼저 옷을 벗어!”
옆에 앉아 있던 영희가 눈은 옷 벗는 그 여자를 보고 손은 조심스럽게 자기 머리카락에 붙은 캐찹을 닦다가 그게 굳어 있어서 머리카락이 엉켜 순간
"앗! 따거."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하얀 브레지어가 나오고 그 정도 벗었을 즈음 분명 순희의 귀에 여자 소리가 들렸다.
순희는 수치와 치욕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또 다른 이방인의 인기척을 듣고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다. 순희는 두 다리를 꼬며 벗고 있던 블라우스가 바닥에 떨어지며 브래지어로 싸인 두 젖가슴을 양팔로 가리며 무언가 급하게 말을 했다.
“읍으으읍 어버벅~”
철수와 영희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완전히 기죽어 있는 순희는 지금 자유로운 손이지만 감히 눈을 가린 검은 천을 풀어내지는 못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누구? 누구? 또?’
“그래. 아까 너가 본 안방에 그년은 말 안 들어 죽였고, 옆에 한 년 더 있어. 이년을 말 잘 들어 아직 죽이지 않았어. 난 원래 와이프는 없어. 혼자 사니까.”
영희는 앞에 사시나무 떨 듯 서 있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더니 비록 입에 밧줄로 제갈이 물려 흉측하고 눈이 가려 얼굴 전체의 윤곽을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아는 여자였다. 영희는 하마터면 또 소리지를 뻔 했다. 영희는 뭔가 가지러 일어나며 알궁둥이를 흔들며 서재로 간다. 철수는 또 혼자 지껄이며 순희에게 겁을 준다.
“이 가시나! 당장 죽이지 않으니 아주 살려주는 줄 아는구먼. 손발이 묶여 있어도 입은 살아서 또 뭐라 소리내면 입도 봉해 버린다.”
영희는 메모지와 볼팬을 가지고 와서는 다시 철수 옆에 앉아 메모지에 쓴다.
‘이 여자 xxxx호 살며 이름은 김순희, 아저씨도 잘 알아. 지난주 그기서 반상회 했어.'
철수는 영희의 메모를 보고는 난감했다. 영희는 또 메모지에 급히 갈긴다.
‘이 여자 잠시 그냥 앉혀놔. 아저씨 모셔 올게. 보는 앞에서 계속하자.’
철수가 메모지에 갈긴다.
‘잘 될까?’
‘내가 꼬셔볼게.’
“야! 아까 순희라 했지? 순희! 꿇어 앉아.”
순희는 두 손으로 팔짱 끼듯 가슴을 가리고는 시키는 대로 꿇어 앉는다.
“양 손은 뒤로! 열중 숴 자세!”
순희는 시키는 대로 했다.
“앉은 채로 뒤로 돌아!”
순희가 또 그렇게 하자 철수는 순희 곁으로 가서는 눈을 가린 검은 천을 풀어서는 다시 몇번 돌려 매면서 양 귀도 동시에 묶었다. 이젠 순희는 영 들리는 소리가 희미해 지고 귀가 멍멍해졌다. 철수는 영희에게
“빨리 갔다 와.”
아주 약한 소리로, 영희는
“알았어.”
하며 속 옷은 입을 겨를도 없이 겉옷만 대충 걸치고 소리 나지 않게 발을 옮기며 현관문을 통해 집을 빠져 나갔다. 철수는 잠시 소파에 앉아 있다가는 문득 생각이 났는지 신장에 있던 밴딩테이프를 가지고 와서는
“버벅 거리지 말고, 살려 달라 떼쓰지 말아라.”
하며 입에 물렸던 밧줄을 풀어냈다. 입술 양끝과 볼이 벌겋다. 철수는 밴딩테이프로 입을 봉했다. 곧 남편이 올 건데 너무 아프게 해 놓으면 안 된다 싶었다.
순희는 치마도 벗지 않았고 가슴도 내어 놓지 않았고, 또 다음 지시가 없으니 일단은 한 숨을 돌린다.
‘이거! 신랑 오면 쌈 붙는 것 아냐? 저 마눌 허락 없이
이렇게 해 놨으니.’
맞아. 쌈이 나도 크게 일어날 사건이었다. 철수는 아내 영희의 수완만을 기대하며 뭔가 자신이 있으니 남편을 부르러 갔겠지 하며 아내를 믿어본다. 순희네 집은 멀리 있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다시 저쪽 입구의 엘리베이터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그만이다. 시간은 결리지 않았다. 금방이다.
영희는 그 집 벨을 눌렀다. 안에서 누구세요 하며 현관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아? 아~네! 어서 오세~ 근데 이 밤에~”
순희 남편은 예기치 않은 영희의 방문에 잠시 당황하다가 다시 영희를 쳐다봤다. 옷을 급히 입고 나오느라 브래지어도 착용 못하고 특히 속 옷은 입었을 리도 없었다. 하얀 한 겹 천 밖으로 가슴의 윤곽이 그대로 보였다. 그녀의 남편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
영희는 그냥 현관에 서서 그녀 남편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가서 어떻게 하자, 그리고 모종의 흥정을 하고는 흔쾌히 불러내 와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잠시 후 철수는 밖에 인기척을 듣고 조용이 문을 열었다. 영희는 들어오며 순희 남편에게손가락 하나를 세워 꼭 다문 자기 입술에 붙이며 조용히 하자는 제스처를 했다. 그녀 남편도 알았다는 듯 목례를 하고 철수와 그 남편은 인사할
경황도 없이 둘이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아내 순희는 겁에 질려 돌아 앉아 있었다.
철수와 그 남편이 보는 앞에서 돌아 앉아 있는 순희 옆에서 영희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남편은 조용히 꿇어 앉아 있는 제 아내를 쳐다 보다가 또 벗고 있는 영희를 쳐다보며 혼이 나간다. 영희의 한 겹 윗도리가 벗겨나가자 탱글하면서도 박덩이 같은 두 젖가슴이 눈이 부시도록 시각을 사로 잡더니 이내 치마도 흘러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그녀의 남편에게 보여주며 미소를 흘렸다. 그리곤 그녀의 남편이 않은 옆에 와서 앉았다.
영희는 아까 그 메모지와 볼팬을 그 남편에게 주며 제 아내에게 지시 할 것을 적으라는 시늉을 했다.
옆에서 그 글을 보면서 철수는 시키는 대로 명령을 내릴 작정이다. 물론 남편이 직접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제 아내가 금방 목소리를 알아버릴 것이니까.
철수는 그 메모지를 보며
“돌아 앉아!”
지시를 했는데도 순희는 꼼짝을 안 했다. 이상히 생각하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철수는 일어나 순희의 묶여진 귀를 밖으로 꺼내고 눈은 그냥 가려진 채 두고는
“뒤로 돌아!”
그제야 꿇어 앉은 자세로 뒤뚱거리며 몸을 돌린다. 세 사람이 앉아 있는 정면을 마주보게 된다. 하지만 순희는 제 남편이 앞에 앉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죽음의 공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급히 메모지에 글을 쓰며 철수는 그 메모지를 들여다 보며 명령을 내리기에 바빴다.
“일어 서서 브래지어 풀어!”
순희는 일어나며 브래지어를 푸는 동안 철수와 그녀의 남편은 넋이 나가 구경한다. 영희도 장난이 아닌 실재 상황에서 외간 남자 앞에서 목숨을 담보로 서서히 알몸이 되어가는 저 기분은 어떨 것이지 상상이 안 되는 상상을 하며 흥분해 갔다.
브래지어가 바닥에 툭 떨어지며 양 손으로 가슴을 감싼다. 모르는 여자 그것도 그 여자의 남편을 옆에 두고, 생전 알지 못했던 낯선 남자 앞에서 목숨을 구걸하며 벗고 있는 아내를 보는 것이 표현 할 수 없는 흥분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철수는 다시 메모지를 들여다 보며
“치마!”
무섭게 아주 짧게 고함을 치듯 그러나 톤은 낮게.
순희는 입이 아까는 밧줄로 묶여 있어서 그래도 뭔가 말하는 흉내는 냈으나 이젠 아예 입이 밴팅테이프로 발려 있으니 말을 할 엄두를 못했다. 입술이 착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순희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본능적으로 여자의 수치심을 지울 수 없어 치마 벗기를 망설였다. 다시 메모지를 보고 그대로 명령했다.
“씨발년! 빨리 안 벗어. 칼, 칼, 죽여버리겠어.”
아까는 욕을 안 했지만 지금은 제 남편이 시키는 것이니 철수의 입에서 앙칼지게 욕이 나왔다. 순희는 순간 움찔하더니 할 수 없는 듯 치마의 훅을 풀어 내니 치마가 두 다리를 감으며 아래로 떨어진다. 새하얀 팬티가 선명이 보인다.
영희는 제 몸만 보아오다가 이상한 상황에서 마지 못해 알몸이 되어가는 여자를 보니 전연 새로운 맛이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영희는 옆에 앉아 있는 그녀의 남편의 바지 위로 살그머니 한 손을 올렸다.
자지가 꿈틀거리며 바지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제 아내가 아닌 다른 손이 자신의 육근을 건드리자 두 다리를 꼬듯 움직이다 이내 그 기분을 만끽하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없이 영희와 눈을 마주치더니 다시 무언가 메모지에 쓴다. 철수는 그걸 보고는
“팬티!”
순희는 마지막 하나, 여자의 수치를 가리는 최후의 한 겹을 벗겨내며 소리 없이 울었다. 눈물이 두 눈을 감싼 천을 적시고, 괜히 남편과 싸워 이기려고 대들다가 집을 나온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후회는 늦고 현 상황은 되돌릴 수 없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 이 순간은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악마의 구렁텅이였다.
철수는 알몸으로 서 있는 저 여자가 옆에 두 남녀가 허락해 준다면 오늘 밤 자신의 섹스파트너이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그냥 불끈거리는 자지를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다.
철수는 치솟는 자지를 두 무릎 사이에 눌러 끼워 넣고 허벅지를 붙이며 옆을 본다.
옆 사내는 혁대가 풀리고 바지가 내려져 치솟은 좆이 자신의 아내 영희 손에 싸여 있었다. 철수는 아내를 제지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또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고개를 앞으로 세우나 옆으로 돌리나 애타는 장면 밖에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알몸이 되어 저항 한번 못하고 까만 보지 털을 내놓은 아내를 보니 측은하면서도 흥분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런 저런 감상을 머리에 올리기도 전에 지워버리듯 자지 끝에서 쉼 없이 주무르는 다른 여자의 손길에 혼을 뺏기고 있었다.
영희는 가만히 몸을 숙여 그녀의 남편 자지를 입술로 혀 끝으로 터치하다가 귀두를 살며시 입술로 감싸본다. 그녀의 남편은 두 눈엔 초점을 잃고 제 아내를 쳐다보며 몸을 소파등받이에 묻는다. 영희는 잠시 자지를 빠는 듯 하다가는 다시 몸을 일으키며 한 손으로 앞을 가리킨다.
‘우리 딴 짓 하지 말고 아저씨는 계속 명령해요.’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뭔가를 다시 적는다. 철수는
“이제 제대로 말을 들으니 입을 풀어주겠다. 입은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것이지 괜히 다른 말 하여 명을 재촉하지 말아라.”
하며 순희에게로 가더니 입에 붙어있던 밴딩테이프를
때어냈다. 그래도 순희는 아무 말이 없었고 순간 비틀하였다. 눈을 싸매고 있으니 칠흑 같이 깜깜할 것이고 아마 순간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이 자지가 자유로워지니 정신이 돌아오는 듯 제 아내를 상대로 지시하며 질문하며 따르고 답하는 것에 흥미를 기울일 작정으로 보여 영희는 더 이상 그녀의 남편을 홀리지 않았다.
이하 지시는 모두 남편의 메모에서 나온 것들을 그냥 철수 자신이 말하듯 한 것들이다.
“남편과 섹스 시 취하는 자세!”
그 지시에 순희는 반듯이 눕는다.
“음~ 그렇게 누워서 보지만 벌려 주었군. 다른 자세는?”
순희는 옆으로 눕고는 다리 하나를 들었다.
“계속 이것 저것 했던 것 다해 봐!”
순희는 몇 번 더 하더니 움직임을 멈춘다.
“계속 안 해?”
순희는 무서움에 떨며
“더 없어요.”
“뭐? 그게 다냐? 남편이 너 단조로움에 뭐 더 요구하는 것이 없더냐?”
“있었어요.”
“근데 안 응해 줬냐?”
“예!”
“왜?”
“너무 부끄러운 자세여서.”
“그 자세 지금 해 봐.”
순희는 몸을 일으켜 무릎이 바닥에 닿지 않게 선 자세에서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녀의 남편은 계속 질문 공세를 펴다가 제 아내에게 실망을 하며 화가 났다.
‘내가 아무리 해 보자 해도 안 하더니 여기서는 잘 하네.’
“그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묻는 말에 대답해.”
“네.”
“오늘 남편 집에 혼자 두고 왜 나왔어?”
“말다툼 했어요.”
“뭘 가지고 말다툼 했는데?”
“남편이 항상 양말을 뒤집어 벗어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싸웠어?”
“네.”
“그게 잘 한 짓이야?”
“잘 못 했어요.”
“그 자세로 좀 돌아봐. 보지가 잘 보이게.”
순희는 그 불편한 자세에서 몸을 돌린다. 볼록한 보지가 엉덩이 두 짝에 쌓여 정면으로 보이자
“됐어. 멈춰.”
남편이 하라는데도 짐승 같다며 부끄러워 안 한 자세인데 알지도 못하는 사내 앞에서 능욕을 당해가며 다리 벌려 보지 내 놓고 있으니 순간 순희는 차라리 날 죽여라. 죽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자세는 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맘은 죽고 싶어도 몸은 죽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넌 살아서 돌아갈 일도 없지만 귀신이 되어 남편에게 돌아간다면 어찌 하겠냐?”
“사소한 것으로 싸우지 않고요. 남편이 원하면 뭐든지 해 드릴 거에요.”
“그 말 사실이냐?”
“네. 사실이어요.”
“그렇게 한다면 내가 살려 보내줄 줄 아느냐?”
순희는 말이 없다. 계속 질문을 퍼 붙다가 그만 그 사내는 평소 하고 싶었던 자세인지라 제 아내와 지금 하고 싶어졌다. 천천히 제 옷을 벗으며 메모를 갈긴다.
“너는 어차피 살아서는 이 집을 못 나간다. 그러나 아냐? 다 사람이 하는 짓인데. 네 남편에게 안 취해 준 자세로 오늘 다른 좆을 받아봐라. 하나님도 감동하여 살려줄지 아느냐?”
순희는 말이 없다가 그 말에 살 희망이 생겼다. 순간 두 팔과 발에 힘이 들어가고 곧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지탱했다. 남편은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제 아내 뒤로 가서 육중한 자지를 한여름 자갈밭에서 햇볕에 데워진 돌보다 더 뜨거운 자지를 아내의 보지 깊숙이 박아 넣었다.
순희는 이것이 살아남는 마지막 관문인가 생각하며 하염없이 두 눈은 눈물로 홍수가 나도 절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안간힘을 다하여 그 낯선 더러운 좆을 받아낸다.
“아~ 아흑~ 아아흥~ 아흑~아~~~”
남편은 철수와 영희가 보는 앞에서 결혼 2년이 다 되어가면서도 제 마누라 하나 요리 하지 못해 그냥 그런 자세로만 섹스 해왔고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부부간의 즐거움을 찾는데 익숙하지 못하였다. 우연한 남의 도움에 이제 남 부부가 보는 앞에서 신나게 자지를 꼽아 돌리고 있었다.
철수와 영희는 소파에 앉아 한참을 보다가 손뼉을 치며 동시에 목청을 올려
“참 잘 했어요.”
“짝짝짝~~~”
순간 그 남편도 무안한지 잠시 자지를 뺀다. 순희는 흥분하면서도 이 사지에서 쾌락 속으로만 빠지면 안 된다 생각하며 겨우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데 느닷없는 소리가 들렸다. 순희는 놀라 푹 쓰러지며 두 손으로 눈에 싸여진 천을 걷어내었다. 순간 깜깜한 곳에서 광명천지에 나오니 눈이 부셔 잘 뜨지 못하다가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아아아아악……”
네 명은 알몸으로 식탁에 둘러 앉아 아까 철수가 사온 맥주로 파티를 열고 있었다. 시간이 밤 12시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철수가
“아직 초저녁이죠? 순희 씨!”
순희가 대꾸한다.
“그럼요. 철수 씨 아까 맥주 많이 사대요?”
영희가 젖가슴을 흔들며 그녀의 남편의 빈 글라스를 채우고
“두 분 그 맥주 다 잡숫기 전에는 못 보내줘요.”